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54) 그 우애가 심금을 울리다

시조시인 2008. 10. 18. 01:28

(54)

  군인은 무엇보다 시간을 철두철미하게 지켜야 합니다. ‘철두철미’(徹頭徹尾)는 ‘처음부터 끝까지’ 또는 ‘전혀 빼놓지 않고 샅샅이’ 라는 뜻입니다.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훌륭한 군인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처럼 소중한 시계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려 왔으니, 나도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입니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적에는 가끔 부모님들이 급전을 구하기 위해서 전당포를 이용하곤 했습니다. ‘급전’(急錢)은 ‘급한 데 쓸 돈, 또는 급히 쓸 돈’을 뜻합니다. 담보로 맡기는 물건은 주로 금반지였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부터 ‘전당’이라는 용어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근대적 전당업이 발달한 것은, 조선 후기의 일이랍니다. 이제는 신용카드로 해서 전당포의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나폴레옹은, 사랑스런 동생 ‘루이’에게는 어떻게 해서든지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챙겨 주었으며, 언제나 단정한 옷을 입도록 마련하여 주었습니다. 그는 군에서 받는 얼마 안 되는 돈을 절약하여 동생에게 사용했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무서울 정도로 푼돈까지 벌벌 떨었습니다. ‘푼돈’은 ‘많지 않은 몇 푼의 돈’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원래 ‘푼’이란 옛날의 화폐단위로서 ‘돈 한 닢’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한 냥 두 냥’할 때에 그 한 냥의 ‘10분의 1’이 한 푼입니다. 이처럼 아주 작은 돈의 액수를 ‘푼’이라고 합니다. 거지들이 손을 내밀며 ‘한 푼만 보태 줍쇼!’라고 하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한 푼도 없는 경우’를 가리켜서 ‘무일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쫀쫀하게 동생 ‘루이’에게는 읽어야 할 책들을 푸짐히 사 주었습니다. ‘쫀쫀하다.’는 주로 ‘아주 작은 일까지도 세세히 신경 써서 손해가 안 되도록 빈틈없고 야무지게 행동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원래는 ‘천의 짜임새가 고르고 고운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었지요. 다시 말해서 ‘쫀쫀하다.’는 ‘자상하다.’와 뜻이 통합니다. 절대로 ‘쩨쩨하다.’와 혼동하면 안 됩니다.

단 둘이 단출한 가족이니 거칠 것이 없겠지만, 단사표음의 그 생활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단출하다.’는 ‘식구가 적어서 홀가분하거나, 옷차림과 일이 간편하고 간단한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한자어로 ‘홀로 단’(單)과 ‘날 출’(出)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그리고 ‘단사표음’(簞食瓢飮)은, ‘도시락에 담은 밥과 표주박의 물’이라는 뜻으로 ‘청빈하고 소박한 생활’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이처럼 동생을 여족여수로 생각하는 나폴레옹은, 그처럼 간난신고의 생활을 하면서도 늘 명랑한 모습을 보여 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여족여수’(如足如手)는, 형제 사이의 두터운 정을 팔다리에다 비유한 말입니다. 또, 간난신고‘(艱難辛苦)는 ‘어려움을 겪으며 고생함’ 또는 ‘어려움과 괴로움’을 가리킵니다.

그 우애가 나의 심금을 울립니다. ‘심금(心琴)을 울리다.’는 ‘외부의 자극을 받아서 울리는 마음의 감동’을 거문고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다른 사람의 감동적인 행적을 보거나 듣거나 읽을 때,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 마음의 울림’을 일컫는 말이지요. ‘심금’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마음의 거문고’입니다. ‘심금’이란 말이 나오게 된 유래가 있습니다.

부처님의 제자 중에 ‘수롱나’(守籠那)라는 제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고행을 통해서 깨달음에 이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고행을 통한 수행을 아무리 열심히 하여도 깨달음의 길이 보이지 않자, ‘수롱나’는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고 덩달아서 마음도 조급해졌습니다. 이를 본 부처님이 그에게 ‘거문고에 비유한 설법’을 들려주었습니다.

“거문고를 쳐 본 일이 있느냐?”

“예.”

“거문고 줄이 팽팽해야 소리가 곱더냐?”

“아닙니다.”

“그렇다. 거문고의 줄은 지나치게 팽팽하지도 않고 늘어지지도 않아야 고운 소리가 난다. 그렇듯 수행이 너무 강하면 들뜨게 되고 너무 약하면 게을러진다. 수행을 알맞게 해야 몸과 마음이 어울려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어떻습니까? ‘마음의 거문고’ 줄이 너무 팽팽하거나 느슨하거나 하지는 않은지, 여러분도 한 번 살펴보아야 합니다. (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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