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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이 10살이 되었을 때입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형인 조제프와 동생인 나폴레옹을 한 자리에 불러 앉혔습니다.
나는, ‘형’이란 말만 들으면, 공연히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얼마나 불러 보고 싶은 호칭인지 모릅니다. 아마도 나에게 친형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형’(兄)은, 고구려 시대에 벼슬 이름으로 쓰던 말이었답니다. 지금의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태대형’(太大兄)이 있었는가 하면, 장관에 해당하는 ‘대형’(大兄)이 있었고, 차관에 해당하는 ‘소형’(小兄)도 있었다고 전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의 호칭에 관한 문헌인 ‘칭위록’(稱謂錄)에는 ‘고려 땅에서는 장관을 형(兄)이라고 부른다.’라는 기록이 있다고 하는군요. 이로 보아서 이 벼슬 이름이 고려 시대까지 이어져 왔다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은 ‘동기간이나 또는 같은 항렬에서 나이가 많은 사람’을 가리키게 되었고, ‘꼭 동기간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나이가 비슷한 친구 사이에 상대방을 공대하여 부르는 호칭’으로도 널리 쓰입니다. 아, ‘동기간’이란 말도 알아 두어야 합니다. ‘동기간’(同氣間)이란, 글자 그대로 ‘같은 기운을 가지고 있는 사이’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같은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형제들은 같은 기운을 지니고 태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형제자매’를 ‘동기’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왜 아버지가 조제프와 나폴레옹을 불렀을까요? 궁금하기 이를 데 없군요. 꼬마들은 아버지 눈치를 살폈겠네요. ‘눈치’는 ‘남의 마음이나 일의 낌새를 알아챌 수 있는 힘’ 또는 ‘겉으로 드러나는 어떤 태도’ 등을 뜻합니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속으로 싫어하는 태도’도 가리킵니다.
“너희들은 프랑스에 가서 공부하도록 하여라.”
단도직입적입니다. ‘단도직입’(單刀直入)이란, 원래에는 ‘혼자서 한 자루의 칼을 들고 곧장 적진으로 쳐들어가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물론 지금은,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에 여담이나 그 밖의 말을 늘어놓지 않고, 요점이나 본문제의 중심을 곧바로 대놓고 말하는 것’을 뜻하게 되었지요. 다른 말로는 ‘거두절미’(去頭截尾)라는 게 있습니다. ‘머리와 꼬리를 잘라 버린다.’라는 말이니, ‘요점만을 남기고 앞뒤의 사설을 빼어 버린다.’는 뜻이 됩니다.
형제는 갑작스러운 일이어서 모두 놀랐겠지요. 아버지는 얼마 동안을 말없이 두 아들의 얼굴을 살폈습니다. 두 사람의 마음속을 알아보려는 듯했습니다. 조제프는 그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습니다. 낭패한 표정이었지요.
‘낭패’(狼狽)는, 전설 속에 나오는 동물들입니다. ‘낭’은 뒷다리 2개가 아주 없거나 아주 짧은 동물이고, ‘패’는 앞다리 2개가 아예 없거나 짧은 동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동물은 항상 붙어 다녀야 제 구실을 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낭’은 꾀가 부족하지만 용맹하였으며, ‘패’는 겁쟁이였으나 꾀는 아주 많았습니다. 이처럼 정반대인 동물이 만났으니, 어찌 다툼이 없었겠어요? 이 두 동물도 호흡이 잘 맞을 때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서로 마음이 엇갈리게 되면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니었겠지요. 이와 같이 ‘낭’과 ‘패’가 서로 떨어져서 아무 일도 못하게 되는 경우를 가리켜서 ‘낭패’라고 합니다. 지금은 ‘계획한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어그러진 형편’을 가리키는 말로 굳어져 버렸습니다.
형인 조제프는 마음이 내키지 않는 듯한 ‘요양미정’의 표정이었으나, 동생인 나폴레옹은 태연한 모습으로 마치 ‘염화미소’를 나타내고 있는 듯했습니다. ‘요양미정’(擾攘未定)이란 ‘정신이 어질어질하여 결정하지 못함’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리고 ‘염화미소’(拈華微笑)란 ‘말로 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일’을 뜻하는 말입니다.
석가가 명취산에서 설법할 때였지요. 말없이 연꽃을 들어서 모여 있는 여러 사람에게 보였더니, 가섭(迦葉)이라는 사람만이 그 뜻을 알아차리고 미소를 지었다는 데에서 유래된 말이, ‘염화미소’입니다. 다른 말로는 ‘이심전심’(以心傳心) 또는 ‘교외별전’(敎外別傳)이라고도 합니다.
너무 비약이 크다고요? 물론, 이 때의 나폴레옹은 철부지인 어린이입니다. 아, ‘철부지’의 뜻을 말해야 하겠군요. ‘철부지’란, 사리를 헤아릴 줄 아는 ‘철’과 알지 못한다는 뜻인 한자어 ‘부지’(不知)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철’은 계절의 변화를 가리키는 말로, 주역의 영향을 받은 동양에서는 흔히 ‘지혜’를 나타내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어린애 같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바뀌었습니다. (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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