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의 일이 파리에 알려지자, 루이18세는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바늘방석에 앉은 것 같다.’는 ‘그 자리에 있기가 몹시 거북하고 불안스러움’을 뜻합니다. ‘바늘방석’은 ‘그대로 있기가 몹시 거북하고 불안한 자리’를 비유하는 말이지요. 원래 ‘바늘방석’의 본뜻은, 말 그대로 ‘바늘이 자리 잡고 앉는 방석’을 가리킵니다. 다른 말로는, ‘바늘겨레’ 또는 ‘바늘꽂이’라고 합니다. ‘바늘방석’은, 바늘을 꽂아 두기 좋게 그 속에 솜이나 머리카락을 넣어서 만듭니다. 바늘은 워낙 조그맣고 가늘어서 자칫 간수를 잘못하다간 잃어버리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바늘방석’을 만들어서 거기에 바늘을 꽂아 두고 필요할 때에 뽑아서 사용했지요. 그 지혜가 놀랍지 않습니까?
그래서 루이18세는 허겁지겁 파리를 빠져 나가 버렸습니다. ‘허겁지겁’은 ‘조급한 마음으로 몹시 허둥거리는 모양’을 나타냅니다. 우리말에는 이와 같은 부사들이 아주 많습니다. 여기에서 예를 좀 들어 볼까요?
‘허둥지둥’은 ‘미처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몹시 다급하게 서두르는 모양이고, ‘허둥허둥’은 ‘갈팡질팡하며 정신없이 서두르는 모양’입니다. 그런가 하면, ‘허덕지덕’은 ‘몹시 허덕거리는 모양’인데, ‘허덕허덕’은 ‘힘에 벅차서 괴로워하거나 숨이 차도록 애쓰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허겁허겁’이나 ‘지겁지겁’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나도 모르지요. 그 대신에 ‘헝겁지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좋아서 정신을 못 차리고 허둥거리는 모양’을 가리킵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말들은, 두 음절의 단어가 반복되는 모양을 지니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즉, ‘허든허든’은 다리에 힘이 없어서 ‘중심을 잃고 자꾸 발을 헛디디는 모양’이고, ‘허룽허룽’은 말이나 하는 짓이 ‘차분하지 않고 들떠서 가볍게 행동하는 모양’이며, ‘허영허영’은 앓고 난 다음의 걸음걸이가 ‘기운이 없어서 쓰러질 듯이 비슬거리는 모양’입니다.
그뿐만이 아니지요. ‘허적허적’은 쌓아 놓은 물건의 ‘속을 들추어서 헤치는 모양’이고, ‘허정허정’은 ‘힘이 없어서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모양’이며, ‘헐근헐근’은 숨이 차서 ‘헐떡이며 글그렁거리는 모양’이지요.
또 하나 생각나는 게 있군요. ‘허청허청’이라는 단어입니다. 이 말은 ‘허정허정’과 아주 비슷한 의미를 지녔다고 생각되는데, ‘허청허청’ 쪽이 조금 더 비틀거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런 말이 더 있지만, 이만 해 두겠습니다.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 한 가지만 보아도 우리말의 우수성을 알겠지요? (김재황)
'봉쥬르, 나폴레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5) 워털루 대회전 (0) | 2009.01.24 |
---|---|
(134) 워털루 평원에서의 일전 (0) | 2009.01.21 |
(132) 나폴레옹을 잊었단 말인가 (0) | 2009.01.16 |
(131) 선남선녀인 백성들 (0) | 2009.01.13 |
(130) 여러 군인들이 옹위하다 (0) | 2009.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