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

화관무를 보는 듯한 칡꽃

시조시인 2005. 10. 7. 18:01

 

                                      화관무를 생각하게 하는 칡꽃


                                                    김 재 황


                                  이 세상 시름이야 덩굴을 이뤘어도

                                  고생을 참다 보면 좋은 일도 생기는가

                                  저기 저 가난한 혼이 화관무를 추고 있네.

                                                                   ---졸시 ‘칡꽃’


 칡덩굴을 한명으로는 ‘갈’(葛)이라 한다. 그 뿌리는 ‘갈근’(葛根)이라 하여, 녹말을 가득 지니고 있기에, 구황식물(救荒植物)로 쓰였다. 자줏빛 나비들이 한 장소에 모여 앉은 듯한 느낌을 주는 칡꽃. 우리나라 각지를 비롯하여 중국 및 일본에 분포한다.

 이 식물을, 초본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그 뿌리가 지상으로 나오면 훌륭하게 줄기의 역할을 하기에 나는 목본으로 본다. 그러므로 칡은 콩과에 딸린 갈잎 덩굴성 나무이다. 잎은 긴 자루가 있는 삼출엽(三出葉)이고, 그 소엽은 둥굴넙적하고 전체에 갈색 털을 지닌다. 8월경에 잎겨드랑이에서 총상꽃차례로 꽃이 핀다. 선형의 협과(莢果)는 10월에 익는다.

 옛날, 경북 금릉군 중산면 수도리 ‘수도산’(修道山)의 수도암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이 절은 도선(도선) 국사가 창건한 곳으로서 ‘대적광전’(大寂光殿) ‘약광전’(藥光殿) ‘선방’(禪房) ‘요사’(寮舍) ‘나한전’(羅漢殿) 등의 건물과 ‘약사여래좌상’ ‘3층석탑’ 그리고 ‘비로자나불’이 있는 기도도량이다.

 이 비로나자불은 경남 거창군 거북면에 만들어졌다. 재료는 화강암이고 키는 석굴암 부처님보다 80㎝가 낮지만, 조각의 수법이 석굴암 부처님을 닮은 우수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데 만들기는 만들었으나 옮기는 게 큰일이었다. 모든 사람이 걱정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한 노승이 나타나서 말했다.

 “이 부처는 내가 옮기리다.”

 그는 부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거뜬히 부처님을 등에 업고는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양을 보고 모든 사람이 그 법력에 놀랐다. 노승은 그 부처님을 등에 업고서도 어찌나 빠르게 걷는지 다른 사람이 따르기에 숨이 찼다. 이윽고 절이 멀리 보이는 곳까지 다다랐다. 그 때, 그만 그 노승은 칡덩굴에 발이 걸려서 넘어지고 말았다. 노승은 화가 나서 그 산을 지키는 산신령을 불러놓고 야단을 쳤다.

 “이 산의 모든 칡을 당장에 없애도록 하시오.”

 그 이후로 수도암 부근에서는 칡을 볼 수 없게 되었다고 전한다. 칡덩굴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든지 쉽게 볼 수 있는데, 이 곳에서는 칡이 자라지 않는다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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