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37) 늘 수불석권하다

시조시인 2008. 10. 1. 07:03

(37)

  나폴레옹은 유년학교를 막 입학했을 때의 일을 떠올렸습니다. 그러자 아주 쓸쓸한 기분이 들면서 관자놀이가 아파 왔습니다. ‘관자(貫子)놀이’는 귀와 눈 사이에 있는 ‘맥박이 뛰는 자리’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 곳을 ‘태양혈’(太陽穴)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음식을 씹을 때에 움직이는 자리입니다. 옛날에 상투를 틀던 시절에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정돈하기 위해 머리에 쓰던 ‘망건’이 있었습니다. 이 망건을 단단히 머리에 얹기 위한 ‘당줄’이 있었는데, 그 것을 꿰어서 거는 조그만 고리가 바로 ‘관자’입니다. 맥박이 뛸 때마다, 귀와 눈 사이에 매단 관자가 움직이기 때문에 ‘관자가 노는 자리’라는 뜻으로 사용했지요. ‘달랑달랑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논다.’라고 표현한 그 예술성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멍텅구리도 아니고 철부지도 아닙니다. ‘멍텅구리’는 ‘판단력이 없어서 옳고 그름을 제대로 분별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래서 모양은 없이 바보처럼 분량만 많이 들어가는 병을, ‘멍텅구리병’이라고 말합니다. 원래 ‘멍텅구리’는 ‘바닷물고기의 이름’입니다. 이 물고기는 못생긴데다가 동작이 느려서 아무리 위급한 때라도 그 위험에서 쉽게 벗어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철부지’에 대해서는 앞에서 설명했지요?

또 걱정해 보았자, 부질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부질없다.’는 ‘불질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이 말에는 두 가지 어원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대장간 어원설’입니다. 옛날에 대장간에서 쇠붙이를 만들 때, 쇠를 불에 달구었다가 물에 담갔다가 하면서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었지요. 이를 ‘담금질’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불질을 하지 않은 쇠는 성질이 무르고 금세 휘어지기 때문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여기에서 ‘부질없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불을 피우는 기구인 ‘풍로 어원설’입니다. 옛날에 불을 피울 때는 풍로를 돌려서 불질을 해야만 불길이 활활 일어났는데, 불질을 하지 않으면 불꽃이 일어나기는커녕 금방 사그라졌습니다. 그러므로 풍로에 ‘불질 없다.’는 것은 곧 ‘아무런 결과를 볼 수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지금은 ‘부질없다.’를 ‘쓸데없고 공연한 행동’을 나타내는 말로 쓰고 있습니다.

‘그까짓 프랑스 생도들에게 질 수는 없다.’

나폴레옹은 사소한 걱정을 말끔하게 털어 버리고 평기허심으로 돌아와서 훌륭한 생도가 되려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평기허심’(平氣虛心)은 ‘심기를 조용하게 가져서 잡념을 없앰’의 뜻으로, ‘침착하고 조급하지 아니함’을 이릅니다.

사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한 칸씩 자기 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코르시카 출신의 지기 싫어하는 나폴레옹입니다. 그는 그 날의 수업이 끝나면, 자기 방으로 가서 두문불출하며 공부에 몰두하였습니다. ‘두문불출’(杜門不出)은 ‘방에만 박혀서 밖에 나가지 않음’을 뜻합니다. 이 말에는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에 얽힌 옛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즉, 이성계가 역성혁명을 일으킨 뒤에, 고려의 유신 72명은 새로운 왕조 섬기기를 거부하고 경기도 개풍군에 있는 ‘두문동’(杜門洞)으로 들어가서 죽도록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두문불출’의 ‘두문’은 바로 ‘두문동’의 그 ‘두문’입니다. 그리고 ‘몰두’(沒頭)는 ‘한 가지 일에만 온 정신을 기울임’을 말합니다.

정말이지, 나폴레옹은 그 몸가짐이 알토란같았다고 합니다. ‘알토란같다’는 ‘부실한 데가 없이 옹골차고 단단하다.’는 뜻과 ‘살림살이를 규모 있고 알뜰하게 한다.’는 뜻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원래, 막 흙에서 파낸 토란은 흙이 묻어 있고 잔뿌리가 많아서 지저분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 토란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잔뿌리를 다듬어서 깨끗하게 만든 토란을 ‘알토란’이라고 하지요.

나폴레옹은 학교 공부 이외의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 수불석권하였지요. ‘수불석권’(手不釋卷)은 ‘손에서 책을 놓을 사이가 없이 항상 열심히 책을 읽음’을 가리킵니다. 이는, 이 책의 제목에 붙인 바로 그 말입니다. 그는, 영국이나 페르시아나 터키나 이집트 등의 여러 나라 역사책을 즐겨 읽었습니다. 특히 코르시카의 역사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좋았습니다. 그런 책들은 아무리 읽어도 진력나지 않았습니다. ‘진력나다.’는 ‘힘이 모두 빠지다.’를 뜻합니다. ‘진력(盡力)’은 ‘있는 힘을 다함, 힘이 닿는 데까지 다함’이라는 말입니다. 여기에 ‘-나다’가 붙음으로써 반대의 뜻으로 되었습니다.(김재황)


'봉쥬르, 나폴레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39) 시관학교를 졸업하다  (0) 2008.10.03
(38) 아버지의 부음을 듣다  (0) 2008.10.02
(36) 사관학교에 입학하다  (0) 2008.09.30
(35) 정말 멋진 작전이었어  (0) 2008.09.29
(34) 눈싸움을 하다  (0) 2008.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