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94) 국민들이 학수고대하다

시조시인 2008. 11. 29. 00:33

(94)

   프랑스에서는 ‘발라’라고 하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 정치랍시고 건성건성 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건성건성’은 ‘잇달아 건성으로 하는 모양’을 나타냅니다. 여기에서 ‘건성’은 ‘진심으로 하지 않고 겉으로만 함’을 말합니다.

이와 비슷한 뜻을 지닌 부사들이 있습니다. ‘흥뚱항뚱’은 ‘일에 정신을 온전히 쏟지 않고 꾀를 부리며 들떠 있는 모양’을 말하고, ‘흑죽학죽’은 ‘일을 정성껏 맺지 않고 어름어름 넘기는 모양’을 말하며, ‘흘미죽죽’은 ‘일을 야무지게 끝내지 못하고 흐리멍덩하게 끄는 모양’을 말합니다.

그 사람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고 있었지요. ‘무소불위’(無所不爲)는 ‘못 할 일이 없음’을 이릅니다. 이와 같은 의미를 지닌 ‘무소불능’(無所不能)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민아무간의 참된 사람이 정치를 맡아 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습니다. ‘민아무간’(民我無間)은 ‘백성과 나 사이에 간격이 없다.’는 뜻으로 ‘위정자나 지도자가 백성과 한마음이 됨’을 가리키는 말이고, ‘학수고대’(鶴首苦待)는 ‘학처럼 목을 빼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몹시 기다림’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이러한 때에 나폴레옹이 이집트에서 프랑스로 돌아온 겁니다. 그러니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나폴레옹이 프랑스에 돌아왔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온 나라로 퍼져 나갔습니다. ‘순식간’(瞬息間)은 ‘눈을 한 번 깜박하거나 숨을 한 번 쉴 만한 사이와 같이 극히 짧은 동안’을 나타냅니다. 말하자면 ‘눈 깜작할 새’입니다. 줄여서 ‘순간’이라고 하지요.

그렇다면 ‘순식’(瞬息)보다 더 짧다는 말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탄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탄지’(彈指)는 십진급수로 따져서 ‘순식’의 10분의 1입니다. ‘십진급수’(十進級數)는 ‘십진법으로 얻은 단위에 붙는 여러 가지 이름’입니다. ‘십진법’은 알고 있지요? ‘수를 셀 때에 0에서부터 9까지 세고 그 다음은 한 자리 올려서 10으로 하고, 10이 열 곱절되면 100으로 적듯이, 열씩 모일 때마다 한 자리씩 올려 세는 방법’이 ‘십진법’(十進法)이지요. ‘탄지’는 ‘손가락으로 튀김’의 시간입니다. 그래서 ‘탄지지간’(彈指之間)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는, ‘손가락으로 튀길 사이’라는 뜻으로, ‘아주 짧은 동안’을 이릅니다.

그리고 또 있지요. ‘탄지’보다 더 짧은 시간을 ‘찰나’라고 합니다. ‘찰나’(刹那)는 ‘탄지’의 10분의 1입니다. 그러면 ‘찰나’보다 더 짧다는 말은 없나요? 있지요. ‘찰나’의 10분의 1은 ‘육덕’(六德)이고, 그 ‘육덕’의 10분의 1은 ‘허공’(虛空)이며, 또 ‘허공’의 10분의 1은 ‘청정(淸淨)입니다. 그 아래로는 모르겠네요.

모든 사람들은 나폴레옹이야말로 그들의 ‘명세지재’라고 굳게 믿고 있는 듯했습니다. ‘명세지재’(命世之才)는 ‘세상을 바로잡고 민생을 건질 만한 큰 인재’를 가리킵니다. 이의 또 다른 뜻으로는, ‘맹자(孟子)를 달리 이르는 말’이기도 하지요. ‘공자’니 ‘맹자’니 하는 그 맹자 말입니다.

그래서 늙은이와 젊은이뿐만 아니라, 여자와 아이들까지도, 나폴레옹을 맞이하려고 입추의 여지가 없이 길거리로 몰려나왔습니다. ‘입추(立錐)의 여지(餘地)가 없다.’는 ‘많은 사람들이 꽉 들어차서 발 들여놓을 데도 없이 매우 비좁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 말의 본뜻은 ‘송곳조차 세울 틈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바꾸어서 쓸 수 있는 말로는 ‘발 디딜 틈이 없다.’가 있습니다.(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