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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환향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군복을 입고 씩씩하게 나타난 나폴레옹의 믿음직한 모습에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습니다. ‘금의환향’(錦衣還鄕)은 ‘비단옷을 입고 고향에 돌아온다.’는 뜻으로 ‘성공하여 고향으로 돌아옴’을 이르는 말입니다.
집에 돌아온 그 날부터 나폴레옹은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땀을 흘리며 일했습니다. ‘질곡에서’의 ‘질’(桎)은 ‘죄인의 발에 채우는 차꼬’이고, ‘질곡에서’의 ‘곡’(梏)은 ‘죄인의 손에 채우는 수갑’입니다. 그런데 ‘차꼬’가 무엇이냐고요? ‘차꼬’는 ‘지난날에 무거운 죄를 진 사람을 가두어 둘 때에 쓰던 형구(刑具), 즉 ‘벌을 주기 위한 기구’이었지요.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두 개의 긴 나무토막으로 두 발목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다음에 자물쇠로 채우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질곡’은 ‘손과 발이 묶여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자유를 가질 수 없도록 몹시 속박하는 일’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가난 때문에 어찌 할 수 없는 지경을 가리켜서 ‘가난의 질곡’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앞에 ‘나무토막’이라는 말이 나왔지요? ‘토막’은 ‘크고 덩어리진 도막’을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토막’은 ‘큰 것’을 이르고 ‘도막’은 그보다 ‘작은 것’을 나타냅니다. 지금 우리 주위에는 이 두 단어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러분은 이 기회에 확실히 알아 두기 바랍니다. 그 예로, ‘나무 한 토막’과 ‘생선 두 도막’을 들 수 있습니다.
군대의 일도 그렇거니와, 밭을 일구는 일도 나폴레옹은 칠칠하게 해냈습니다. ‘칠칠하다.’는 원래 ‘채소 따위가 주접이 들지 않고 깨끗하게 잘 자라다.’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이나 푸성귀가 깨끗하고 싱싱하게 잘 자란 것뿐만 아니라, 일을 깔끔하고 민첩하게 끝내는 것’ 등을 모두 ‘칠칠하다.’라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칠칠치 않다.’라든가 ‘칠칠치 못하다.’라고 하면, ‘깨끗하지 못하고 자신의 몸 간수를 잘 못하는 사람이나 주접스러운 사람’을 가리키는 말들입니다.
집안 살림은 매우 옹색했지만, 온 식구들이 힘을 합쳐서 부지런히 소처럼 일했습니다. 여기에서 ‘옹색(壅塞)하다.’는 ‘생활이 넉넉하지 못하여 군색함’이라는 뜻입니다. 그러고 보니, 소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대체 소는 언제부터 농사짓는 데에 이용되기 시작했는지 궁금해집니다.
소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대략 2000년 전의 일이라고 합니다. 김해의 조개 무덤에서도, 기원전 100년경의 것으로 보이는 소의 뼈가 발견되었답니다. 소는 처음에 시체를 나르는 데 사용되었다는군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달구지를 만들어서 소를 부려먹은 나라는 고구려랍니다. 한편, 부여에서는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소를 잡아서 그 발톱의 상태를 보고 길흉(吉凶)을 점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소의 발톱이 벌어지면 ‘좋지 않은’(凶) 징조요, 소의 발톱이 합쳐지면 ‘아주 좋은’(吉) 징조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이후에 점점 농업이 발달함에 따라서 416년에 신라의 눌지왕은, 백성들로 하여금 농사에 이용할 수 있도록 소를 다루는 여러 가지 기술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쟁기가 생기고 나서 소와 함께 밭갈이에 처음으로 이용된 것은, 500년경인 지증왕 때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당시에도 소를 매우 귀한 가축으로 여겼던 모양입니다. 옛날에는 소를 얼마나 많이 기르느냐에 따라 대접을 받았으며, 그렇기에 남의 소를 죽이거나 상처를 입힌 사람을 노비로 삼는 벌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소로 밭을 갈아서 농사를 짓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농기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격세지감을 갖게 됩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은 ‘많은 진보와 변화를 겪어서 딴 세상처럼 여겨지는 느낌’을 말합니다.
소에 대한 우스갯소리 하나 더 할까요? 아주 멀고먼 옛날, 사람이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살던 때가 있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해인가, 큰 흉년이 들어서 사람들이 모두 굶어죽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그대로 두었다가는 큰일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하인 우공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우공’(牛公)은 ‘소’를 말합니다. 그 당시에 소는 하늘나라에서 벼슬살이를 했다는군요.
“너는 이 길로 곧장 인간세계로 내려가서 삼일에 한 끼만 먹도록 전하라!”
“예.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소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하여 땅으로 내려와서 달렸습니다. 그래도 전할 말은 잊지 않으려고, ‘삼일에 한 끼’를 연거푸 외면서 달렸습니다. 그러다가 작은 개울을 훌쩍 뛰어넘게 되었는데, 그 때 그만 ‘삼일에 한 끼’가 ‘하루에 세 끼’로 바뀌었습니다. 바뀐 줄도 모르고, 소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했습니다.
“하느님께서 하루에 세 끼를 먹으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하늘로 돌아가서 그대로 보고를 드리니, 하느님은 깜짝 놀라서 소에게 호통을 쳤습니다.
“이런 미련한 놈아, 삼일에 한 끼를 먹으라고 전해야 되는데, 그리 잘못 전하였으니 어쩌면 좋단 말이냐. 빨리 인간세상으로 가서 네가 그들 대신 일을 하고, 나중에는 그 몸뚱이까지 그들에게 내주어라.”
사람은 게으르면 안 됩니다. ‘후목분장’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후목분장’(朽木糞墻)은, ‘조각할 수 없는 썩은 나무와 고쳐서 칠할 수 없는 썩은 담’이란 뜻으로 ‘정신이 썩어서 쓸모없는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몸과 정신이 썩게 되지요. 다른 말로는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라고 합니다. (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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