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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은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그야 물론, 나폴레옹을 ‘핫바지’로 만들려는 속셈이 있었겠지요. ‘핫바지’의 본뜻은 ‘일반적으로 별 볼일 없이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속어입니다. 원래 ‘핫바지’는 ‘솜을 두어서 지은 두툼한 바지’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바지에 솜을 두었기 때문에 모양이 나지 않을 뿐더러, 입었을 때는 어딘가 둔해 보이고 답답해 보이지요. 지금은 ‘시골 사람이나 무식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얕잡아서 이르는 말로 쓰입니다.
아이들이 작정하고 트집을 잡기 위해서 입을 모으면 ‘삼인성호’의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삼인성호’(三人成虎)는, ‘여러 사람이 거리에 호랑이가 나왔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라도 참말로 곧이듣게 된다.’는 뜻으로, ‘근거 없는 말도 여러 사람이 하면 이를 믿게 된다.’는 말입니다. 여기에도 고사가 있습니다.
중국 전국시대의 위(魏)나라 혜왕(惠王) 때의 일입니다. 방총(龐蔥)이란 사람이 위나라 태자와 함께 조(趙)나라의 한단(邯鄲)에 볼모로 잡혀가게 되었습니다. 이 때, 방총이 혜왕에게 말했습니다.
“만일에 어떤 사람 하나가 길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한다면 그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그걸 누가 믿겠나?”
“그러면 두 사람이 입을 모아서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렇다면 의심해 보아야지.”
“이번에는 세 사람이 와서 똑같이 모두 그렇게 말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거야 믿을 수밖에 없지.”
그 말이 끝나자, 방총은 혜왕에게 말했습니다.
“길거리에 호랑이가 갑자기 나타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세 사람이 똑같은 말을 하게 되면 실제로 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난 것으로 믿게 될 뿐입니다. 저는 이제 양(梁)을 떠나서 한단으로 가게 되지만, 제가 떠난 후에 제게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사람이 세 사람 정도가 아닐 겁니다. 그렇더라도 끝까지 저를 믿어 주시기 바랍니다.”
혜왕은 크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염려 말게. 나는 내 자신의 눈밖에 믿지 않겠네.”
그러나 방총이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서 그를 참소하는 사람이 나왔습니다. ‘참소’(讒訴)란, ‘남을 헐뜯어서 없는 죄를 있는 듯이 꾸며 고해 바치는 일’입니다. 후일에 볼모지에서 태자는 돌아왔지만, 방총은 혜왕의 의심을 받아서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중국 전국책(戰國策)에 기술되어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교장선생님은 나폴레옹을 불러서 말했습니다. ‘와중’(渦中)의 본뜻은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물의 한가운데’라는 말인데, 지금은 ‘소용돌이치는 물의 한가운데처럼 떠들썩한 사건의 한가운데’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너는 영리하고 훌륭한 학생이다. 그러나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친구들이 싫어한다면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없다. 장차 병사들에게 존경받는 사관이 되지 못하면 영락없이 싸움에 진다. 이 점을 잘 생각해야 한다.”
‘영락(零落)없다.’의 본뜻은 ‘숫자를 나눌 때에 딱 맞아떨어져서 나머지가 0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바뀐 뜻은 ‘사리가 분명하고 이치에 딱 들어맞는다.’라는 뜻으로 ‘강조를 나타낼 경우’에만 사용합니다. 그러나 ‘영락없다.’라는 한자말보다 ‘틀림없다.’라는 순우리말을 쓰도록 해야 합니다.
나폴레옹은 교장선생님의 이야기를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는 중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거려졌습니다. 그는 그 순간에 인생의 새로운 ‘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안’(開眼)은 ‘안 보이던 눈이 보이게 되는 것’을 말하지만, ‘그 동안 미처 몰랐던 사실이나 진리를 깨우쳐서 비로소 사물이나 사건을 확연히 알게 되는 경지’를 가리킵니다. 그러면 이왕 내친 김에 ‘개안’의 본뜻을 살펴볼까요?
절에서 불상을 만들거나 불화를 그린 뒤에, 부처님을 모시는 봉불식을 하기 전까지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채로 남겨 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첫 공양을 할 때에 눈동자를 그려 넣는 점안(點眼) 의식을 행하지요. 이를 가리켜서 ‘개안공양’(開眼供養)이라고 한답니다. 그런데 이 때에서야 비로소 불상이나 불화에 눈이 생김으로써 하나의 온전한 불상이나 불화의 구실을 하게 됩니다. 이제는 ‘개안’이란 말이, ‘개안공양’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아시겠지요? (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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