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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걸핏하면 나폴레옹에게 딴죽을 걸었고, 용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에 대하여 사사건건 따따부따했습니다. ‘딴죽을 걸다.’는 ‘상대방의 다리를 걸어서 넘어뜨리거나, 서로 합의가 되었던 일을 딴 짓을 하여 어기는 것’을 말하고, ‘따따부따’는 ‘딱딱한 말로 이러쿵저러쿵 따지는 모양’을 나타냅니다.
“저 아이는 용돈이 없어.”
“불쌍한 가난뱅이 아이야.”
아이들이 모여서 수군수군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자주 듣다 보니, 나폴레옹도 차츰 갈등을 겪게 되었습니다.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가 얽히듯이 까다롭게 뒤엉켜 있는 상태’를 뜻하는 말인데, ‘일이나 인간관계가 까다롭게 뒤얽혀서 풀기 어려운 상태’나 ‘개인의 정신 내부에서 두 가지 반대되는 생각이 벌이는 충돌 상황’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나폴레옹은 대범하였지만, 아직은 어린이였습니다. 여기에서 잠깐, ‘어린이’라는 말에 대하여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라는 말은 1920년부터 사용되었습니다. 그해에 방정환(方定煥) 선생은 어린 아동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처음으로 ‘어린이’라는 말을 사용했지요. 순우리말인 ‘늙은이’나 ‘젊은이’ 등과 같은 낱말에서 볼 수 있듯이, ‘이’라는 글자는 ‘높은 사람’이라고 올려 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하튼 나폴레옹도 그 때는 ‘철부지급’의 마음이었을 거라고 여겨집니다. ‘철부지급’(轍鮒之急)이란, ‘수레바퀴 자국 안의 붕어의 위급함’이니 ‘매우 긴박한 결핍과 위급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옛날, 중국의 전국시대에 송(宋)나라 도학자인 장자(莊子)에 얽힌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장자는 자연법칙을 이해하는 평이한 생활을 주장하였지요. 장자가 생활이 가난하여 끼니를 잇기가 어렵게 되었을 때에 지방 관리를 찾아가서 몇 푼만 빌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관리는 핑계를 대며 말했습니다.
“이삼일만 지나면 영지에서 세금이 들어오는데, 그 때에는 삼백 금쯤은 꾸어 줄 수 있으니 기다리시오.”
당장에 먹을 게 없어서 죽을 지경인데, 며칠 후의 삼백 금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장자는 그냥 나올 수가 없어서 한 마디 했습니다.
“내가 여기 올 때에 보니, 길 한복판에 수레바퀴 자국이 나 있고 거기 고인 물에 붕어 한 마리가 빠져 있더군요. 붕어는 ‘죽을 지경이니 몇 잔(盞)의 물을 떠다가 살려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냐. 이삼일 있으면 내가 남방의 오나라와 월나라로 유세를 가게 되는데, 올 때에 그 서강(西江)의 물을 잔뜩 떠다 줄 테니 그 때까지 기다려라.’하고 말했지요. 그러자 붕어는 ‘나는 지금 몇 방울의 물이면 살 수 있는데, 당신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좋습니다. 후에 어물전에서 제 시체나 찾으십시오.’라고 했답니다.”
말을 모두 마치자, 장자는 획 돌아서서 밖으로 나와 버렸다고 전합니다.
급할 때에 아버지를 찾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마음’입니다. 나폴레옹도 마찬가지였지요.
그래서 나폴레옹은 그 애로를 글로 써서 아버지에게 보냈습니다. ‘애로’(隘路)는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 어렵고 곤란한 고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애로’는 한자 그대로 ‘좁고 험한 길’을 뜻합니다. 흔히 ‘애로 사항이 있다.’든가 ‘애로가 있다.’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일을 진행할 때에 앞에 놓인 길이 좁고 험해서 어렵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편지를 쓸 때에는 또박또박 정성껏 써서 자기 마음을 나타내어야 합니다. 함부로 괴발개발 써서 보냈다가는 차라리 안 보낸 것보다 못한 경우도 생깁니다. ‘괴발개발’은 ‘글씨를 되는 대로 마구 갈겨 써 놓은 모양’을 말합니다. 이는, ‘글씨의 모양이 사람이 쓴 게 아니라 고양이나 개가 발로 쓴 것과 같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여기에서 ‘괴’는 ‘고양이’(猫)를 가리키는 옛 말입니다. 그러므로 ‘괴발개발’은 ‘고양이의 발과 개의 발’을 나타내지요. 그러면 글씨를 잘 쓴다는 표현은 어떻게 할까요? ‘평사낙안’(平沙落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모래펄에 내려앉은 기러기’라는 뜻으로 ‘글씨를 예쁘게 잘 쓰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또, ‘투필성자’(投筆成字)라는 말도 생각나는군요. 이는, ‘글씨에 능한 사람은 정성을 들이지 않고 붓을 아무렇게나 던져도 글씨가 잘 된다.’는 말입니다. (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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