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폴레옹이 아무리 어린이라고 할지라도, 오래 전부터 결심을 굳히고 있었던 만큼, 그런 느낌을 가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는 나폴레옹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너는 군인이 되는 학교에 가거라.”
마침내 때가 왔습니다. 나폴레옹이 목마르게 원하고 있던 일이었습니다. ‘부자유친’(父子有親)이란 말을 알지요? 이는, 오륜(五倫)의 하나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도(道)는 가까이 사랑함에 있음’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렇지요. 아들의 마음을 아버지가 아는 것만큼 아버지의 가까움은 없을 겁니다. 그 때의 광경을 짐작하건대, 아버지와 아들은 그저 마주 보며 싱긋 웃었을 듯합니다.
이왕 내친 김에 오륜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하겠습니다. 오륜을 알아 두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오륜’은, 유교에서 이르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인데, ‘부자유친’을 비롯하여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을 가리킵니다. 즉, ‘군신유의’(君臣有義)는 ‘임금과 신하의 도리는 의리에 있다.’는 말이고, ‘부부유별’(夫婦有別)은 ‘부부 사이에는 서로 침범해서는 안 될 구별이 있다.’는 말이며, ‘장유유서’(長幼有序)는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차례와 질서가 있음’을 뜻하는 말이고, ‘붕우유신’(朋友有信)은 ‘벗의 도리가 믿음에 있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군신유의는, 지금은 임금이 없으니, ‘상하유의’(上下有義)라고 고쳐서 말해도 괜찮을 성싶습니다. 직장이나 단체 등에서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에 의로움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말입니다.
나폴레옹은 오래 전부터 군인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은 어머니도 알고 있었지요. 그러나 아버지가 이렇듯 확고한 결정을 내린 데에는 남이 모를 뜻이 담겨 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알지요, 그 뜻을. 그 아버지와 그 아들은 모두 프랑스를 ‘불공대천지수’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불공대천지수’(不共戴天之讎)란, ‘이 세상에서 함께 살 수 없는 원수’를 뜻합니다.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讎)라고도 하지요. 그러니 반드시 그 원한을 풀어야 합니다. 그 방법으로 택한 게 프랑스로 공부하러 가는 것이었겠지요. 좋은 방법입니다. ‘불입호혈부득호자’란 말을 압니까? ‘불입호혈부득호자’(不入虎穴不得虎子)란,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고는 호랑이 새끼를 잡을 수 없다.’라는 말이지요. 여기에도 중국의 옛이야기가 있습니다.
한서(漢書)는, 반표(班彪)라는 사람이 시작하여 그 아들인 반고(班固)와 딸인 반소(班昭)가 완성한 역사책입니다. 이처럼 훌륭한 책을 저술한 선비 가문이지만, 반초(班超)라는 별스러운 사람도 있었답니다. 그는 성격이 활달하고 뛰어난 변설가였으나, 때를 얻지 못하여 초라한 관리 노릇을 하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어떤 일에 얽히게 되어 그 자리에서 쫓겨난 후에, 서역을 왕래하는 상인을 비롯하여 기개 있는 호걸들과 교유하면서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가 선선(鄯善)이라는 지방에 머무를 때입니다. 그 일행이 처음에는 그 곳 사람들에게 후대를 받았으나, 갑자기 대우가 나빠졌습니다.
‘우리에게 숨기고 있지만, 흉노의 사신이 온 게로구나.’
반초는 짐작하고 왕의 시종을 불러다가 다락방에 가두어 버리고는, 36명의 장사들에게 주연을 베푼 다음에, 그들을 둘러보며 말했습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으면 호랑이 새끼를 얻을 수 없다. 흉노의 숙사에 불을 질러 야습하자. 우리가 36명뿐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모를 터이니 큰 혼란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말을 마치자, 그는 그 곳의 모든 사람을 이끌고 달려가서 흉노 사신의 숙사를 모두 불태워 버리고 말았습니다. (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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