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131) 선남선녀인 백성들

시조시인 2009. 1. 13. 19:42

(131)

‘진리의 핵심’(-核心)은 ‘진리의 중심이 되는 가장 요긴한 부분’을 이르고, ‘탐구의 방법’(探究-)은 ‘더듬어 깊이 연구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그러나 어찌 학문뿐이겠습니까? 삶의 길이 또한 그렇지요. 삶의 핵심을 놓치면 부질없는 일생으로 끝나게 될 겁니다. 나폴레옹이 찾는 ‘양’은 바로 ‘코르시카’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길거리에서 나폴레옹의 얼굴을 알아본 사람들은, 기쁜 얼굴로 다음과 같이 크게 외치며 뒤를 따랐습니다.

“나폴레옹 만세!”

“프랑스 황제 만세!”

정치꾼들과는 달리, 염량세태를 따를 줄 모르는 선남선녀의 백성들이었습니다. ‘염량세태’(炎涼世態)는 ‘권세가 있을 때는 아부하고, 몰락하면 푸대접하는 세상의 인심’을 말하고, ‘선남선녀’(善男善女)는 ‘착하고 어진 사람들’을 말합니다. 그리고 알음알음으로 단숨에 달려온 옛 부하들도 있었습니다. ‘알음알음’은 ‘개인끼리 서로 아는 관계’나 ‘제각기 가진 친분’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단숨에’(單-)는 ‘쉬거나 그치지 않고 곧장’이라는 뜻입니다.

나폴레옹을 선두로 해서 한 무리의 군인들이 파리를 향하여 나아갔습니다. 그 모두가 심신직행의 모습이었습니다. ‘신심직행’(信心直行)은 ‘옳다고 믿는 바대로 곧장 행함’을 이릅니다.

그렇습니다.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났습니다. 그러니 그 때, 나폴레옹은 ‘진인사대천명’을 생각하고 있었을 듯합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한 후에, 하늘의 지시를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은 뜻으로,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나폴레옹 일행이 어느 마을의 입구에 다다랐을 때였습니다. 그 마을을 지키고 있던 왕의 군대가, 안면을 바꾼 채로, 나폴레옹을 체포하기 위하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면(顔面)을 바꾸다.’는 ‘잘 아는 사람을 짐짓 모른 체하다.’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체포’(逮捕)는 ‘죄인을 쫓아가서 잡음’을 일컫지요. 안면박대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안면박대’(顔面薄待)란, ‘아는 사람을 푸대접함’을 이릅니다. 그들 거의 모두는, 얼마 전까지 나폴레옹이 거느렸던 부하들이었지요.(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