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날리며 사는 능소화
김 재 황
손나팔 부는 소리 깊은 강을 건너오고
무지개 뜨는 자리 높은 산을 넘어오면
저것 봐, 어린아이가 눈웃음을 짓는 걸.
-졸시 ‘능소화’
능소화(凌宵花)는 일명 ‘금등화’(金藤花) 또는 ‘자위’(紫葳) 등으로 부른다. 기둥을 타고 올라가서 어린아이처럼 마냥 즐겁게 손나팔을 부는 꽃. 그러나 능소화의 꽃수술이 눈에 들어가면 위험하다. 꽃말은 ‘이름을 날림’, 중국이 원산지.
갈잎덩굴나무이다. 줄기에 기근(氣根)이 있다. 잎은 깃을 닮은 겹잎이다. 7월부터 9월에 걸쳐서 오렌지 빛깔의 꽃을 피운다. 공해에 견디는 힘이 크다.
아주 멀고도 먼 옛날에, 큰 소나무 밑에서 가냘픈 능소화 한 줄기가 어렵게 땅 위를 기어가고 있었다. 소나무는 그 모습을 굽어보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너는 왜 그렇게 땅을 기어 다니니?”
능소화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는, 구슬픈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허리가 약해서 그렇답니다.”
소나무는 능소화의 말을 듣고는 더욱 측은한 마음을 지니게 되었고, 파도처럼 동정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그래서 소나무는, 고개마저 들기 어려워하는 능소화를 내려다보며 동정 어린 말을 했다.
“쯧쯧,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 말을 듣자, 능소화는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누가 조금만 도와준다면 저는 그를 의지해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려울 게 없다고, 소나무는 생각했다.
“좋아, 내가 도와주지. 내 등을 붙잡고 일어서 보도록 해.”
능소화는 고마움에 눈물이 핑 돌았다. 이제는 소나무의 등을 타고 올라가서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고, 어쩌면 멀리 있는 바다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가슴이 마냥 뛰었다. 능소화는 있는 힘을 다해서 소나무의 등에 의지하여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래, 조금만 더 힘을 내.”
능소화는 소나무의 격려에 더욱 힘을 내어서 한 발 한 발 등을 타고 올라갔다.
“아, 저기 들판이 보여요. 멀리 강물도 보이네요.”
능소화는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그 미소가 주황색 나팔 모양으로 피어났다.
'화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분홍빛 사랑을 지닌 철쭉꽃 (0) | 2006.05.17 |
---|---|
부리 노란 개나리 (0) | 2006.05.06 |
불이 붙는 진달래꽃 (0) | 2006.04.23 |
화관무를 보는 듯한 칡꽃 (0) | 2005.10.07 |
간지럼을 타는 배롱나무 (0) | 2005.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