화목

누님을 기다리는 해당화

시조시인 2006. 5. 22. 09:12
 

 

 

                                      그리운 임 기다리는 해당화


                                                                                                            김 재 황


                              쏟아져 내린 햇살이 반짝이는 모래밭에

                              벌어진 붉은 입술 풍겨나는 바다 향기

                              어느 임 그리는 정을 수평선에 퉁기는가.

                                                               --졸시 ‘해당화’


 해당화(海棠花)는 일명 ‘떼찔레’ ‘매괴’(玫瑰) 등으로도 부른다. 먼 바다 수평선을 향해 그리운 임을 기다리며 서 있는 모습이다. 그렇기에 ‘명사십리(明沙十里) 해당화’라고 노래했다. 꽃말은 ‘원망’ ‘온화’. 우리나라와 일본 및 사할린이나 만주 등지에 분포한다.

 장미과에 딸린 갈잎 떨기나무이다. 몸에 가시를 많이 지닌다. 잎은 깃꼴겹잎이고, 5월경에 짙은 홍색의 다섯잎꽃이 가지 끝에 두세 개씩 핀다. 열매는 8월에 황적색으로 익는다. 향기가 은은하다.

 옛날, 고려 충렬왕 때에 한 소녀가 어린 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녀는 권세 있는 집안의 딸이었으나, 아버지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음을 당하게 되면서 집안이 몰락하였다. 그리고 그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 버림으로써 두 어린이만 세상에 남겨지게 되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중국 원나라의 지배를 밭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매년 금은보화는 물론이고 공녀(貢女)까지 원나라에 바쳐야만 했다. 그런데 불쌍한 그 소녀가 공녀로 뽑혀서 원나라로 가게 되었다. 동네 사람들이 나서서 나라에 호소를 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소녀가 원나라로 떠나던 날, 동네 사람들은 모두 나와서 눈물을 흘렸다. 어린 동생이 흐느끼면서 누나를 실은 수레를 따라가려고 했다. 압록강 의주로 향하는 그 수레를 그 어린 동생이 어디까지 따라갈 수 있었겠는가.

 산을 넘고 물을 건너서 수레는 쉬지 않고 앞으로 갔다. 그래도 어린 동생은 있는 힘을 다하여 수레 뒤를 바짝 붙어서 걸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어린 동생은 힘이 모두 빠졌다. 열 살도 안 된 어린아이가 그 먼 길을 며칠 동안이나 따라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수레가 바닷가 모래밭을 지날 때였다. 어린 동생은 기진맥진하여 그 자리에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갈매기 울음 소리와 파도 소리가 어린 동생의 귀에 꿈결처럼 들려왔다.

 어린 동생이 눈을 떠 보니, 반짝이는 모래밭만 펼쳐 있을 뿐, 누나의 수레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절망에 빠진 동생은, 누나를 목 놓아 부르다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 후, 그 모래밭에서 붉은 해당화 한 그루가 돋아났는데, 그 어린 동생의 피를 토하는 아픔이듯 붉은 꽃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