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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아이들은 나폴레옹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게 되었으나, 그렇다고 나폴레옹에게 곁을 주지도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해(害)코지’는 ‘남을 해롭게 하는 짓’을 가리키고, ‘곁을 주다’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에게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속을 터 줌’을 나타냅니다.
나폴레옹은 따돌림을 당하여, 속된 말로 ‘천덕꾸러기’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천덕꾸러기’에서 ‘천덕’은 ‘천(賤)더기’에서 왔습니다. ‘천더기’는 ‘천대만 받는 사람, 또는 그런 물건’을 말합니다. 그리고 ‘천더기’를 속되게 이를 때에 ‘천덕구니’ 또는 ‘천덕꾸러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일설에는, ‘천덕’에 ‘소박데기’나 ‘부엌데기’ 등의 천한 사람을 가리키는 ‘-데기’라는 접미사가 붙어서 ‘천덕데기’로 변했는데, ‘-데기’ 대신으로 이번에는 ‘-꾸러기’라는 접미사가 붙어서 ‘천덕꾸러기’가 되었다고도 합니다. 지금의 바뀐 뜻은 ‘남에게 언제나 천대를 받는 사람이나 물건’을 가리킵니다.
그 무렵, 나폴레옹에게 아주 기쁘고 놀랄 일이 생겼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의 친구가 같은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답니다. 그 친구를 여러분도 기억할 겁니다. 무지개를 잡으려고 함께 뛰어가기도 했고, 못쓰게 된 대포 위에 걸터앉아 함께 놀던 그 친구가 생각나지요? 옛 친구를 만났으니, 감구지회가 새로웠을 겁니다. ‘감구지회’(感舊之懷)는 ‘지난 일을 느꺼워하는 회포’를 말합니다. 우리는 이를 줄여서 ‘회포’(懷抱)라고 자주 사용하고 있지요. 나폴레옹은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외로운 그에게 그 친구는 ‘천군만마’와 같은 구원병이었을 테니까 말입니다. ‘천군만마’(千軍萬馬)는 ‘썩 많은 군사와 말’을 가리킵니다.
두 코르시카의 아이들은 서로 의지하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 당시에 두 사람의 사이를 ‘금란지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금란지교’(金蘭之交)는 ‘둘이 합심하면 그 단단하기가 능히 쇠를 자를 수 있고, 우정의 아름다움은 난의 향기와 같다.’는 뜻으로 ‘친구 사이의 매우 도타운 사귐’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나폴레옹의 성적은 쑥쑥 올라갔습니다. 한 마디로 ‘일취월장’했지요. ‘일취월장’(日就月將)은 ‘날로 달로 자라거나 나아감’을 나타냅니다. 글자의 순서를 바꾸어서 ‘일장월취’라고도 합니다. 나폴레옹은 마침내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이 모두 깜짝 놀랄 만큼 좋은 성적을 얻었습니다. 이럴 때에 ‘괄목상대’라는 말을 쓰면 되겠군요. ‘괄목상대’(刮目相待)는, 주로 손아랫사람의 학식이나 재주 따위가 놀랍도록 향상된 경우에, 이를 놀라워하는 뜻으로 쓰이는데, ‘눈을 비비고 다시 봄’을 가리킵니다. 그렇습니다. 누구나 마음만 굳게 먹으면 공부를 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좋은 친구를 사귀는 일도 중요합니다. 좋은 친구는 가장 좋은 스승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폴레옹은 ‘학립계군’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학립계군’(鶴立鷄群)은, 중국 ‘진서’(晋書)에 있는 말로, ‘닭이 많은 곳에 학이 섰다.’는 뜻인데, ‘눈에 띄게 훌륭함’을 비유한 말입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군계일학’(群鷄一鶴)이 있습니다. 이는, ‘닭의 무리 속에 있는 한 마리의 학’이라는 뜻으로, ‘평범한 여러 사람 가운데의 뛰어난 한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글자의 순서를 바꾸어서 ‘계군일학’(鷄群一鶴)이라고도 합니다.
나폴레옹이 3학년이 되었을 때, 교장선생님은 나폴레옹에게 반장을 맡으라고 하였습니다. 반장이 되면, 무엇보다도 수업을 시작할 때와 끝났을 때에 그 반의 모든 학생들에게 구령을 부르게 됩니다. 그 구령에 따라 아이들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여 주어야 하지요. ‘질서정연’(秩序整然)이란, ‘사물의 질서가 잘 잡히어서 한결같이 바르고 가지런함’을 말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코르시카 아이가 구령을 부르다니?”
“나는 그 구령에 따르기 싫어.”
“그 아이는 너무 건방져서 반장의 자격이 없어.”
저마다 어깃장을 놓아서 반대했습니다. ‘건방지다’에서 ‘건방’(乾方)은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24 방위의 하나’를 가리킵니다. 즉, 북서(北西)를 중심으로 한, 15도 범위 이내의 방위입니다. 술방(戌方)과 해방(亥方)의 사이를 말하지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팔방의 하나’를 나타냅니다. 즉, 북서(北西)를 중심으로 한, 45도 범위 이내의 방위입니다. 그런데 이 ‘건방’에 ‘-지다’가 붙어서 ‘건방지다’로 되면 ‘당치 않게 젠체하며 주제넘은 태도를 보이다.’라는 뜻이 됩니다. 다른 말로는 ‘-떨다.’를 붙여서 ‘건방떨다.’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어깃장’은 순우리말로 ‘짐짓 어기대는 행동’을 가리킵니다. 보통은 ‘어깃장을 놓다.’라고 사용하지요.(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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