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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폴레옹이 일단 작정한 일을 감히 양약고구의 말로 만류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양약고구’(良藥苦口)는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뜻으로, ‘바르게 충고하는 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자신을 이롭게 한다.’는 말의 비유입니다. 다른 말로는 ‘충언역이’(忠言逆耳)라고 합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는 ‘약석지언’(藥石之言)이 있습니다. 이는, ‘약이 되는 말’이란 뜻으로, ‘바른 사람이 되도록 훈계’하는 말입니다. ‘약석’은 ‘약과 돌침’이라는 뜻으로, ‘온갖 약재와 치료’를 통틀어서 가리킵니다. 그래서 모두들 부수청령했습니다. ‘부수청령’(俯首聽令)은 ‘윗사람의 위엄에 눌려서 고분고분 명령에 따름’을 말합니다.
1812년 5월이었습니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군대를 비롯하여 프로시아와 이탈리아 등의 군대를 모두 합한 65만 명의 큰 병력으로 러시아 정벌에 나섰습니다. 그 많은 병사들이 동쪽을 향하여 당당하게 진격하는 모습을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정말로 대단한 광경이었을 겁니다.
한 달 정도를 걸려서 러시아에 들어갔지만, 어쩐 일인지 그 곳에 러시아 군대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싸우러 갔는데 적군이 하나도 보이지 않으니, 그처럼 맥쩍은 일은 더 없었을 듯합니다. ‘맥(脈)쩍다.’는 ‘흥미가 없고 심심한 일’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단어의 본래 의미는 ‘맥이 적게 뛴다.’는 뜻입니다. 외부로부터 별다른 충격이 주어지지 않을 때에는 맥박수가 떨어집니다. 잠잘 때를 생각해 보세요. 아주 맥박이 편안하게 뛰고 있지요? 그러나 그 반대로 흥분이 되거나 불안하게 되면 자신이 느낄 정도로 심하게 심장이 뛰면서 맥박도 많아집니다. 그러므로 ‘맥쩍다.’라는 말은, 그만큼 ‘자극될 만한 일이 없다.’라는 뜻이 됩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을 테니, 칼을 뽑아 들기라도 해야 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나폴레옹은 마두출령을 내렸습니다. ‘마두출령’(馬頭出令)은 ‘갑작스레 명령을 내리는 일, 또는 그 명령’을 말합니다.
“적들은 우리를 겁내어서 도망쳤다. 끝까지 적을 쫓아가서 쳐부수어라!”
나폴레옹은 나름대로 전쟁을 하는 데 있어서 다섯 가지의 원칙을 세워 놓고 있었습니다.
그 첫째로, 작전군은 같은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이는, 모든 병력이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향하여 온 힘을 집중한다는 뜻입니다.
둘째로, 적의 주력부대를 격멸시키는 게 바로 제1목표라는 겁니다. 이는, 영토 확장이 목표가 아니라, 주된 전력의 격파가 목표라는 뜻입니다.
셋째로, 전쟁을 시작할 초기의 배치에서는 자기가 거느린 병력을 넓은 지역에 나누어서 두는 겁니다. 이는 전쟁 초기에 넓게 나누어서 배치함으로써 적으로 하여금 자신이 공격하려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 수 없도록 만든 후에, 그로 인해 적이 혼란에 빠지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다가 새로운 목표에 전력을 집중하여 공격하기 위해서입니다.
넷째는, 적군의 옆쪽이나 뒤쪽에 아군의 주력부대를 배치하는 겁니다. 이는, 신속하게 이동하여 급습하기에 아주 유리합니다.
그리고 다섯째는, 부대 사이에는 연락망을 꼭 확보한다는 겁니다. 다른 부대가 작전부대와 행군거리로 6일 이상의 거리로 멀어지면 즉시 이동하여 따라가도록 정해 놓았습니다. 이는, 잘못하면 적으로부터 각개격파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지요. ‘각개격파’(各個擊破)는 ‘적을 분산시켜서 낱낱을 따로따로 상대하여 쳐부숨’을 말합니다.(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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