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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그 왕은 ‘혜이불비’라는 말도 듣지 못 했는가 봅니다. ‘혜이불비’(惠而不費)란,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백성에게 은혜를 베풀어야 하되, 돈을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논어’(論語)에 있는 말입니다.
그 많은 세금을 바치는 사람은 주로 가난한 백성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가난한 서민들이 ‘호구’였던 셈입니다. ‘호구’(虎口)는 글자 그대로 ‘범의 아가리’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바둑 용어’로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바둑에서 이야기하는 ‘호구’는, ‘상대편 바둑 석 점이 이미 포위하고 있는 형국’을 가리킵니다. 그 속에 바둑돌을 놓으면 꼼짝없이 먹히고 말기 때문입니다. ‘호랑이 입에 날고기’가 되는 겁니다. 그러나 오늘날에 이 말은 ‘먹잇감이나 이용감이 된다.’는 뜻으로 널리 쓰입니다. 말에도 ‘남성용’이나 ‘여성용’이 있다는 생각인데, 이 말을 여성들은 잘 쓰지 않는 듯합니다.
앞에서 바둑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군요.
‘바둑’이라는 말은, 한자말인 ‘위기’(圍碁)를 비롯해서 순수한 우리말인 ‘바돌’이나 ‘바독’이나 ‘바둑’ 등으로 불리어 왔습니다. 그런데 광복 후부터 ‘바둑’으로 통일이 되었지요. 바둑의 유래는 매우 오랩니다. 문자가 생기기 이전인 4300여 년 전에 나타났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옛날, 하(夏)나라 걸왕(桀王)이 ‘석주’(舃冑)라는 사람에게 명하여 바둑을 만들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요(堯) 임금과 순(舜) 임금이 그 아들들의 지혜를 높게 만들려고 바둑을 가르쳤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 바둑판의 구조가 ‘주역’(周易)의 이치와 서로 통하므로, 바둑의 기원이 ‘주역’의 발생과 때를 같이했으리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바둑이 들어온 시기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바둑의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의 ‘구당서’(舊唐書)에 ‘고구려는 바둑과 투호 등의 유희를 좋아한다.’는 기록이 있고, 또 ‘후한서’(後漢書)에는 ‘백제의 풍속은 말 타고 활 쏘는 일을 중히 여기며 역사 서적도 사랑한다. 그리고 바둑 두는 것을 숭상한다.’라고 씌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광복 이전까지 ‘순장(順丈)바둑’이라는 재래식 바둑을 두고 있었답니다. 이 바둑을 어느 때부터 두기 시작했는 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순장바둑은 광복 후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백성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세금이 무거우니, 그들의 생활은 피폐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피폐’(疲弊)는 ‘지치고 쇠약해짐’을 이릅니다. 세금을 바칠 수 없게 되면, 그 대신으로 무자비하게 토지를 빼앗았습니다. 그렇기에, 가난한 백성들은 유리걸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리걸식’(流離乞食)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빌어먹음’을 뜻합니다. 이를 ‘동냥’이라고 합니다. ‘동냥’은 ‘거지나 동냥아치가 돈이나 물건을 구걸하러 다니는 일, 또는 그렇게 얻은 물건이나 돈’을 가리킵니다. 동냥은 원래 불교용어인 ‘동령’(動鈴)에서 나온 말입니다. ‘동령’이란, ‘요령을 흔들고 다닌다.’는 뜻입니다. ‘요령’은 원래 ‘금강령’(金岡鈴)을 가리키는 말이고, ‘금강령’은 ‘옛날 불교의식에서 쓰던 도구’입니다. 번뇌를 깨뜨리고 불심을 더욱 강하게 일으키기 위해서 그걸 흔들었다고 합니다. 그랬는데, 조선시대로 와서 스님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탁발을 하러 나설 때에 요령을 흔들고 다니게 되면서부터 ‘동령’이 ‘구걸’과 같은 뜻으로 쓰이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동령’이 오랜 세월 동안에 ‘동냥’으로 변했다고 하는군요.
백성들 중에는 삶을 포기하고 고주망태가 되어서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고주망태’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고주’는 ‘술을 거르는 틀’을 말합니다. 그 곳에 망태를 올려놓으면 망태에 술기운이 배어들기 때문에 망태 전체에서 고약한 술내가 나게 됩니다. 이렇듯 ‘잔뜩 술에 절인 상태’를 ‘고주망태’라고 하지요. (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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