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나폴레옹의 명령을 어기고서 중뿔나게 영국과 물품을 거래하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중뿔나게’는 ‘엉뚱하고 부당하다.’는 뜻을 나타냅니다. 그런가 하면,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 당치 않은 일에 참견하여 주제넘다.’는 뜻도 지니고 있습니다. 본뜻은, 말 그대로 ‘가운데 뿔이 나게’입니다. ‘가운데에 뿔이 났다.’는 말은, ‘다들 고른 가운데 갑자기 하나가 툭 튀어나게 눈에 띄는 것’을 말합니다. 비슷한 말로는 ‘유별(有別)나게’가 있지요.
그 유별난 나라는, 바로 러시아였습니다. 말하자면, 러시아가 산통을 깬 겁니다. ‘산통(算筒) 깨다.’는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게 뒤트는 것’을 말합니다. 점을 칠 때는 ‘산(算)가지’를 쓰는데, 그 산가지를 넣어두는 통을 ‘산통’(算筒)이라고 합니다. 산통점은 흔히 ‘육효점’(六爻占)이라고도 합니다. 1부터 8까지의 숫자를 새긴 가느다란 산가지를 산통 속에 집어넣고 흔든 다음에 왼손으로 산가지를 세 번 집어냅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초, 중, 종의 세 괘(卦)를 만들어서 길흉화복의 운명을 판단하지요. 그러므로 산가지를 집어넣는 산통이 깨어지면 점을 칠 수가 없게 됩니다.
이에 화가 난 나폴레옹은, 러시아를 정벌하여야 하겠다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하려는 일은 ‘사근취원’입니다. ‘사근취원’(捨近取遠)은 ‘가까운 것을 버리고 먼 것을 취함’을 이릅니다. 그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옛 사람들은 ‘원교근공’을 반드시 따랐지요. ‘원교근공’(遠交近攻)이란, ‘먼 나라와는 사귀고 가까운 나라를 침’을 가리킵니다. 이는, 많은 병사들이 멀리 나가면 그만큼 어려움이 많이 따르게 되기 때문에 승리하기 어렵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옛날 중국 땅에서의 일입니다. 위나라의 책사인 ‘범수’는 다른 나라와 내통한다는 참언으로 위태로워지자, ‘왕계’라는 사람을 따라서 진나라로 몸을 피했습니다. ‘책사’(策士)는 ‘계책을 세우는 사람’을 말합니다. 다른 말로는 ‘모사’(謀士)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내통’(內通)은 ‘적과 몰래 손을 잡음’을 이릅니다. 그리고 ‘참언’(讒言)은 ‘거짓으로 꾸며서 남을 헐뜯는 말’을 가리킵니다. 다른 말로는 ‘참설’(讒說)이라고 합니다.
어느 때, 전쟁이 시작되려고 하자, 범수는 진나라 왕에게 충언하였습니다.
“한나라와 위나라의 양쪽 나라를 거쳐서 막강한 제나라를 침은, 좋은 계책이 아닙니다. 제나라의 왕이 패한 일은, 멀리 떨어져 있는 초나라를 쳤으므로 동맹한 나라들이 너무 힘들어서 배반하였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적에게 병력을 빌려 주고 도적에게 식량을 준 셈으로, 한나라와 위나라만 득을 보았습니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먼 나라와 친하게 지내고 가까운 나라를 치는 ‘원교근공’의 계책이 상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치의 땅을 얻어도 왕의 촌토요, 한 자의 땅을 얻어도 왕의 척지가 아니겠습니까?”
‘상책’(上策)은 ‘제일 좋은 꾀’를 말하고, ‘촌토’(寸土)는 ‘얼마 안 되는 땅’을 뜻하며, ‘척지’(尺地)는 얼마 안 되는 ‘작은 땅’을 이릅니다.(김재황)
'봉쥬르, 나폴레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2) 러시아의 초토작전에 혼나다 (0) | 2008.12.29 |
---|---|
(121) 나폴레옹의 마두출령 (0) | 2008.12.27 |
(119) 조제핀이 세상을 떠나다 (0) | 2008.12.25 |
(118) 나폴레옹과 조제핀의 이혼 (0) | 2008.12.24 |
(117) 나폴레옹 3세가 태어나다 (0) | 2008.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