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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이 코르시카로 돌아오고 나서 집안 살림은 조금씩 나아져 갔습니다. 그런데 조금 안정을 가질 만하니까, 엉뚱한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듣기 거북하게도, 코르시카에 가담항어가 나돌았습니다. ‘가담항어’(街談巷語)는 ‘길거리나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일컫습니다. ‘가담항의’(街談巷議)라고도 합니다. 이는, 누군가가 나폴레옹을 못 살게 만들려는 유언비어인 듯합니다. ‘유언비어’(流言蜚語)는 ‘아무 근거 없이 널리 퍼진 소문, 터무니없이 떠도는 말’을 가리킵니다. ‘부언낭설’(浮言浪說)이나 ‘부언유설’(浮言流說) 또는 ‘도청도설’(道聽塗說) 등이 모두 같은 뜻입니다.
“나폴레옹은 믿을 수 없다.”
기가 차서 말문이 막혔을 겁니다. 여태껏 믿음을 저버린 적이 없는 나폴레옹이었습니다. 그를 믿을 수 없다면, 대체 이 세상에 믿을 사람이 누구란 말입니까? 어불성설이었지요. ‘어불성설’(語不成說)은 ‘말이 조금도 사리에 맞지 않음, 또는 말이 되지 않음’ 등을 나타냅니다.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나폴레옹이 프랑스 정부의 돈으로 프랑스의 사관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이랍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요? 기회가 있을 때에 공부는 반드시 해 두어야 합니다. 지식은 곧 힘이지요. 힘을 길러 놓아야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철’(前轍)은 ‘앞서 간 수레의 바퀴자국’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전철을 밟는다.’의 본뜻은 ‘앞서 간 수레의 바퀴자국을 밟는다.’라는 뜻이 됩니다. 그러나 ‘전철을 밟는다.’라고 쓸 때는 수레가 옳지 않은 길을 갔을 때를 가리키지요. 지금의 뜻은 ‘앞 사람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더욱 놀랍게도, 프랑스 교육을 받은 나폴레옹은 프랑스 사람이지 코르시카 사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미국 사람들이겠군요. 이는, 언어도단입니다. ‘언어도단’(言語道斷)의 본뜻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최상의 진리, 이심전심으로만 전수되는 진리의 본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즉, 언어로는 도저히 잘라서 말할 수 없는 ‘도’(道)의 경지, 언어 바깥의 경지에 있는 ‘도’(道)를 말합니다. 이렇듯 ‘언어도단’은, 본래 ‘도(道)는 문자나 언어로는 전할 수 없다.’는 뜻을 가진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너무 엄청나게 사리에 어긋나서 이루 말로 할 수 없음’을 뜻하는 말로 변했습니다.
봉황의 큰 뜻을 어찌 조그만 참새가 알겠습니까마는, 나폴레옹은 그와 같은 말을 듣는 게 몹시 괴로웠을 겁니다. 횡래지액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횡래지액’(橫來之厄)은 ‘뜻밖에 닥쳐온 모질고 사나운 일’을 말합니다. 하느님은 큰일을 담당할 사람에게는 그리 큰 시련을 내리는 모양입니다. 그 후로도 나폴레옹은 휴가 때마다 코르시카로 와서 견인불발하며 어머니를 도왔습니다. ‘견인불발’(堅忍不拔)은 ‘굳게 참고 견디어 마음이 흔들리거나 마음을 빼앗기지 아니함’을 말합니다. 그렇게 2년 정도 지났을 때, 형 조제프가 이탈리아에서 어머니에게로 돌아왔습니다. 나폴레옹은 그제야 비로소 어머니를 형에게 맡기고 군인 생활에만 충실할 수 있었습니다. (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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