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50) 코르시카 국민 만세!

시조시인 2008. 10. 14. 00:29

(50)

모든 외침을 겸손하게 들은 프랑스 공화정부는, 그 외침들이 코르시카 사람들의 진정한 마음이라고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였습니다. ‘허심탄회’(虛心坦懷)는 ‘마음에 거리낌이 없이 솔직함’을 나타냅니다. 마음을 그리 정했으면, 가능한 한 빠르게 실천에 옮겨야 되겠지요. 프랑스 공화정부는 재빨리 심부름꾼으로 하여금 다음 일을 코르시카 사람들에게 전하도록 했습니다. 가히 ‘파천황’의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파천황’(破天荒)은, ‘전에는 아무도 한 적이 없는 큰일을 처음으로 시작하는 것’을 말합니다. 비슷한 말로는 ‘미증유’(未曾有) 또는 ‘전대미문’(前代未聞) 등이 있습니다. ‘천황’(天荒)의 본뜻은, ‘천지가 아직 열리지 않은 때의 혼돈상태’를 이르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파천황’은 ‘혼돈상태를 깨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코르시카 사람들이 코르시카를 대표하는 사람을 뽑아서 그 사람을 프랑스의 국회에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코르시카를 대표하는 의원과 프랑스의 의원들이 함께 의논해서 앞으로 새로운 정치를 해 나갑시다.’

이 내용이 코르시카 전역에 전해졌습니다. 희출망외의 소식에 코르시카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나와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얼싸안았습니다. ‘희출망외’(喜出望外)는 ‘바라지도 않았던 기쁜 일이 뜻밖에 생김’을 말합니다.

“코르시카 만세!”

“코르시카 국민 만세!”

코르시카 사람들이 목청껏 외치는 ‘만세 소리’가 바다 멀리 퍼져 나갔습니다. 그것도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르시카 사람들은 상당히 오랜 동안 다른 나라들로부터 억압을 받아 왔기 때문입니다. 코르시카는 프랑스에게서 완전히 독립을 얻지는 못했지만, 코르시카의 대표를 프랑스 국회로 보내면 프랑스 마음대로 ‘프랑스 사람만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아무래도 아직은 완전독립이 시기상조이고, 더군다나 코르시카는 섬입니다. ‘시기상조’(時機尙早)는 ‘때가 아직 이름, 때가 아직 덜 되었음’을 뜻합니다. ‘정저와’가 되지 않으려면 우선은 프랑스로 나가서 여러 가지를 배워야 합니다. ‘정저와’(井底蛙)는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뜻으로, ‘세상물정에 밝지 못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 에 대한 고사가 있습니다.

 

왕망(王莽)이 신(新)나라를 세우고, 후한이 일어날 무렵의 일입니다. ‘마원’(馬援)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그의 세 형은 모두 벼슬을 하고 있었으나, 그는 큰 뜻을 품고 잠시 조상의 무덤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 후, 마원은 군장(郡長)이 되었습니다. 하루는 죄수를 압송하는 도중에 그 죄수의 사연을 듣고 불쌍히 여겨서 도망치게 하였습니다. 그 일로, 그는 망명생활도 하였고, 특사를 받은 후에는 밭을 갈고 가축을 길러서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재산을 전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자기는 누더기를 걸치고서 다시 열심히 일했습니다.

후한이 일어나자, 그는 서울로 돌아와서 관리가 되었고, 농서(隴西)의 제후인 ‘외효’(隈囂)가 그를 불러서 장군을 삼았습니다. 이 때, 촉(蜀)나라에서는 공손술(公孫述)이 일어나서 ‘제’(帝)라고 일컫고 있었습니다. 외효는 마원에게 공손술의 인물됨을 알아오라고 하였습니다. 마원과 공손술은 동향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공손술이 마원을 친절하게 맞으리라고 생각했으나, 공손술은 아주 거만하게 마원을 대우했습니다. 마원은 돌아와서 외효에게 말했습니다.

“그는 정저와입니다. 좁은 촉 땅에서나 뽐내는 보잘 것 없는 자입니다.”

코르시카의 사람들이, 과거의 원철골수에 젖어 있기보다는, 잠시 그 일을 접어두고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미래를 모색해야 합니다. ‘원철골수’(怨徹骨髓)는 ‘원한이 골수에 사무치다.’라는 뜻으로 ‘원한이 깊어서 잊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코르시카 사람들은 코르시카의 의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프랑스의 의회로 보낼 대표자로는 ‘파오리’를 뽑았습니다. 여러분도 기억할 겁니다. 파오리는 옛날에 제노바 군대라든가 프랑스 군대와 용감히 독립을 위해 싸운 사람입니다. 나폴레옹의 아버지인 ‘샤를 보나파르트’도 그를 도와서 코르시카의 독립운동을 했습니다. 이를테면, 그는 코르시카의 ‘태산북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산북두’(泰山北斗)는 태산과 북두칠성을 바라보는 것처럼 ‘여러 사람들로부터 가장 존경 받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태산북두’라는 말은, ‘한유’와 관련이 있습니다. 다음은, 당나라의 4대시인(四大詩人) 중에 한 사람인 한유(韓愈)에 대한 글입니다.

‘당이 일어난 이래, 한유는 육경(六經)의 글을 가지고 모든 학자들의 ’도사‘(導師)가 되었다. 그의 사후에 학자들은 태산북두를 우러러보는 것 같이 그를 존경하였다.’

당서(唐書)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나폴레옹도 파오리를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그 파오리가 대표로 되었기 때문에, 휴가가 끝나자 나폴레옹은 마음 가볍게 프랑스로 돌아갔습니다.(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