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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사람이 많고 코르시카는 사람이 적어서 졌을 뿐이다. 그러나 내가 자라면 반드시 코르시카에서 프랑스 사람을 몰아내 버리고 말 테야!”
어찌나 화가 났는지, 나폴레옹은 얼굴이 새빨갛게 되어서 같은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참으로 프랑스에게 진 일이 ‘각골통한’입니다. ‘각골통한’(刻骨痛恨)은 ‘뼈에 사무치도록 맺힌 원한’이라는 뜻입니다. 같은 뜻으로 ‘각골지통’(刻骨之痛)이라고도 합니다. 그렇다고 경거망동을 할 수는 없습니다. ‘경거망동’(輕擧妄動)은,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고 ‘경솔하게 함부로 행동하거나 또는 그런 행동’을 이릅니다. 사실이지, 프랑스 사람들은 코르시카 사람들을 ‘백안시’했습니다. ‘백안시’(白眼視)는 ‘냉대하거나 업신여기는 행동’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백안시’의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옛날, 초야에 묻혀 살던 중국의 죽림칠현(竹林七賢) 가운데는 ‘완적’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잠깐 여기에서 ‘죽림칠현’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겠군요. ‘죽림칠현’은 ‘중국 진(晉)나라 초기에 유교의 형식주의를 무시하고, 노장(老莊)의 허무주의를 숭상하여 죽림에 묻혀서 청담(淸談)을 일삼던 일곱 선비’를 가리킵니다. 그 이름들을 여기에 밝히면, ‘유영’(劉彾)과 ‘완적’(阮籍)과 ‘혜강’(嵇康)과 ‘산도’(山濤)와 ‘상수’(尙秀)와 ‘완함’(阮咸)과 ‘왕융’(王戎)이지요.
그 중의 한 사람인 ‘완적’은, 마음이 맞는 사람이 찾아오면 기쁘게 맞아들였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 찾아오면 원수를 대하듯이 노려보았는데, 그 때에 그가 워낙 심하게 흘겨보기 때문에 눈의 흰자위만 보였다고 해서 ‘백안시’라는 말이 생겼답니다. 그 반대로 ‘남을 기쁘게 대하는 뜻이 담긴 눈길’을 나타내는, ‘청안시’(靑眼視)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폴레옹은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아 보려고 했습니다. ‘고장난명’이라는 말도 있으니 말입니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은 ‘외손뼉은 울릴 수 없다.’는 뜻으로, ‘맞서는 이가 없으면 싸움이 되지 않음’을 일컫습니다. 이를 두고 ‘독장난명’(獨掌難鳴)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런데 끝내는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상급생이 나폴레옹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습니다. ‘삿대질’이란, ‘상앗대질’의 준말입니다. 다투거나 대화할 때, ‘상대편을 향해서 팔을 뻗치거나 막대기 따위를 내지르는 짓’이지요.
“뭐라고? 너의 부모는 졸병이었잖아, 이 겁쟁이.”
그 말에, 둘러섰던 여러 학생들이 모두 크게 웃었습니다. 자신을 놀리는 것이야 꾹 참을 수 있었지만, 코르시카를 업신여기고 게다가 아버지를 들먹이는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나폴레옹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상급생을 향해서 ‘신호지세’로 ‘저돌희용’하였습니다. ‘신호지세’(晨虎之勢)는 ‘굶주린 새벽 호랑이와 같은 기세’라는 뜻이고, ‘저돌희용’(猪突豨勇)은 ‘앞뒤를 생각지 않고 용맹스럽게 돌진함’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한대(漢代)의 왕망(王莽)이 천하의 죄인과 종을 모아서 ‘저돌희용’이라는 이름의 군대를 조직한 적도 있었다는군요. ‘희한하다.’(稀罕-)는 ‘썩 드물다.’ 또는 ‘썩 신기하거나 귀하다.’라는 뜻입니다.
그러자 여러 상급생들은 나폴레옹을 빙 둘러싸고 때리면서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욕설’은 ‘남을 욕되게 하거나 남을 모욕하는 말’입니다.
“이 건방진 코르시카 원숭이 놈이….”
코르시카 사람을 ‘원숭이’라고 놀린다면, 프랑스 사람은 ‘개’가 되는 겁니다. 원숭이와 개는 어울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견원지간’이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견원지간’(犬猿之間)이란, ‘개와 원숭이의 사이’라는 뜻으로, ‘서로 사이가 나쁜 관계’를 비유하여 나타내는 말입니다.
‘코르시카 원숭이’는 ‘프랑스 개’에게 결코 지지 않았습니다. 사나운 기세로 맞붙어서 싸웠습니다. 간이 부은 게 아니라, ‘조궁즉탁’의 일이기도 합니다. ‘간이 부었다.’라는 말은, 실제로 간이 부었다는 뜻이 아니고 ‘겁 없이 어떤 일에 달려드는 것’을 가리킵니다. 간(肝)은 한의학에서 목기(木氣)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 목기는, ‘일을 새롭게 진행하거나 이끌어가는 힘’을 말합니다. 즉, ‘간이 크다.’는 말은 ‘힘찬 추진력과 결단력이 있다.’는 뜻이고, ‘간이 부었다.’는 말은 ‘추진력이나 결단력이 너무 지나쳐서 무모할 때에 쓰는 말’이지요. 그리고 ‘조궁즉탁’(鳥窮則啄)은 ‘새도 쫓겨서 도망갈 곳을 잃으면 도리어 상대방을 주둥이로 쫀다.’라는 말입니다. 싸움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이제는 ‘이발지시’입니다. ‘이발지시’(已發之矢)는, 글자 그대로 ‘쏘아 놓은 화살’입니다.(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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