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52) 빠른 걸음으로 돌아오다

시조시인 2008. 10. 16. 03:15

(52)

  중국 촉나라의 공명이 남만을 친정하여 그 곳의 대왕인 ‘맹획’(孟獲)을 ‘일곱 번 놓아주었다가 일곱 번 다시 잡음’으로써 귀복하게 만들었을 때의 일입니다. ‘남만’(南蠻)은 ‘남쪽 오랑캐’라는 뜻으로, 지난날 중국에서 ‘그들의 남쪽에 사는 이민족’을 얕잡아 이르던 말입니다. 또 ‘친정’(親征)은 ‘친히 나가서 정벌함’을 의미하고, ‘귀복’(歸服)은 ‘귀순하여 따름’을 이릅니다. 그럼, ‘귀순’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귀순’(歸順)은, 주로 적이나 국가의 배반자가 ‘반항심을 버리고 복종하거나 순종함’을 나타냅니다. 여기에 나오는 ‘일곱 번 놓아주었다가 일곱 번 사로잡는다.’는 말은, 이미 앞에서 읽어서 알고 있지요? ‘칠종칠금’(七縱七擒)이란 그 말을, 잊지 말고 기억해 두십시오.

공명이 뜻을 이루고 회군하여 노수(瀘水) 강변에 도착했을 때, 홀연히 음산한 구름이 사방에서 모여들면서 별안간 일진광풍이 캄캄한 천지 속에서 모래와 돌을 날렸습니다. ‘홀연(忽然)하다.’의 부사가 ‘홀연히’입니다. ‘홀연하다.’는 ‘뜻밖에 불쑥 나타나거나 갑자기 사라지다.’라는 뜻이고, ‘별안간’(瞥眼間)은 ‘눈 깜박 하는 동안’이란 뜻으로 ‘갑자기, 급작이’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또한, ‘회군’(回軍)은 ‘군사를 거두어서 돌아옴’을 뜻하고, ‘일진광풍’(一陣狂風)은 ‘한바탕 부는 사납고 거센 바람’을 가리킵니다.

공명이 그 곳 사람한테 물으니, 그가 곧 대답했습니다.

“승상의 대군이 이 곳을 지나가신 후에 물가에서는 밤마다 소름이 끼치는 ‘귀신의 울음소리’가 슬프게 들렸습니다. 황혼 때부터 나기 시작하면 새벽녘까지 울음소리가 끊어지지 아니합니다. 그리고 안개 속에는 무수한 귀신들이 엉키어 있는 듯합니다. 모두 다 이것들의 장난인가 합니다. 이 까닭에 이 사이는 강을 건너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무인지경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무인지경’(無人之境)은 ‘사람이 없는 지역, 또는 아무 것도 거칠 것이 없는 판’을 이릅니다. 공명은 그 사람의  말을 듣고 고개를 숙이며 탄식했습니다.

“이것은 모두 다 나의 죄다! 지난번에 이 강을 건널 때, 나의 장수 마대(馬岱)는 우리 군사 천여 명을 거느리고 모두 다 물속에 빠져 죽었다. 그뿐인가? 나는 또 남만 사람을 죽여서 모두 이 물속에 던져 넣었으니, 그 원통함을 풀 길 없어서 음귀(陰鬼)가 되었을 게다. 오늘밤에 내가 친히 제사를 지내리라.”

그러자, 그 곳 사람이 말했습니다.

“사람의 머리 마흔아홉 개를 강물에 던져서 제사를 지내는 게 전례입니다.”

그 말을 듣고 공명이 말했습니다.

“본시 사람이 죽어서 원귀가 되었는데, 또다시 생사람을 죽인단 말이냐? 내가 따로 생각이 있다.”

공명은 말을 마치자, 소와 말을 도살하는 사람을 불러서 명령했습니다.

“너는 다진 고기를 밀가루로 만든 껍질에 싸서 사람의 머리같이 만들어라. 그것을 만두(饅頭)라고 한다.”

이게 만두의 효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효시’(嚆矢)는 ‘어떤 사물의 맨 처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는, 원래 ‘우는 화살’이라는 뜻입니다. 옛날에 중국에서 전쟁을 벌일 때, 그 시작의 신호로 ‘우는 화살’을 적진에 쏘아 보낸 데서 비롯된 말이랍니다.

중국에서는 밀가루를 발효시킨 후에 고기나 채소로 만든 소를 넣고 찐 것을 ‘만두’ 또는 ‘포자’(包子)라고 합니다. 그리고 밀가루로 만든 얇은 껍질에 소를 싸서 끓이거나 기름에 지지거나 찐 것을 ‘교자’(餃子)라고 합니다.

나는 만두를 좋아하거니와, 국수도 그에 못지않게 좋아합니다. ‘국수’의 사전적 풀이는 ‘밀가루나 메밀가루 따위를 반죽하여 얇게 밀어서 가늘게 썰거나 국수틀에 눌러 빼낸 식품’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한자말로는 ‘면’(麵) 또는 ‘면자’(麵子)라고 합니다. 이 말의 어원은 다양합니다. 그 하나는 ‘국수’(掬水)인데, ‘물 속에서 면발을 움켜낸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범어인 ‘쿠시’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빨아들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답니다. 우리가 국수를 먹을 때에 입으로 ‘후루룩’ 빨아들이기 때문인 듯합니다.

국수 중에서도 속초지방의 메밀국수는, 그야말로 그 국물 맛이 끝내 줍니다. 메밀국수에서 ‘메밀’은, 찹쌀보다 차진 맛이 덜한 쌀을 멥쌀이라고 하듯이, 찰기가 일반 밀과는 다르게 ‘차지지 않고 금방 풀어지는 밀’을 가리킵니다. 사람들은 ‘메밀’과 ‘모밀’을 혼동하기 쉽습니다. ‘메밀’이 표준말이고 ‘모밀’은 ‘메밀의 함경도 사투리’라는 사실을 잘 알아 두기 바랍니다.

또 하나, 한겨울에 포장마차에서 먹는 ‘국수’도 그런 대로 운치가 있습니다. 이미 많이 만들어 놓은 국수의 사리를 뜨끈뜨끈한 국수 국물에 말아서 먹는 그 맛이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사리’가 일본말인 줄 아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닙니다. ‘사리’는 순우리말입니다. ‘사리’는 ‘국수나 새끼 따위를 사려서 감은 뭉치’를 말합니다. 원래 ‘사리’는 ‘사리다.’라는 말에서 나왔는데, ‘실 같은 것을 흩어지지 않게 포개어서 감은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지요.

나폴레옹의 머리에는, 굶주린 배를 안고 형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루이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빵 한 개를 얼른 사 들고는 빠른 걸음으로 하숙집에 돌아왔습니다. (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