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23) 내 이름은 '나폴레오네'

시조시인 2008. 9. 17. 06:57

(23)

나폴레옹은 동급생과는 잘 다투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나이가 한두 살이 아래여서 ‘구상유취’의 어린애로 여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상유취’(口尙乳臭)란, ‘입에서 아직 젖내가 난다.’라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말이나 하는 짓이 아직 유치하다.’는 뜻이지요. 이와 비슷한 뜻을 지닌 ‘모우미성’(毛羽未成)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는, ‘새의 깃이 덜 자라서 아직 날지 못한다.’는 뜻으로, ‘사람이 아직 어림’을 이르는 말입니다.

어느 때입니다. 한 상급생이 나폴레옹에게 무두무미로 불쑥 물었습니다. ‘무두무미’(無頭無尾)는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다.’는 뜻으로 ‘밑도 끝도 없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다른 말로는 ‘몰두몰미’(沒頭沒尾)가 있습니다.

“야, 네 이름이 뭐냐?”

나폴레옹은 프랑스 말을 능숙하게 하지 못합니다. 왜냐 하면, 코르시카 사람들은 이탈리아 말을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기는, 짐짓 자기가 코르시카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 이탈리아 말을 썼을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그는 이탈리아 말로 대답했습니다.

“나폴레오네.”

사람에게 이름보다 더 소중한 게 없을 듯합니다. ‘인사유명 호사유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사유명’(人死留名)은, ‘사람이 죽어도 이름은 남는다.’라는 말로, ‘그 삶이 헛되지 않으면 향기로운 그 이름이 길이 남는다.’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호사유피’(虎死留皮)는, ‘범은 죽어서 그 가죽을 남긴다.’라는 뜻으로, ‘인사유명’에 대응하는 말입니다. 이는, 만고불멸의 진리입니다. ‘만고불멸’(萬古不滅)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음’을 가리킵니다. ‘진리’(眞理)는 ‘참된 이치’입니다. 또 하나의 말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바로, ‘명불허전’입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은, ‘이름이 헛되이 퍼진 게 아니다.’라는 뜻으로, ‘이름이 퍼질 만한 까닭이 있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같은 뜻의 다른 한자말로는, ‘명불허득’이 있습니다. ‘명불허득’(名不虛得)은 ‘명성이나 명예란 헛되이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지요. ‘둘러치나 메어치나 일반’입니다. 이 말은, 수단과 방법은 다르더라도 ‘결과가 마찬가지임’을 가리킵니다.

나폴레옹이 이름을 말하자, 상급생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물었습니다.

“거 참, 이상한 이름이구나. 너 어디에서 왔니?”

나폴레옹은 가슴을 활짝 펴고 똑똑하게 대답했습니다.

“코르시카에서.”

그 말을 들은 상급생의 얼굴에는 금시에 업신여기는 빛이 가득해졌습니다. 그는 아주 아니꼽다는 듯이 나폴레옹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업신여기다.’는 ‘젠체하며 남을 보잘것없게 여기다’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아니꼽다.’는 ‘눈꼴이 시다.’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그런데 본래 이 말은, ‘장’(臟)을 나타내는 ‘안’이라는 말과 굽은 것을 나타내는 ‘곱다.’라는 말이 합쳐져서 생겼답니다. 그러므로 말 그대로 풀이하면 ‘장이 뒤틀린다.’라는 뜻이 됩니다. 지금은 ‘비위가 뒤집혀서 토할 듯하다.’라는 말로, ‘같잖은 짓이나 말 때문에 불쾌하다.’라는 뜻도 지니게 되었습니다.

“코르시카라고? 프랑스에 항복한 섬이야!”

상급생은 한 마디 말을 던지고는 배를 잡고 깔깔거리며 웃었습니다. 놀리는 그 모양을 보고, 나폴레옹은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분기충천’이라고 말합니다. ‘분기충천’(憤氣衝天)은 ‘분한 마음이 하늘을 찌를 듯이 격렬하게 북받쳐 오름’을 뜻합니다. 다른 말로는 ‘분기탱천’(憤氣撐天)이라고도 하지요. 그래서 나폴레옹은 노골적으로 적대심을 표시했습니다. ‘노골적’(露骨的)이란, 글자 그대로 ‘뼈를 드러내 보인다.’는 뜻입니다. 살에 가려져 있는 뼈를 드러내 보일 정도로 ‘하나도 숨김이 없다.’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을 감추거나 꺼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을 가리킬 때에 쓰고 있습니다. 주로, 금기의 것을 드러낼 때에 사용합니다. 또, ‘적대심’(敵對心)은 ‘적으로 맞서 버티는 마음’입니다. (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