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125) 후회막급의 나폴레옹

시조시인 2009. 1. 2. 19:07

(125)

   그런데 ‘카자흐’란 어떤 사람들을 가리키는지가 궁금하지요? ‘카자흐’(Kazakh)는 타타르 사람과 슬라브 민족의 혼혈종족이랍니다. ‘타타르 사람'(Tatars)은 ‘남(南)러시아로부터 시베리아 중부에 걸쳐서 분포하는 북방 터키 계(系)의 주민’을 말합니다. 거의 이슬람교를 믿지요. 그리고 ‘슬라브 민족’(Slav族)은 ‘유럽의 동부 및 중부에 사는, 슬라브어를 사용하는 여러 민족을 통틀어서 일컫습니다. 원래 사는 땅은 칼파티아 산골짜기의 북쪽과 동쪽이라고 하는군요. ‘카자흐 사람들’의 피부는 붉은 구릿빛 또는 흰빛이며, 얼굴이 넓고 코는 낮답니다. 가축을 놓아서 기르며 살았으므로, 아주 말을 잘 탔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말을 타고 싸우는 데에는 모두들 일가견이 있었지요. 여기에서 ‘일가견’(一家見)이란, ‘자기대로의 독특한 의견이나 학설’을 뜻합니다.

형영상조의 프랑스 군대는, 적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으면서 행여 잡힐세라 종종걸음을 쳤습니다. ‘형영상조’(形影相弔)는 ‘자신의 형체와 그림자가 서로 불쌍히 여긴다.’는 뜻으로 ‘몹시 외로워서 의지할 곳이 없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비슷한 말로는 ‘형단영척’(形單影隻)이 있습니다. 이는, ‘형세가 홑지고 그림자가 외짝’이라는 뜻으로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처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나폴레옹은 싸움에서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자승자박의 마음으로 파리에 도착했습니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은 ‘자기가 꼰 새끼로 스스로를 묶는다.’는 뜻으로, ‘자기가 한 말이나 행동 때문에 자기 자신이 구속되어 괴로움을 당하게 됨’을 말합니다. 이와 비슷한 뜻으로, ‘회과자책’(悔過自責)이 있습니다. 이는, ‘허물을 뉘우쳐서 스스로 책함’을 가리킵니다.

어찌 안 그렇겠습니까? 면목이 없었겠지요. ‘면목’(面目)은 ‘낯이나 체면 또는 남에게 드러낼 얼굴’ 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말하자면 ‘인간이 인간임을 이루게 하는 본래의 참모습’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본래 ‘면목’이란, 사람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 게 아닙니다. ‘면목’이란 누구나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불성’(佛性)과 같은 말입니다. 그리고 ‘불성’은, 모든 사람이 본디부터 지니고 있는 ‘부처가 될 수 있는 자비스러운 성질’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면목을 지킨다.’든지 ‘면목이 선다.’든지 하는 말은, ‘자신의 본모습을 잃지 않고 지키거나 제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틀림없이 나폴레옹은 회계지치의 아픔이 가슴에 가득했을 겁니다. ‘회계지치’(會稽之恥)는 ‘전쟁에 패한 치욕’ 또는 ‘뼈에 사무치는 치욕’ 등을 이르는 말입니다. 파리에 도착한 프랑스 병사는 겨우 2만 명에 불과했습니다.

어찌 나폴레옹에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이미 파기상접의 일이라, 후회막급이었습니다. ‘파기상접’(破器相接)은 ‘깨어진 그릇조각을 서로 다시 갖춘다.’는 뜻으로, ‘이미 그릇된 일을 바로잡으려고 쓸데없이 애씀’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리고 ‘후회막급’(後悔莫及)은 ‘일이 잘못된 뒤라 아무리 뉘우쳐도 어찌할 수 없음’을 가리킵니다. 다른 말로는 ‘서제막급’(噬臍莫及)이 있습니다. 이 말은, 사람에게 잡힌 사향노루가 자기 배꼽의 향기 때문에 잡혔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배꼽을 물어뜯었다는 데에서 유래하였답니다. 그런가 하면, ‘추회막급’(追悔莫及)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 모두가 ‘후회막급’과 같은 뜻을 지녔습니다.(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