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

불이 붙는 진달래꽃

시조시인 2006. 4. 23. 08:01

 

 

                                          불이 붙는 진달래꽃


                                                                                                          김 재 황


                                흰 추위 제쳐놓고 노란 햇살 지핀 봄날

                                양지쪽 가파른 곳 숨긴 손이 기어 나와

                                연분홍 치맛자락에 불을 옮겨 붙인다.

                                                             --졸시 ‘진달래꽃’


 진달래는 일명 ‘두견화’(杜鵑花) ‘만산홍’(滿山紅) ‘영산홍’(映山紅) 등으로 부른다. 잎이 돋기도 전에 속절없이 피었다가 지는, 가냘픈 입술의 꽃. 꽃말은 ‘절개’ 또는 ‘사랑의 기쁨’이고, 우리나라와 일본 및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철쭉과에 딸린 갈잎떨기나무이다. 잎은 길둥글거나 거꾸로 된 버들잎 모습이다. 4월에 꽃이 피어난다.

 

 옛날, 외돌토리가 된 소녀를 한 스님이 맡아서 키우고 있었다. 그 소녀가 스님에게로 오게 된 것은, 그녀가 바로 5살이 되던 해의 일이었다. 그 때, 그 소녀의 어머니는 울면서 스님에게 하소연했다.

 “스님께서 출가를 하셔서 속세와의 모든 인연을 끊으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는 먼 친척이 되시고, 제가 의지할 분이라고는 스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부디 제 어린 자식을 얼마 동안만 맡아 주십시오. 제가 자리를 잡는 대로 곧 데려가겠습니다.”

 그 소녀의 어머니는 스님의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자기 딸을 스님에게 맡겨 버리고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말았다.

 스님은 어쩔 수 없이 그 소녀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 그 소녀는 성격이 명랑해서 스님을 잘 따랐고, 스님도 온갖 정성을 소녀에게 쏟았다. 그렇기에 절을 찾는 신도들은 그들을 친할아버지와 손녀로 알고 있었다.

 몇 년이 흘렀고, 스님과 소녀가 살고 있는 산사에도 봄이 찾아왔다. 그 소녀는 어느 계절보다도 봄을 가장 좋아했다. 그 이유는, 봄이면 그 절 주위에 진달래꽃이 만발하기 때문이었다. 소녀는 진달래꽃 주위를 나비처럼 나풀거리며 하루 종일 놀았다. 그러다가 배가 고프면 진달래꽃을 따먹기도 했다. 스님은 그 모습을 멀찍이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며, 그 소녀야말로 진달래꽃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님은 그 소녀를 ‘진달래’라고 불렀다.

 어느덧 진달래꽃이 지고 철쭉꽃이 피기 시작했다. 스님은 철쭉꽃을 보려고 밖으로 나서는 소녀에게  당부했다.

 “진달래야, 험한 곳으로는 가지 마라. 그리고 늦지 않게 돌아오너라.”

 스님의 말에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달려 나갔다. 철쭉이 진달래꽃처럼 너무나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소녀는 무심코 그 꽃을 따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한 잎 두 잎 따먹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소녀는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다. 스님은 진달래가 우거진 그 앞에 그 소녀를 고이 묻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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