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나도 이런 위대한 인물이 되고 싶다. 그래서 코르시카를 구하고, 넘보는 나라는 가차없이 응징하겠다.’
‘가차없다.’에서 ‘가차’(假借)는 한문 글자 여섯 구성의 여섯 가지 방법 중 하나입니다. 다시 말해서 어떤 말을 나타내는 적당한 글자가 없을 때에 뜻은 다르지만 음이 같은 글자를 빌어서 쓰는 방법입니다. ‘독일’(獨逸)이나 ‘불란서’(佛蘭西) 등이 그 좋은 예입니다. 주로 외국어를 한자로 표시할 때에 일어나는 현상이지요. 이런 경우, 빌어다 쓴 한자는 단지 외국어에 가깝게 소리를 내기 위한 것일 뿐이지, 한자 자체가 가지고 있는 뜻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가차없다’는 임시로 빌어다 쓰는 것도 안 될 정도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이 말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의 주도권을 가진 쪽에서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는 것, 또는 용서 없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나폴레옹은 먼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굳게 다물고 마음을 다졌습니다. 그런데 심술꾸러기인 프랑스 학생들이 그를 그냥 놔두지 않았습니다.
“흥, 이게 너의 나라냐?”
“에계계, 손바닥만한 나라구나!”
“그러하니 프랑스에게 진 거야.”
‘에계계’는 ‘에계에계’가 줄어서 된 말입니다. 그리고 ‘에계’는 ‘가벼운 뉘우침이나 탄식’을 나타내기도 하고, ‘작은 것이나 착살맞은 것을 업신여기어 하는 소리’이기도 하지요. 아이들은 때때로 그 곳으로 와서 휘뚜루마뚜루 저마다 한 마디씩 했습니다. ‘휘뚜루마뚜루’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마구 해치우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나는, ‘한 마디씩 하다.’의 자리에 ‘개나발을 불었다.’라는 말을 넣고 싶은 마음입니다. ‘개나발’에서 ‘개-’는 ‘야생의’라든가 ‘마구되어 변변하지 못함’의 뜻을 지닌 접두사입니다. 접두사인 ‘참-’과 대응되는 말이지요. 그러므로 ‘개나발’은, ‘개가 부는 나발’이 아니라, ‘마구 불어제치는 나발’이라는 뜻입니다. 지금은 그 뜻이 바뀌어서 ‘조금도 사리에 맞지 않는 허튼소리나 엉터리 같은 얘기’를 가리키게 되었습니다. 이 말은 주로 속되게 쓰입니다. 그러므로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원래 ‘나발’(喇叭)은 ‘우리나라 고유의 한 관악기’를 이릅니다. 즉, ‘놋쇠로 만들었는데, 부는 쪽이 빨고 끝부분이 퍼진 긴 대롱 같은 모양’을 지녔지요.
이따금 더욱 짓궂게 돌을 던져서 나폴레옹을 괴롭히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은 책만 읽는 샌님이 절대로 아닙니다. ‘샌님’은 ‘생원(生員)님’이 줄어서 된 말입니다. ‘생원’은 원래 과거의 소과(小科)에 합격한 사람을 부르는 말이었지요. 그런대 후대로 오면서 나이 많은 사람을 대접하는 존칭으로 쓰이곤 했습니다. 생원은 대개 공부도 많이 했고 몸가짐도 점잖았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가리켜서 ‘생원님’이라고 높여서 불렀답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는 ‘숫기가 없고 조용하며 사교성 없는 성격의 남자’를 가리키는 말로 되었습니다.
그런 시달림이 있을 때마다, 나폴레옹은 그 안에서 비호같이 뛰어나왔습니다. ‘시달림’은 흔히 ‘성가시거나 괴로운 일을 당하는 것’을 말합니다. 본디 이 말은 불교의 ‘시타림’(尸陀林)에서 나왔습니다. ‘시타림’은 인도의 중부에 있는 ‘왕사성 북쪽 숲’의 이름이랍니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동묘지였다는군요. 사람이 죽으면 이 곳에 시신을 내다버렸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이 곳에는 무서워서 사람들이 얼씬하지도 않았고, 여러 질병이 많이 생기는 지옥 같은 장소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 반면에, 도를 닦는 ‘수행승’(修行僧)들은 ‘고행의 장소’로 즐겨 택하였답니다. 수행자들은 이 곳에서 시체가 썩는 냄새와 여러 짐승들의 울부짖음과 목숨을 위협하는 병마들을 견디어 내야 했습니다. 그러므로 ‘시타림’에 들어가는 그 자체가 곧 ‘고행’을 가리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시달림’이란 말이 ‘괴로움을 당하는 것’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계속해서 성가시게 구는 것’도 가리키게 되었답니다. ‘고행’(苦行)이란 말은 알지요? 그리고 ‘비호’(飛虎)는 ’나는 듯이 날쌘 범‘을 가리키고, 그래서 ‘비호같다.’는, ‘매우 용맹스럽고 날쌔다.’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나폴레옹은 왜 그 안에서 뛰어나왔을까요? 껴안아 주려는 게 아닙니다. 냅다 상대방을 들이받아 버렸지요. 그럴 때는 기선을 잡아야 합니다. ‘기선(機先)을 잡다.’는 ‘상대가 행동을 일으키기 직전에 행동을 일으켜서 상대의 계획이나 기세를 꺾는다.’라는 말입니다. 다른 말로는 ‘선수(先手)를 치다.’라고도 합니다. 그렇게 하면 개개던 아이들도 견딜 수가 없어서 두 손을 들게 되지요. ‘개개다’의 본뜻은 ‘어떤 것이 맞닿아서 해지거나 닳음’을 가리킵니다. 지금은 ‘원하지 않는 어떤 것이 달라붙어 이쪽에 손해를 끼치거나 성가시게 하는 일’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달라붙어서 귀찮게 굴 때에 흔히 ‘개개다.’라고 말하지요. (김재황)
'봉쥬르, 나폴레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32) 교장 선생님의 말씀 (0) | 2008.09.26 |
---|---|
(31) 마침내 반장이 되다 (0) | 2008.09.25 |
(29)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즐겨 읽다 (0) | 2008.09.23 |
(28) 독야청청 책을 읽다 (0) | 2008.09.22 |
(27)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다 (0) | 2008.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