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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뿐만 아니라, 나폴레옹은 공부할 때에도 모두 함께 생각하거나 어려운 문제로 고심하는 친구가 있으면 사근사근하게 가르쳐 주기도 했습니다. ‘사근사근하다.’의 본뜻은, ‘사과나 배를 씹을 때처럼 시원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람의 성격을 비유한 말이지요. 지금은 ‘성격이 부드럽고 친절한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어느 겨울날 아침, 함박눈이 소복이 내려서 쌓였습니다. 엄동설한입니다. ‘엄동설한’(嚴冬雪寒)은 ‘눈이 오고 몹시 추운 겨울’을 나타냅니다. 그런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학생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서 눈싸움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 편 중에 한 편의 대장은 나폴레옹입니다. 대장은 용감하기도 해야 되지만, 지략이 뛰어나야 합니다. ‘지략’(智略)이란 ‘슬기로운 계략’을 가리킵니다. 일명 ‘지모’(智謨)라고도 말합니다. 물론, 나폴레옹은 멋진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요.
먼저, 자기편의 모든 사람을 두 쪽으로 나누었습니다. 한 쪽은 공격을 맡도록 하고, 다른 한쪽은 수비를 맡도록 했습니다. 즉, 공격하는 쪽이 앞에서 용감하게 싸우고 있는 동안에, 수비하는 쪽은 둑 뒤에 숨어서 열심히 딱딱하게 눈을 뭉친 덩어리를 많이 만들어 놓는 꾀입니다. 이를 두고 ‘허허실실’의 계책이라고 하지 않을까요? ‘허허실실’(虛虛實實)은 ‘적의 허를 찌르고 실을 피하는 등, 서로 계략을 다하여 싸우는 모습’을 말합니다.
드디어 눈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상대편의 대장이 뒤에서 필부지용을 뽐내며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습니다. ‘필부지용’(匹夫之勇)은 ‘깊은 생각 없이 혈기만 믿고 냅다 치는 소인의 용기’를 가리킵니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옛 이야기가 담기어 있습니다.
맹자가 왕도정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각국을 순방하며 유세하던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양(梁)나라의 혜왕(惠王)이 맹자에게 정중하게 물었습니다.
“이웃나라와 어떻게 국교를 맺어야 하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했습니다.
“큰 나라는 작은 나라에게 받드는 마음을 지니고 겸허한 태도로 사귀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은 아니어서 어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맹자는 잠간 숨을 돌린 다음에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소(小)가 대(大)를 받드는 일은 하늘의 도리입니다. 그러나 무왕의 조부 대왕이 그 일을 행하였기 때문에 주(周)는 뒤에 큰 나라를 이루게 되었고 월나라의 왕인 구천(勾踐)은 숙적인 오나라를 이길 수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혜왕은 매우 훌륭한 도리라고 탄복하였으나, 내심으로 집히는 데가 있어서 다시 물었습니다.
“나에게는 해롭다고 하시겠지만, 용(勇)을 즐기는 성품이 나에게 있으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이에, 맹자는 옷깃을 여미고 대답했습니다.
“소용(小勇)을 즐기시면 안 됩니다. 칼을 들고 눈을 부라려서 너는 나의 적수가 아니라고 나서는 일이라면 ‘필부의 용’으로도 능히 할 수 있습니다. 더 큰 용기를 지니셔야 합니다.”
이리하여 진나라 군사는 건업(建業)을 함락시키고 천하를 통일하였습니다.
흰 눈이 덮인 들판으로 상대편 대장의 목소리가 커닿게 울려 퍼졌습니다.
“적을 향하여 돌격!”
그들은 일심불란으로 한꺼번에 공격해 왔습니다. ‘일심불란’(一心不亂)은 ‘마음을 오로지 하여’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나폴레옹 편의 공격하는 숫자는 저편의 절반밖에 안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얼마쯤 싸우는 척하다가 하나씩 둘씩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습니다. 이를 ‘유인’이라고 합니다. ‘유인’(誘引)이라는 말은, 남을 ‘꾀어냄’을 이릅니다.
그 모습을 본 상대편은, 좀더 밀고 나가면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기세가 등등하여 공격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기세’(氣勢)는 ‘기운차게 내뻗는 형세’를 뜻하고 ‘등등(騰騰)하다.’는 ‘서슬이 푸르다.’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박차를 가하다.’란 말은 이미 전에 기술했으니 알고 있겠지요?(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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