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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렵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큰일이 벌어졌습니다. 1779년의 일입니다. 나폴레옹의 나이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입니다. 그 당시의 프랑스는, ‘루이16세’라고 하는 왕이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이세동조’라는 말이 있듯, 어느 시절 누구든지 권자에 앉으면 호사를 누리고 싶은가 봅니다. ‘이세동조’(異世同調)는 ‘때는 다르되, 가락은 같다.’는 뜻으로 ‘사람이 사는 세상은 예나 이제나 다름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호사’(豪奢)는 ‘매우 호화롭고 사치스럽게 지냄, 또는 그런 상태’를 말합니다.
왕은 아주 훌륭한 궁전에 살면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날마다 수많은 손님들을 궁전 안으로 불러들이고는 갖가지 음식들을 베풀거나 여인들을 바꾸어 가며 무도회를 열곤 했습니다. 성찬을 준비하는 요리사만 해도, 자그마치 260명이나 있었다는군요. 그러니 얼마나 기막힌 진수성찬이었을까요? ‘진수성찬’(珍羞盛饌)은 ‘맛이 좋고 푸짐하게 차린 음식’을 말합니다. 상에는 산해진미가 그득했겠지요. ‘산해진미’(山海珍味)는 ‘산과 바다의 온갖 산물로 차린 음식’을 나타냅니다. 다른 말로는 ‘산진해착’(山珍海錯)이나 ‘수육진미’(水陸珍味)라고도 씁니다. 그야말로 주지육림 속에서 살았습니다. ‘주지육림’(酒池肉林)은 ‘술은 못을 이루고 고기는 숲을 이룬다.’는 뜻으로, ‘술과 고기가 푸짐하게 차려진 술잔치’를 이르는 말입니다. 또 여기에는 이런 고사가 있습니다.
중국 하(夏)나라의 걸왕(桀王)은 유시(有施) 씨의 나라에서 바친 ‘말희’(妺嬉)라는 여자에게 푹 빠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보석과 상아의 궁전을 지은 다음, 옥으로 만든 침대를 갖추어 놓고 말희와 밤낮으로 즐겼습니다. 게다가 3천 명의 미소녀를 전국에서 뽑아다가 찬란한 옷을 입히고는 노래와 춤을 보이도록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말희의 제안으로, 궁중에 큰 못을 파서 향기로운 술을 쏟아 붓고, 연못가에는 고기로 만든 반찬을 가득 차려 놓았습니다. 왕은 말희와 함께 술의 못에서 뱃놀이를 하고, 미소녀들은 못가에서 춤을 벌였습니다. 그러다가 북소리가 나면 못으로 달려가서 술을 마시고 고기를 뜯어먹으며 아우성을 쳤습니다. 왕과 말희는 그 모양을 바라보고 서로 얼싸안으며 즐겼습니다.
노는 일이라면, 은(殷)나라의 주왕(紂王)도 그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유소(有蘇) 씨의 나라에서 바친 ‘달기’(妲己)라는 여인에게 정신을 모두 빼앗겼습니다. 왕은 그녀를 위하여 백성에게 돈과 비단과 곡식 등을 마구 거두어들여서 곳간마다 산더미처럼 쌓아 두었습니다. 그리고는 호화찬란한 궁전을 지었습니다. ‘호화찬란’(豪華燦爛)에서, ‘호화롭다.’는 ‘사치스럽고 화려한 데가 있다.’를 뜻하고, ‘찬란하다.’는 ‘빛이 눈부시게 아름답다.’를 말합니다.
주왕도 또한, 자기의 궁전 안에 못을 파서 술을 붓고, 연못가에는 고기를 잔뜩 걸어놓아서 숲을 이루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노래와 춤으로 달기와 놀아났습니다. 그러한 ‘미친 잔치’가 120일이나 밤낮으로 계속되었기 때문에, ‘장야지음’(長夜之飮)이라는 말까지 생겼다는군요.
황음무도는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황음무도’(荒淫無道)란, ‘술과 여자에게 빠져서 사람의 도리를 돌아보지 않음’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지름길’은 ‘어떤 목적지까지 가장 가깝게 통하는 길’을 나타냅니다. 한자말로는 ‘첩경’(捷徑)이라고 합니다. 이 말의 본뜻은, ‘원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두 점을 잇는 가장 짧은 직선’인데, ‘지름’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이처럼, 원의 둘레를 빙 돌아서 맞은편에 닿는 게 아니라, 원의 한가운데 지름을 질러가는 길이 바로 ‘지름길’입니다.
잘 먹고 마신 다음에는, 거들먹거리고 싶었을 겁니다. ‘거들먹거리다.’는 ‘신이 나서 거들먹거들먹하다.’를 말합니다. ‘거들먹거들먹’은 ‘도도하게 행동하는 모양’을 가리키지요. 그 왕이 어디에 나갈 때에는 대신이나 비서들이 타는 마차가 2백여 대나 따르는 형편이었다니, 그만하면 거들먹거들먹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돈이 어디에서 나왔겠습니까? 그 많은 비용은 모두 백성들로부터 거두어들인 세금으로 충당하였지요. 그리고 세금을 많이 거두려면 백성들을 조삼모사의 방법으로 속여야 합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는 ‘간사한 꾀를 써서 사람을 우롱함’을 이릅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고사가 있습니다.
송나라에 원숭이를 기르는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워낙 많은 원숭이들을 기르다 보니, 그는 원숭이의 먹이를 대느라고 땀을 많이 흘렸습니다. 그렇다고 정성 들여 기른 원숭이들을 내다 팔아버릴 수도 없었기에, 당분간 원숭이들의 먹이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오래 함께 살다 보면,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게 되지요. 그렇듯 저공과 원숭이들은 마음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사이였답니다. 하루는 저공이 원숭이들에게 마음으로 물었습니다.
“이제부터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의 수를 줄여서 아침에는 3개씩 주고 저녁에는 4개씩을 주겠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펄쩍 뛰었습니다. ‘아침에 3개를 먹고 저녁에 4개’를 먹으면 배가 고파서 어떻게 사느냐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가 바로 ‘조삼모사’입니다. 이에, 저공은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가, 크게 인심이나 쓰는 듯이 말했습니다.
“좋다. 그렇다면, 아침에 4개씩을 주고 저녁에는 3개씩을 주도록 하겠다. 그러면 모두 만족하겠느냐?”
그 말을 들은 원숭이들은 모두 좋다고 고개를 끄덕끄덕했답니다. (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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