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

연분홍빛 사랑을 지닌 철쭉꽃

시조시인 2006. 5. 17. 12:13

 

 

                                     연분홍빛 사랑을 지닌 철쭉꽃


                                                                                                            김 재 황


                                   봄이면 내 마음도 꽃잎처럼 물이 든다

                                   구름 같은 인생살이, 노을 같은 사랑놀이

                                   한바탕 꿈이 피어나 가슴 활활 태운다.

                                                                    --졸시 ‘철쭉꽃’


 철쭉꽃은 고장에 따라 ‘천죽꽃’이니 ‘철지’니 또는 ‘체지꽃’ 등으로 부른다. 우리나라 옛 여인의 심상으로 피어나는 꽃. 진달래와는 달리, 꽃잎을 먹을 수는 없다. 보통은 꽃이 연분홍이지만, 흰 꽃을 피우는 ‘흰철쭉’도 있다. 우리나라와 만주에 분포한다.

 갈잎 떨기나무이다. 잎은 거꾸로 된 알꼴이며, 가지 끝에 5개씩 돌려붙는다. 꽃은 산형(傘形) 꽃차례. 찢어진 깔때기 모양이다. 향기가 곱고, 열매는 긴 타원형으로 가을에 익는다.

 먼 옛날, 신라 나라에 수로부인이 있었다. 그녀는 꽃을 매우 좋아하였고, 얼굴도 꽃처럼 예뻤을 뿐만 아니라, 마음씨 또한 꽃처럼 아름다웠다. 그녀의 남편은 순정공이었다.

 어느 해 봄이었다. 수로부인의 남편인 순정공이 강릉 원님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그래서 부인도 남편을 따라서 가마를 타고 길을 떠났다. 가는 길이 멀었으므로, 가다가는 쉬고 쉬었다가는 또 걸으며 며칠 동안을 갔다.

 어느 날, 그들 일행은 점심을 먹을 때가 되어 경치 좋은 바닷가에서 쉬게 되었다. 앞에는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져 있었고, 뒤에는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 서 있었다. 때는 5월이었으니, 절벽 위에는 아름다운 철쭉꽃이 만발해서 그야말로 아름다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끔찍이 꽃을 좋아하는 수로부인은, 절벽 위의 철쭉꽃 한 가지를 얻고 싶었다. 그래서 곁에 있는 하인에게 부탁해 보았지만, 너무나 험한 절벽이어서 감히 누구도 오를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그 때였다. 소를 끌고 가던 한 노인이, 철쭉꽃을 얻기를 원하는 수로부인을 보고, 아무런  말도 없이 소의 고삐를 나뭇가지에 묶어 놓은 다음, 절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노인의 몸놀림은 가벼웠다. 어렵지 않게 절벽을 올라가서 철쭉꽃 한 가지를 꺾어 가지고 내려왔다. 노인은 미소를 가득 머금고 그 철쭉꽃 가지를 수로부인에게 전하며 노래를 불렀다.

 “붉은 바윗가에 암소를 끌고 온, 이 노인이 부끄럽지 않으시다면 이 꽃을 받으십시오.”

 이 노래가 바로 신라 향가에 담긴 ‘헌화가’(獻花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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