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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동을 알고 선생님이 달려왔습니다. 수수방관할 선생님은 없었겠지요. ‘수수방관’(袖手傍觀)은 ‘팔짱을 끼고 바라본다.’는 뜻으로 ‘응당 해야 할 일에 아무런 간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버려 둠’을 일컫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싸움을 뜯어 말리려고 하였으나, 나폴레옹만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나폴레옹이 ‘벽창호’였기 때문일까요? ‘벽창호’는 평안북도 벽동 지방과 창동 지방에서 자라는 크고 억센 소인 ‘벽창우’(碧昌牛)에서 온 말입니다. ‘벽창호’는 ‘벽창우처럼 고집이 세고 성질이 무뚝뚝한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물론, 나폴레옹은 그런 사람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는 다만 함분축원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함분축원’(含憤蓄怨)이란, ‘분함을 품고, 원한을 쌓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나폴레옹은 손발이 진흙투성이가 되었고, 뺨에는 상처가 여럿 나 있었으며, 입 언저리에도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또, 봉두난발이었지요. ‘봉두난발’(蓬頭亂髮)은, ‘쑥대강이처럼 헙수룩하게 마구 흐트러진 머리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봉두’는 본래 ‘쑥대머리’를 나타내지요. 그러므로 ‘봉두난발’은 웃자란 쑥의 줄기처럼 ‘긴 머리털이 마구 흐트러진 모양’을 가리킵니다.
선생님은 나폴레옹의 교복에 묻은 흙을 털면서 물었습니다.
“어떻게 된 거냐? 말해 보아라.”
선생님은 자초지종을 듣고 싶었지요. ‘자초지종’(自初至終)이란, ‘처음부터 끝까지의 동안이나 과정’을 말합니다. 같은 뜻의 말로, ‘자두지미’(自頭至尾)와 ‘종두지미’(從頭至尾)라는 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입을 꼭 다물고 묵묵부답으로 선생님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묵묵부답’(黙黙不答)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음’을 뜻합니다. 왜 선생님을 노려보았을까요? 선생님도 프랑스 사람이니, 나폴레옹은 그 선생님 또한 프랑스 상급생들과 ‘한통속’이라고 생각했겠지요. ‘한통속’은 줄여서 ‘한통’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한통’은 ‘화살을 재우는 활의 한가운데’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러나 후대로 내려오면서 ‘한통속’은, 본뜻보다 ‘서로 마음이 통하여 모이는 한패나 동아리’를 나타내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대개는, ‘좋지 않은 일로 한패가 된 경우’를 가리킵니다.
그 일은 그것으로 흐지부지 넘어갔습니다. ‘흐지부지’는 ‘끝을 분명히 맺지 못하고 흐리멍덩하게 넘겨 버리는 모양’을 말하는데, 이와 비슷한 뜻의 한자말이 있습니다. 바로 ‘휘지비지’입니다. ‘휘지비지’(諱之秘之)는 ‘남을 꺼리어서 우물쭈물함’을 나타냅니다.
나폴레옹이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은, 프랑스의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아이들이라든가 부잣집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포식난의’로 지냈고, 따라서 용돈의 구애도 받지 않았습니다. ‘포식난의’(飽食煖衣)는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옷을 입음’을 이르는 말이고, ‘용돈’(用-)은 ‘보통 때에 자질구레한 비용으로 쓰려고 몸에 지니는 돈’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구애’(拘礙)는 ‘거리낌’을 말합니다.
그 학교에는 제법 큰 매점이 있었는데, 쉬는 시간이면 언제나 학생들이 붐볐습니다.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맛있는 과자와 음식을 사먹고 있었지요. 이를 순우리말로 ‘주전부리’라고 합니다. 이 말은 ‘군음식을 때가 없이 자꾸 먹는 것’을 가리킵니다. 다른 말로는 ‘군것질’이라고 하지요. 그 모양을 보는 나폴레옹의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홍곡지지의 그였지만, 그에게는 너무 용돈이 없었습니다. ‘홍곡지지’(鴻鵠之志)는 ‘비천하면서도 큰 뜻을 품음’을 나타냅니다. 어머니가 보내 주는 몇 푼의 돈은 노트와 잉크 등의 학용품을 사고 나면 금시에 바닥이 났습니다.
나 또한, 공무원이셨던 아버지가 자주 전근을 다니시는 바람에 부모님과 따로 떨어져서 지낸 적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 때에 나도 용돈이 매우 궁했지요. 지금 고백하건대, 나는 새로 시작되는 학기마다 새로운 책을 산다고 하여 돈을 받은 후에 헌책을 사서 공부하고 그 나머지 돈을 용돈으로 쓰곤 했습니다.
부잣집 아이들은 ‘금지옥엽’으로 키웠으므로 대개는 하는 짓이 개차반인 경우가 많습니다. ‘금지옥엽’(金枝玉葉)은 ‘금으로 된 가지와 옥으로 된 잎’이라는 말이니, ‘귀여운 자손’을 뜻합니다. 그리고 ‘개차반’에서, ‘차반’은 본래 ‘맛있게 잘 차린 음식이나 반찬’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개차반’은, ‘개가 먹을 음식’이라는 뜻으로, ‘똥을 점잖게 비유한 말’입니다. 옛날에는 먹을 게 귀하여 개가 그런 것을 잘 먹었답니다. 애완견을 기르는 분들의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지금은 ‘행세를 마구 하는 사람이나 성격이 나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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