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56) 왕이 백성을 버리려고 하다

시조시인 2008. 10. 20. 22:47

(56)

   고래 싸움에 새우의 등이 터진다고, 약한 서민들은 좌불안석이었을 겁니다. ‘좌불안석’(坐不安席)은 불안하거나 걱정스러워서 ‘한 군데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함’을 이릅니다. 그러므로 자연히 여러 사람들의 불평지명이 높아졌습니다. ‘불평지명’(不平之鳴)은 ‘무엇이든지 마땅한 자리를 잡지 못하면 반드시 우는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합니다. ‘불평’(不平)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못마땅하게 여김, 또는 그것을 말이나 행동으로 나타냄’을 이릅니다. 대개는 그저 ‘불만’(不滿)의 의미로 쓰고 있지요.

사람들이 저마다 생업에 종사하지 못하니, 식량도 부족하게 될 것은 물론이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아귀다툼을 벌이게 됩니다. ‘아귀다툼’은 ‘서로 악을 쓰며 헐뜯고 다투는 짓’을 말합니다. ‘아귀’(餓鬼)는 ‘탐하고 질투하는 마음만을 가진 굶주린 귀신입니다. 아귀에는 무려 36종이나 있다고 하는데, 그 모양새가 하나같이 끔찍하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아귀의 형상은, 집채처럼 큰 몸뚱이에 작은 입과 가늘고 긴 목구멍을 가지고 있어서 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탐한답니다. 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음식물을 차지하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기만 한다는군요. 그 모습이 흡사 지옥도를 방불하게 만들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조금의 양보도 없이 싸우기만 하는 사람을 가리켜서 ‘아귀다툼을 벌인다.’라고 표현합니다.

감투에 눈이 어두운 귀족들은, 거의가 무위도식하는 무리들입니다. ‘무위도식’(無爲徒食)은, ‘하는 일이 없으며 먹고 놀기만 함’을 나타냅니다. ‘유수도식’(遊手徒食)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나라의 높은 자리를 차지하면, 권력만 휘두를 줄 알았지, 진충보국은 남의 말일 뿐입니다. ‘진충보국’(盡忠報國)은 ‘충성을 다하여 나라의 은혜를 갚음’을 이릅니다. 일명 ‘갈충보국’(竭忠報國)이라고도 합니다. 예나 이제나 진정한 정치가는 외롭고 고통스럽습니다. 한 마디로, ‘기호선인’과 같습니다. ‘기호선인’(騎虎仙人)이란, ‘남이 보기에는 그럴 듯하게 보이나, 자신은 죽을 지경에 이름’을 나타냅니다. 이 말이 생긴 유래는 이렇습니다.

한 사람이 산길을 가다가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호랑이가 ‘어흥’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자, 그는 엉겁결에 호랑이 등에 올라타게 되었습니다. 호랑이는 깜짝 놀라서 냅다 뛰기 시작했지요. 그러자 나그네는 떨어져서 죽지 않으려고 더욱 힘껏 호랑이 목을 끌어안았습니다. 목이 졸리니, 호랑이도 큰 고통을 느꼈겠지요. 정신없이 달려서 마을로 가게 되었습니다.

한편, 마을 사람이 보니까, 어떤 사람이 호랑이를 타고 산에서 달려 내려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신선이 호랑이를 타고 다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지라, 사람들은 이가 바로 산에서 내려온 신선이 분명하구나 하고 모두 절을 했답니다.

정치란 무엇입니까? 제세안민에 목숨을 바쳐야 합니다. ‘제세안민’(濟世安民)은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함’을 이릅니다.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겠지요. 남이 보기에는 좋은 듯해도, 마치 호랑이의 등에 올라탄 것과 같이 괴롭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한 때에, 루이16세가 백성을 버리고 외국으로 도망치려고 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백성’이란 말은, 원래 ‘백관’(百官)이라는 ‘벼슬이름’이었답니다. 옛날에는 덕이 높고 공을 세운 사람에게 성씨를 하사했기에 ‘백성’이라고 불렀다는군요. 그 후, 조선조에 들어와서는 ‘관직이 없는 보통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반면에 ‘백성’은 ‘백 가지 성씨’를 가리키는 말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이는, ‘그만큼 많은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므로 ‘어느 한 나라 안에 있는 국민 모두’를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왕이 백성을 버리다니, 요지경 속입니다. ‘요지경(瑤池鏡) 속’은 ‘속 내용이 알쏭달쏭하고 복잡하여 뭐가 뭔지 이해할 수 없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그리고 ‘요지경’은 ‘상자 앞면에 확대경을 달고, 그 안에 여러 가지 그림을 넣어서 들여다보게 만든 장치’입니다.

파리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고 거리로 나와서 소동을 일으키며 악머구리 끓듯 했습니다. ‘악머구리 끓듯 하다.’는 ‘사람들이 대단히 시끄럽게 구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여러 사람이 마구 시끄럽게 떠들어대거나 소리 지르는 것’을 나타냅니다. ‘악머구리’는 ‘왕개구리’에서 온 말이랍니다. ‘왕’은 ‘크다’는 뜻이고, ‘머구리’는 ‘개구리’의 옛말입니다. 즉, ‘왕개구리가 한데 모여서 시끄럽게 우는 듯하다.’라는 말입니다.

“왕이 외국으로 도망치려고 한다.”

“왕을 잡아 죽여라!”

사람이 많이 모이면 무섭습니다. ‘인심여면이요, 인심난측이기’ 때문입니다. ‘인심여면’(人心如面)은 ‘사람마다 얼굴이 모두 다르듯이 그 마음이 다름’을 말하고, ‘인심난측’(人心難測)은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입니다.(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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