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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야, 배고프지? 자, 먹어라.”
나폴레옹이 빵을 내밀었지만, 루이는 먹으려고 선뜻 손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이면이 뻔합니다. ‘이면(裏面)이 뻔하다.’는 ‘체면을 차리고 경위를 알 만한 지각이 있다.’를 나타냅니다.
“형, 나는 먹고 싶지 않아요.”
애늙은이와 다름없습니다. ‘애늙은이’는 ‘말이나 행동 따위를 나이가 지긋한 어른같이 하는 아이’를 이르는 말입니다. 형이 내미는 빵을 보고, 어찌 회가 동하지 않았겠습니까? ‘회(蛔)가 동(動)하다.’는 ‘어떤 음식이나 일을 앞에 두었을 때에 썩 입맛이 당기거나 즐거운 호기심이 일어나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본뜻은 ‘뱃속에 있는 회충이 제 먼저 알고 요동을 칠 정도로 입맛이 당긴다.’라는 말입니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만 해도, 이 회충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단체로 회충약을 먹이곤 했지요.
나폴레옹은 어린 동생이 의젓해 보이고 대견스럽기만 하였습니다. 그는 씩씩하게 가슴을 펴고 말했습니다.
“루이야, 걱정하지 마라. 이 형은 한 끼 정도의 식사를 하지 않아도 아무렇지도 않단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구하면 되는 거야.”
나폴레옹은 말을 마치자, 반죽이 좋게 손목시계를 풀었습니다. ‘반죽이 좋다.’는 ‘성품이 유들유들하여 쉽사리 노여움이나 부끄러움을 타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쌀가루나 밀가루에 물을 부어서 이겨 놓은 것을 ‘반죽’이라고 하지요. 반죽이 잘 되면 원하는 음식을 만들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이렇듯 반죽이 잘 되어서 ‘마음먹은 대로 원하는 물건에 쓸 수 있는 상태’를 ‘반죽이 좋다.’라는 말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계를 풀다니요? 그렇다고 나폴레옹을 ‘허풍선이’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허풍선이’는 ‘실속이 없이 지키지도 못할 허풍만 떨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얕잡아서 이르는 말입니다. ‘허풍선’은 본래 ‘숯불을 피우기 위해 풀무질을 하던 손풀무의 일종’이지요. 아코디언처럼 생긴 풀무의 손잡이를 잡고 폈다 오므렸다 하며 바람을 내는 기구입니다. 바람을 일으킬 때마다 옆에 달린 바람주머니가 크게 부풀어 오릅니다. 그리고 바람이 빠지게 되면 그 바람주머니는 홀쭉해집니다. 이처럼 이 기구는 바람이 들고 빠짐에 따라 그 모양이 전혀 다르게 변하고 맙니다. 그러니 믿음성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이 ‘허풍선’에 사람을 가리키는 접미사인 ‘이’가 붙어서 ‘허풍선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나폴레옹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어린 동생을 안심시키기 위한 방편일 뿐이었지요. 가난은 이제 이골이 난 듯합니다. ‘이골이 나다.’는 ‘이익을 �거나 어떤 방면에 길이 들어서 익숙해진 상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골’은 본래 ‘몸에 푹 밴 버릇’을 일컫는 말이었지요.
“이 시계를 전당포에 가지고 가면 돈을 빌려 줄 거다. 그 돈으로 빵과 고기를 사도록 하자.”
나폴레옹은 자신의 처지를 전혀 불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불우’(不遇)는 ‘가정이 안정되어 있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와전되어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뜻은 ‘불우’라는 글자 그대로 ‘때를 만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즉, ‘재주는 충분한데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때를 만나지 못해 제 실력을 인정받지 못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지요. 그는 오히려 싱글벙글 웃으면서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프랑스에서는 그 시대에 손목시계가 있었음을 미루어서 알 수 있겠군요. 우리나라에 기계식 서양시계가 들어와서 선보인 때는, 1631년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명나라 사신으로 갔던 정두원이, 귀국하면서 자명종을 가지고 온 게 처음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자명종(自鳴鐘)은 모두 알지요? ‘일정한 시간이 되면 스스로 종을 울리는’ 그 자명종 말입니다. 처음으로 보았을 때는 신기하긴 신기했을 겁니다. 그 후,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현대적인 시계생산이 시작된 시기는, 1959년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물론, 완전한 국산품은 아니었고, 외국에서 부품을 들여와서 조립하여 판매하였습니다. 그 이후로 국산화율이 계속 높아졌으며, 1977년부터는 전자시계가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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