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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뚝심이 센 나폴레옹까지도, 이제는 완전히 지쳐 있었습니다. ‘뚝심’은 ‘굳세게 버티어 내거나 감당해 내는 육체적인 힘’을 말합니다.
“오래간만에 먹을거리를 구하게 됐다.”
프랑스 병사들은 걸신들린 사람들처럼 적군과 싸울 생각은 하지도 않고 모스크바 거리로 몰려 들어가서 ‘뭐 먹을 게 없는가.’하고 이리저리 헤집고 다녔습니다. ‘걸신(乞神)들리다.’는 ‘어떤 음식에 대한 욕심을 지나치게 내거나 게걸스럽게 먹는 모양’을 빗대어서 쓰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그 많은 귀신 중에서 가장 불쌍한 귀신이 ‘걸신’이랍니다. 이 귀신은 늘 이곳저곳을 다니며 빌어서 배를 채워야 하는데, 먹어도 배가 차지 않아서 늘 배가 고픈 귀신이라는군요. 늘 굶주려 있는 상태인 그들은, 음식만 보면 정신없이 달려들게 되지요. 그러므로 ‘걸신들렸다.’라는 말은, ‘굶주린 귀신이 몸 안에 들어앉아서 몸과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더구나 이상한 일은, 모스크바 시내에서도 러시아 군인은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한 마디로 소지무여의 거리였습니다. ‘소지무여’(掃地無餘)는 ‘깨끗하게 쓸어 낸 듯이 아무것도 없음’을 나타냅니다. ‘적막강산’이라고 해야 되겠습니다. ‘적막강산’(寂寞江山)은 ‘몹시 쓸쓸한 풍경’을 이릅니다.
사람도 없고 식량도 없는 텅 빈 모스크바, 그 유령의 도시를 점령하려고 그 많은 군인들이 목숨을 버렸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어이가 없었겠지요. 견이불식이라, 여기에서 ‘계륵’을 생각하게 됩니다. ‘견이불식’(見而不食)은 ‘보고도 못 먹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탐나는 것이 있어도, 이용할 수 없거나 차지할 수 없을 때’에 이르는 말입니다. 그리고 ‘계륵’(鷄肋)은 ‘닭의 갈비’라는 뜻으로 ‘먹자니 먹을 게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계륵과 비슷한 뜻을 지닌 ‘견설고골’이란 말이 불현듯 생각납니다. ‘견설고골’(犬齧枯骨)은 ‘개가 말라빠진 뼈를 핥는다.’는 뜻으로, ‘아무 맛도 없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렇고말고요. 나폴레옹에게 모스크바는 마치 견설고골과 같았을 거라고 여겨집니다. ‘계륵’에는 다음과 같은 고사가 있습니다.
위나라의 조조가 촉나라의 유비와 한중 땅을 놓고 싸울 때입니다. 조조는, ‘진격을 할 것이냐 후퇴를 할 것이냐’를 놓고 고심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한 장수가 내일의 거취를 물었더니, 조조는 다만 ‘계륵’이라는 한 마디만 던지고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 장수는 그 뜻을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어서 여러 사람에게 물었는데, 다만 ‘양수’라는 사람이 ‘내일은 철수 명령이 있을 테니 준비하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의아하게 생각하자, 양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계륵은 닭의 갈비를 가리키는 말이지요. 그런데 그게 보기에는 그럴 듯하나 실상은 먹을 게 별로 없습니다. 눈앞에 놓인 한중 땅이 바로 그와 같지요. 그러므로 이 한중 땅을 버리기는 아깝지만, 따지고 보면 썩 탐나는 땅도 아니니, 그대로 돌아갈 게 뻔합니다.”
그의 설명을 듣고도, 장수들은 반신반의했습니다. ‘반신반의’(半信半疑)는 ‘반쯤은 믿고 빈쯤은 의심함’을 말합니다.
그러나 다음 날이 되자, 양수의 말이 적중되어서 철수 명령이 내렸습니다. ‘적중’(的中)은 ‘목표에 정확히 들어맞음’ 또는 ‘예측이 들어맞음’을 이릅니다. 다른 말로는 ‘득중’(得中)이라고 합니다.(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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