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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나폴레옹의 계책은 절반쯤 성공을 거둔 셈입니다. 둑 뒤에 숨어서 기다리고 있는 쪽은 일각여삼추입니다.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란, ‘일각이 삼 년의 세월같이 여겨진다.’는 뜻으로, ‘몹시 기다려지거나 몹시 지루한 느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일각’(一刻)은 옛 시간의 단위로 지금의 약 ‘15분’이지요.
이윽고 상대편이 둑 가까이까지 진격하여 왔을 때, 손에 땀을 쥐며 매복하고 있던 이쪽이 일제히 둑 위로 올라서서 그 동안 뭉쳐 두었던 눈을 한꺼번에 던졌습니다. ‘매복’(埋伏)은 ‘몰래 숨어 있음’을 뜻합니다. 이는, ‘천시불여지리’를 생각나게 합니다. ‘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理)는 ‘전쟁을 함에 있어서 때가 자기편에 유리하다고 할지라도, 상대편이 이쪽보다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고 있으면 승리할 수 없다.’라는 말입니다.
기세 좋게 공격해 오던 적은, 기습을 받아서 기세가 한풀 꺾였는데, 게다가 딱딱한 눈의 뭉치가 빗발같이 날아오자 혼비백산했습니다. ‘한풀 꺾이다.’의 본뜻은 ‘이불 호청이나 옷을 갓 풀을 먹여서 빳빳하던 풀의 기운이 어느 정도 가신 상태’를 말합니다. 지금은 ‘한창이던 기세나 투지가 어느 정도 수그러든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쓰입니다. 바꿔 쓸 수 있는 말로는 ‘한풀 죽다.’가 있지요. 그리고 ‘혼비백산’(魂飛魄散)은 ‘혼백이 날아서 흩어진다.’는 뜻으로 ‘몹시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지경’을 이르는 말입니다.
“야아, 도저히 못 참겠다!”
상대방은 머리를 싸안고 삼십육계를 놓으려고 했습니다. ‘삼십육계’(三十六計)는 ‘전쟁에서 쓸 수 있는 36가지의 책략을 적은 책’입니다. 숫자가 낮을수록 고급이고 숫자가 높을수록 저급한 책략이지요. 그 중에서 흔히 ‘줄행랑’으로 알려진 36번째의 경우, ‘상대가 너무 강해서 맞서 싸우기가 어려울 때에 달아나는 게 가장 나은 계책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힘이 약할 때는 일단 몸을 피했다가 다시 힘을 길러서 싸우는 게 옳음을 강조한 말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무조건 달아나는 게 상책’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다른 말로는, ‘주위상책’이라고도 씁니다. ‘주위상책’(走爲上策)은 ‘화를 피하려면 달아남이 제일 좋은 계책’이라는 뜻입니다. 나폴레옹은 그 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자, 이 때다. 모두 돌격!”
나폴레옹은 크게 소리치며 자기편의 제일 앞에 서서 적진으로 돌진해 들어갔습니다. 이를 ‘선봉에 서다.’라고 말합니다. ‘선봉(先鋒)에 서다.’는 ‘맨 앞장에 서다.’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는, 쫓겨 가는 적을 파죽지세로 단숨에 공격해서 적의 항복을 받아 내고야 말았습니다. ‘파죽지세’(破竹之勢)는 ‘대나무를 쪼개는 기세’라는 뜻으로 ‘세력이 강대하여 적을 거침없이 물리치고 쳐들어가는 기세’를 이릅니다. 여기에도 고사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진(晋)나라와 오(吳)나라가 패권을 다투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진의 무제(武帝) 감녕(感寧) 5년, 진은 드디어 대군을 몰아서 오나라의 정벌에 나섰습니다. 두예(杜豫)는 중앙에서, 왕준(王濬)의 수군은 서쪽의 양자강에서, 그리고 왕혼(王渾)은 동방에서 각각 총공격을 감행했습니다. 전쟁은 계속되었고, 이듬해에 무창(武昌)을 함락시킨 두예는 작전회의를 시작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 장수가 ‘봄이 오고 있으니 일단 후퇴하였다가 겨울에 다시 공격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러자 두예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아니다. 지금 우리는 승세에 있다. 마치 대를 쪼갤 때와 같다. 이는, 마디를 쪼개 나가면 칼만 대어도 저절로 쪼개져서 힘들일 필요도 없는 상태이다. 이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마침내 눈싸움이 끝나고 모두 나폴레옹에게로 몰려들었습니다.
“정말 멋진 작전이었어.”
“참으로 용기도 대단했지.”
“통솔력도 아주 좋던걸.”
저쪽 편도 이쪽 편도 나폴레옹의 리더십에 모두 감탄했습니다. ‘리더십’(leadership)은 ‘지휘자로서의 지위나 직책’ 또는 ‘지도자로서의 능력이나 자질’ 등을 가리킵니다. 이 일이 있은 다음부터, 반장이 된 나폴레옹의 말에 학생들은 심기일전하여 잘 따르게 되었습니다. ‘심기일전’(心機一轉)은 어떤 동기에 의하여 ‘지금까지 품었던 생각과 마음의 자세를 완전히 바꿈’을 이릅니다. (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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