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122) 러시아의 초토작전에 혼나다

시조시인 2008. 12. 29. 20:13

(122)

   러시아에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프랑스 병사들은 넓고 넓은 평원을 성하염열에 허덕이면서 진격했습니다. ‘성하염열’(盛夏炎熱)은 ‘한여름의 몹시 더운 더위’를 이릅니다. 게다가 더욱 곤란하게도 식량까지 부족하여 허기증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허기증’(虛飢症)은 ‘몹시 주려서 배가 고픈 나머지 기운이 빠진 증세’를 가리킵니다. 그럴 때는 허깨비가 보이기도 한답니다. ‘허깨비’는 ‘마음이 허하여 착각이 일어남으로써 어떤 물건이 다른 물건으로 보이거나, 없는 게 있는 듯이 보이는 따위의 현상’을 나타냅니다.

프랑스 군대가 러시아에 도착하기도 전에, 러시아 군대는 멀리 도망치면서 도중에 있는 집이라든가 식량을 저장해 두는 창고 등에 불을 놓아서 모두 태워 버렸습니다. 참으로 무서운 사람들입니다.

원정을 할 때에는 식량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또 남의 나라 땅으로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에 그 곳에서 식량을 구해야 됩니다. 그런데 이처럼 모두 태워 버리고 도망갔으니, 참으로 난처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가리켜서 ‘초토전술’이라고 합니다. 즉, ‘초토전술’(焦土戰術)이란, ‘점령지역에서 물러날 때, 적이 이용하지 못하게 주요시설이나 농작물 등 온갖 물자를 불살라 버리는 전술’을 말합니다. 다른 말로는 ‘초토작전’(焦土作戰)이라고 합니다.

병사들이 잘 먹지 못하게 되면 쉽게 지칩니다. 그리고 그리 약해진 몸에는 탈도 잘 나고 병도 잘 생깁니다. 그래서 전염병까지 극성부리게 됨으로써 병사들이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극성부리다.’는 ‘극성스런 성질을 나타내다.’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극성’(極盛)은, 무슨 일에 ‘매우 적극적이거나 억척스런 성질, 또는 그런 상태’를 가리킵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일에 대하여 ‘몹시 심하게 구는 성질, 또는 그런 상태’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못 먹고 더군다나 병까지 심한 상태이니, 어찌 병사들이 견딜 수 있었겠습니까? 병사하거나 아사하는 병졸들이 하루에도 자그마치 일천 명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병사’(病死)는 ‘병에 걸려 죽음’을 말합니다. 다른 말로는 ‘병몰’(病沒)이나 ‘병폐’(病斃)나 ‘병졸’(病卒)이라고 씁니다. 그리고 ‘아사’(餓死)는 ‘굶어 죽음’을 말합니다. 다른 말로는 ‘기사’(飢死)라고도 합니다.

9월이 되어서야 세궁역진하여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에 간신히 도착했습니다. ‘세궁역진’(勢窮力盡)은 ‘기세가 꺾이고 힘이 다 빠짐’을 이릅니다.

모스크바(Moskva)는 러시아 연방공화국의 수도입니다. 러시아 평원 중앙부 볼가 강의 분류인 모스크바 강에 면하며, 정치와 경제와 산업과 교통과 문화의 중심지입니다. 볼가 강과 오카 강의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수운의 중개지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였지요. ‘수운’(水運)은 주로 ‘강에서 뱃길로 물건이나 사람을 실어 나름, 또는 뱃길을 통한 운수’를 말하고, ‘운수’(運輸)는 ‘여객이나 화물을 실어 나르는 일’을 뜻합니다. 시가지의 한가운데에는 크레믈린 궁전이 있습니다. 이 ‘크레믈린’(Kremlin)은 14세기에 건설된 궁전입니다. 러시아 황제가 살던 곳이었지요. 모스크바는 15세기부터 러시아의 수도였답니다.

프랑스 군대가 모스크바로 들어와서 점고해 보니, 병사의 수가 10만 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점고’(點考)는 ‘한 사람씩 이름을 불러 가면서 인원의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조사하는 일’을 말하는데, 오늘날에는 ‘점고’라는 말 대신에 ‘점호’(點呼)라는 말을 흔히 쓰지요. 내가 군복무를 할 때에도 ‘점호’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참으로 엄청난 병력의 손실입니다. 처음에 프랑스에서 출발할 때는 65만 명이나 되었던 병사가 겨우 10만 명만이 남았다니, 이건 말도 안 됩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병사들도 모두 피골상접했습니다. ‘피골상접’(皮骨相接)은 ‘살가죽과 뼈가 서로 맞붙을 정도로 몹시 몸이 마름’을 뜻합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는 ‘훼척골립’(毁瘠骨立)이 있습니다. 이 말은, 너무 슬퍼하여 ‘바짝 말라서 뼈가 앙상하게 드러남’을 이릅니다. 여기에서 ‘훼척’은 ‘너무 슬퍼하여 몸이 쇠하고 마름’을 나타내지요.(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