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57) 북망산으로 떠난 왕

시조시인 2008. 10. 21. 02:54

(57)

  마침내, 수만 명의 사람들은, 왕이 있는 궁전으로 몰려갔습니다. 백성은 하늘이고, 백성의 마음은 ‘하늘의 마음’입니다. 그 힘을 당할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궁전으로 몰려가서 불을 지르고, 루이16세와 왕후를 붙잡아서 감옥에 넣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왕과 왕후는 사형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백성의 피를 짜내어서 온갖 사치를 일삼던 왕과 왕후의 영혼은, 쓸쓸히 북망산으로 갔습니다. ‘북망산(北邙山) 가다.’는 ‘죽는다.’는 말의 은유적 표현입니다. ‘북망산’은 ‘중국 하남성 낙양 땅에 있는 산의 이름’입니다. 후한(後漢)시대 이래로 이 곳에 무덤이 많았기 때문에, ‘북망산 간다.’는 말이 곧 ‘죽는 것’을 대신하는 말로 되었답니다.

그런데 코르시카에도 좋지 않은 소문이 있었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코르시카 사람들끼리 알력이 생긴 겁니다. ‘알력’(軋轢)이란,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서 자주 충돌하거나 맞서는 것’을 가리킵니다. 이는, ‘삐걱거릴 알’(軋)과 ‘삐걱거릴 력’(轢)이 합쳐진 글자로, ‘수레바퀴가 맞지 않아서 삐걱거린다.’라는 뜻입니다.

나폴레옹은 그 소문을 듣고 걱정이 되어서 휴가를 받은 후에 서둘러 섬으로 갔습니다. 이로써 나폴레옹이 코르시카를 얼마나 오매사복하는지, 그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오매사복’(寤寐思服)은 ‘자나 깨나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가 코르시카에 당도해 보니, 소문과 같이 섬사람들은 두 패로 나뉘어져서 갑론을박하고 있었습니다. ‘갑론을박’(甲論乙駁)은 ‘서로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고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을 이릅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 옳고 그름이 ‘오십보백보’입니다.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는 ‘조금 낫거나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다’는 뜻입니다.

중국 양(梁)나라 혜왕(惠王)과 맹자가 나눈 정사(政事)에 관한 대화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맹자의 말입니다.

“전쟁에 패하여 어떤 자는 백 보를 도망하고 또 다른 자는 오십 보를 도망하였다고 할 때, 백 보를 물러간 사람이나 오십 보를 뒷걸음친 사람이나 도망한 것에는 양자의 차이가 없습니다. 왕이여, 이웃나라보다 백성을 더 많게 하시려는 왕의 생각도 거의 같은 겁니다.”

코르시카의 아버지인 ‘파오리’는 프랑스를 미워하고 있었습니다. 프랑스가 새로운 공화정부를 세운 후에도, 프랑스가 하는 일에는 조금도 협조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강직한 선비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선비는 기품지성이 고고합니다. ‘선비’는 ‘학문과 인격을 닦은 사람이나, 학식은 있지만 관직에 나아가지 않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씁니다. 고조선 시대에는 ‘심신 수련을 하여 일정한 경지에 오른 사람’을 ‘선비’라고 불렀답니다. 이는, ‘백제의 수사’나 ‘고구려의 선인’이나 ‘신라의 화랑’ 등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기품지성’(氣稟之性)은 ‘타고난 기질과 성품’을 가리키며, ‘본연지성’(本然之性)과 같은 말입니다. 또한, ‘고고(孤高)하다.’는 ‘홀로 세속에 초연(超然)하여 고상하다.’는 뜻입니다. 선비는 무릇 감언이설을 감지덕지하여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감언이설’(甘言利說)은 ‘남의 비위에 맞도록 꾸민 달콤한 말과 이로운 조건을 내세워서 꾀는 말’이고, ‘감지덕지’(感之德之)는 ‘과분한 듯이 ‘아주 고맙게 여기는 모양’을 이릅니다.

그래서 파오리는 자기가 코르시카의 대표인데도, 프랑스의 국회에 나가지 않고 있는 겁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코르시카를 독립시키려는 일념으로 조바심하고 있었습니다. ‘조바심하다.’는 ‘어떤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도록 염려하여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졸이는 것’을 말합니다. 옛날에 타작하는 일을 ‘바심’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조바심’은 바로 ‘조를 타작하는 일’입니다. 조를 추수하면 그것을 비벼서 좁쌀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조는 좀처럼 비벼지지가 않고 힘만 듭니다. 그래서 조를 추수하다 보면 마음먹은 대로 추수가 잘 되지 않으므로 조급해지고 초조해지기 일쑤입니다. 즉, ‘귀가 질겨서 잘 떨어지지 않는 조를 두드려 떨 때에 잔 알갱이가 흩어지지 않도록 무척이나 애를 쓰며 가슴을 졸이는 경우’를 가리켜서 ‘조바심하다.’라고 표현합니다.

(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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