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18) 호랑이 굴로 들어가다

시조시인 2008. 9. 12. 07:07

(18)

그와 같은 생각에서 나폴레옹을 적국인 프랑스로 보내려는 거지요. 그것도 군인으로 말입니다. 참으로 묘한 계책입니다. ‘계책’(計策)은 ‘계교’(計巧)와 ‘방책’(方策), 즉 ‘이리저리 생각하여 짜낸 꾀’와 ‘방법과 꾀’를 이릅니다. 옛 손자병법 중에도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습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는 ‘적의 사정 및 형편과 나의 힘을 자세히 앎’을 말합니다. 그리고 ‘백전백승’(百戰百勝)이란 ‘싸울 때마다 번번이 모두 이김’을 뜻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백전’은, ‘백 번 싸운다.’는 뜻이 아닙니다. ‘백 가지 전투’를 말합니다. 즉, 산에서도 싸우고 물에서도 싸운다는, ‘산전수전’(山戰水戰)과 같은 모든 전투를 가리킵니다. 왜냐 하면, ‘지피지기 백전백승’의 원문은 ‘지피지기 백전불태’이기 때문입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가지 종류의 전투를 해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나폴레옹의 아버지는 직업이 변호사였으므로 코르시카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르시카는 땅이 좁았고, 더군다나 프랑스의 영지였습니다. 그러니 돈이 넉넉하지 못했습니다. 돈이란 말이 나오니, 불현듯이 ‘땡전’이 생각납니다. ‘불현듯이’는, ‘불을 켠 듯이 갑자기 환해짐’을 이르는 말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갑자기 치밀어 걷잡을 수 없게’ 또는 ‘느닷없이’ 어떤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되었습니다. 그리고 ‘땡전’은 ‘몇 푼 안 되는 돈’을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흥선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당시인 고종 3년(1866년)에 당백전(當百錢)을 주조했고, 그 이듬해에 당오전(當五錢)을 주조하여 통용하게 하였습니다. 이 당백전은 3년 동안 통용되었는데, 법으로 정한 가치는 상평통보의 100배였으나 실제 가치는 대여섯 배에 지나지 않았지요. 그러므로 당백전은, 화폐구실을 못하게 됨으로써 그 주조를 중지하게 되었으며, 1867년에 청나라 화폐를 수입함에 따라 거세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때, 당백전의 ‘당’이 되게 발음되어 ‘땅전’이 되었고, 그 말이 다시 덧나서 ‘땡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아무 가치를 지니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돈이 아주 없을 때에 ‘땡전 한 푼 없다.’라고 말합니다.

그 무렵이었습니다. 프랑스 왕은 영지인 코르시카에 대해 여러 가지 궁리를 했습니다. 우선은 무엇보다도 프랑스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만한 사람들을 찾아내어 그들을 구슬릴 필요가 있었겠지요. ‘구슬리다.’는 ‘그럴 듯한 말로 꾀어 마음이 움직이게 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왕은, 코르시카 사람들 중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아들이나 딸을 프랑스의 돈으로 프랑스에서 공부시키도록 했습니다. 여기에서 ‘공부’라는 말을 잠깐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공부’(工夫)는, 원래에 불교에서 말하는 ‘주공부’(做工夫)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그러면 ‘주공부’는 무엇일까요? 이는, ‘불도(佛道)를 열심히 닦는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특히 ‘공부’라 함은, ‘참선(參禪)에 진력하는 것’을 나타냅니다. 불가에서 ‘공부’에 대한 기록이 가장 많은 책은 ‘선어록’(禪語錄)입니다. 그 중에는 마음가짐에 관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공부는 간절하게 해야 하고, 공부할 때에는 딴생각을 하지 말아야 하며, 공부할 때에는 오로지 앉으나 서나 의심하던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므로 ‘공부’란, ‘학문을 배워서 익히는 일 모두’를 말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다만 제도적인 교육 안에서 ‘배우는 것’만을 가리키는 말로 한정되어 쓰이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프랑스가 영지를 무엇 때문에 두었겠습니까? 한 마디로 ‘이용할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목적을 달성하려면, ‘등을 치고 간을 내 먹는’ 식의 ‘권모술수’가 필요합니다. ‘등을 치고 간을 내 먹는다’는 ‘겉으로 남을 위해 주는 체하면서 남을 해치고 자기의 잇속만 채움’을 이르는 말이고, ‘권모술수’(權謀術數)는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참으로 그럴 듯한 ‘기만행위’이지요. ‘기만행위’(欺瞞行爲)는 ‘속이는 짓’을 말합니다.

나폴레옹의 부모가 그들의 속셈을 모를 리가 없었습니다. 이미 ‘호랑이 굴로 들어가서 호랑이 새끼를 잡으려는’ 결심을 굳힌 상태이니, 그저 모른 척하고 그들의 제의에 따랐을 게 분명합니다. 프랑스야말로, 제 꾀에 제가 넘어갔지요. ‘양호유환’을 스스로 자초했으니까요. ‘양호유환’(養虎遺患)이란, ‘호랑이 새끼를 기르면 뒷날에 걱정이나 근심이 생기게 된다.’라는 말이니, ‘스스로 만들어서 화를 당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자초’(自招)는 어떤 결과를 ‘스스로 불러들임’을 나타냅니다.(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