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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은 15살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나이로 15살을 논어(論語)에서 ‘지학지년’이라고 합니다. ‘지학지년’(志學之年)의 ‘지학’은 ‘학문에 뜻을 둠’을 일컫습니다. 그러므로 확실하게 나폴레옹은 이제 ‘지학지년’을 넘긴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 해 가을에, 그는 유년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당당히 나폴레옹은 파리에 있는 사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이 학교는 프랑스 군대의 장교가 되는 등용문입니다. ‘등용문’(登龍門)이란, ‘입신출세나 벼슬길에 오르는 관문 등을 통과한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용문’(龍門)은 중국의 황하 상류에 있는 ‘급히 흐르는 물’을 말하는데, 잉어가 이 곳으로 특히 많이 모인다고 합니다. 그 많은 잉어들이 그 급류를 거슬러 오르려고 애쓰지만, 실제로 거슬러 오르는 잉어는 거의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만약에 그 거센 물길을 거슬러 오르기만 하면, 용(龍)이 되어서 하늘로 오를 수 있다고 하였지요. 이로부터 ‘용문에 오른다.’는 말은, 곧 ‘크게 된다.’는 것을 뜻하게 되었다고 전합니다.
그런데 ‘등용문’에 오르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 경우를 가리켜서 ‘점액’(點額)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점’은 ‘상처를 입는다.’는 뜻이고, ‘액’은 ‘이마’라는 뜻이랍니다. 말하자면 ‘용문을 향하여 급류를 타고 오르다가 바위에 이마를 부딪쳐서 피를 흘리며 떠내려가는 상황’입니다. 이를 가리켜서 ‘낙방자’(落榜者)라고도 하고, ‘생존경쟁의 패배자’라고도 합니다. ‘생존경쟁’(生存競爭)은, 생활이나 지위 따위를 둘러싸고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쟁’을 말하는가 하면, 살아남기 위하여 ‘먹이나 사는 곳 따위를 서로 차지하려는 생물 사이의 다툼’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 사관학교에 입학하였다고 하면, 군인으로 출세는 이미 ‘떼 놓은 당상’입니다. ‘떼 놓은 당상(-堂上)’의 본뜻은 ‘당상관 벼슬을 떼어서 따로 놓았다.’입니다. 여기에서 ‘당상관’(堂上官)은 ‘정삼품 이상의 벼슬’을 가리키고, ‘정삼품’(正三品)은 고려와 조선조의 품계 중 ‘다섯째 등급’으로 ‘문관은 통정대부(通政大夫) 이상이고 무관은 절충장군(折衝將軍) 이상’이 이에 딸렸답니다.
그 사관학교는 대궐 같은 훌륭한 건물을 지니고 있었으며, 게다가 깊은 숲 속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어느 때인가, 그 교실에서 선생님이 여러 학생들에게 말했습니다.
“코르시카는 프랑스에 완전히 복종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코르시카는 프랑스의 일부분이 되었다.”
그 말을 들은 나폴레옹은 벌떡 일어나서 큰 목소리로 똑똑하게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프랑스는 군대의 힘으로 코르시카를 지배하고 있는 겁니다. 코르시카 사람들은 독립을 원하고 있습니다. 코르시카는 코르시카 사람들의 땅입니다.”
일언지하로 딱 자르는 나폴레옹의 말에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일언지하’(一言之下)는 ‘두 말할 나위없음’을 말합니다. 참으로 시퍼런 폐부지언입니다. ‘폐부지언’(肺腑之言)은 ‘마음속을 찌르는 참된 말’을 이릅니다.
그런데 이 학교의 학생들도 높은 신분을 지닌 가정의 자녀들뿐이어서 경제적으로 아주 풍족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이 파리 시내로 놀러 갈 때에는 새 군복에 많은 돈을 지니고 갔습니다. 아마도 그들에게 지금처럼 신용 카드가 있었다면 그들은 더욱 신바람이 났겠지요.
그러면 신용 카드의 유래를 한 번 살펴볼까요? 1920년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크레디트 카드’가 사용되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다양한 가맹점에서 사용이 가능한 ‘크레디트 카드’는, 1950년에 다이너스클럽사가 소개한 게 처음이었답니다. 우리나라에서 ‘크레디트 카드’가 발행되기 시작한 시기는, 1967년 7월에 ‘신세계 백화점’이 자기 회사의 중역들을 대상으로 통장식 신용거래를 하다가 모든 사원들에게 이 방식을 확대한 카드식으로 전환하면서부터랍니다. 그 후, 1970년에 조선호텔이 회원제를 도입하여 ‘플라스틱 카드’를 만들고, 이어서 1974년 5월에 ‘미도파 백화점’이 ‘크레디트 카드’의 발행을 개시했습니다. 카드 발행 전문회사의 설립은 1978년 9월에 ‘코리안 익스프레스’가 최초이며, 그로부터 2개월 후인 11월에 한국신용카드사가 설립되었습니다. 은행계 카드는 1980년 6월에 5개 시중은행의 연합체가 ‘비씨카드’를 발행하였지요.
그렇기에 이 학교의 학생들도 가난한 집안의 나폴레옹을 괄시하고 놀리며 망나니 노릇을 하였습니다. ‘망나니’는 원래 ‘조선시대에 사형수의 목을 베는 사형집행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여러분도 사극에서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사형수의 목을 내려치기 전에, 머금었던 물을 뿜어내고 한바탕 칼춤을 추며 겁에 질린 사형수의 혼을 빼 놓곤 하던 그 사형집행인을 ‘망나니’라고 불렀습니다. 지금은 ‘말과 행동이 몹시 막돼먹고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지요.
아무래도 초록은 동색인가 봅니다. ‘초록은 동색(同色)’이라는 말은, ‘풀빛과 녹색은 같다.’는 뜻에서 ‘어울려서 같이 지내는 것들은 모두 같은 성격의 무리’라는 의미입니다. 즉, ‘프랑스 부잣집 아이들은 모두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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