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묘도를 보며/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유묘도를 보며 김 재 황 따사로운 들판 위로 날아오는 벌 한 마리제 세상을 만났으니 두려울 게 있겠는가,누구든 가만 안 둔다, 내 앞길을 막는 자는. 잠을 쫓던 고양이가 그 꼴 아니 같잖겠나,두 귀 번쩍 세우고서 쪼끄만 놈 노려보는모든 게 멈춘 그 순간, 하늘 끝도 팽팽하다.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0.31
이어도를 보며/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이어도를 보며 김 재 황 꼬리로 물을 차고 물 밖으로 솟구치니넓게 펼친 지느러미 훨훨 나는 날개인데부릅뜬 그 두 눈알에 하늘빛이 하얗다. 저 아래 얕은 물로 몰려가는 물고기 떼물풀 잎이 흔들려도 소스라쳐 놀라는 듯한 자락 엷은 그늘에 그 숨결을 숨긴다.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0.30
지는 나뭇잎을 보며/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지는 나뭇잎을 보며 김 재 황 시린 바람 불어오니 하늘길이 바로 뵈고으스름한 달빛 아래 고향 집은 마냥 먼데뜨겁게 외마디 소리 머금은 듯 떨어진다. 이리저리 뒹굴면서 차마 멀리 못 떠나니여위어 간 마음 밖을 어느 누가 다독대나,함박눈 내린 뒤에야 잠은 한껏 깊어지리.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0.29
가재 이야기/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가재 이야기 김 재 황 앞으로만 꼭 가느냐? 나는 뒤로 잘 다닌다,굴속 깊이 머물러서 이 세상을 잊다 가도바윗돌 가볍게 지고 ‘단잠 잔다, 긴 밤 내내.’ 잘 숨어서 사는 나를 건드리진 제발 마라!두 눈 감은 듯싶지만, 집게발은 열려 있다,살가죽 꼬집혀 봤지, ‘왈칵 눈물 쏟고 만다.’ 그래 나는 깊은 산골 박혀 사는 촌놈이다,솔바람에 마음 닦고 물소리에 몸 씻으니부럽긴 뭐가 부럽나? ‘꽃도 핀다, 가슴 가득.’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0.28
추석날 아침/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추석날 아침 김 재 황 산책하러 나가면서 내가 날린 말이란 게놀지 않는 가게 있나 둘러보고 오겠노라,알아서 그걸 뭐하게? 마누라가 꼬집네. 나는 농담 못 하느냐? 큰소리를 뱉었지만내 마음에 찔리는 게 새파랗게 있긴 있지하기야 마누라 말로 ‘꽁생원’이 바로 나.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0.27
봉황로변 주말농장/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봉황로변 주말농장 김 재 황 산뜻한 잣나무가 꼿꼿하게 일어서고스밀 듯이 간질간질 골짜기를 흐르는 내깊숙이 벽돌집 한 채 한가롭게 잠긴다. 연못에는 아직 어린 버들치들 바삐 놀고살림살이 알 것 없이 졸고 있는 정자 하나바위에 벌렁 누운 채, 시를 외는 태양초여. 고구마 심었더니 산돼지가 맛을 보고말벌들이 제집 찾듯 드나들며 산다는데지내면 고운 잎처럼 단풍들 때 있겠다. (2011년 9월 2일) 오늘의 시조 2024.10.26
아느냐, 내 가슴에/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아느냐, 내 가슴에 김 재 황 아느냐, 내 가슴에 큰 바다가 있다는 걸그 물빛에 갈매기는 파도 따라 크게 울고섬 안에 서러운 둥지 곱게 틀며 산다는 걸. 아느냐, 내 가슴에 저녁놀이 물드는 걸그 핏빛에 수평선은 몸을 떨며 울음 쏟고섬 주위 둘리는 손길 찢긴 아픔 깊다는 걸.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0.25
수목원 길 거닐며/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수목원 길 거닐며 김 재 황 너털웃음 가득하게 피어 있는 나무 숲길누가 더 예쁠까요? 옆에 서서 사진 찍는가을에 가벼운 여인, 그 모습이 또 꽃이네. 산들바람 불어오니 푸른 소매 나부끼고구름바다 잡아끄는 시샘 또한 가득한데누구냐, 뾰로통한 게? 서녘 길의 저 풀들.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0.24
성년이 된 아들에게/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성년이 된 아들에게 김 재 황 아들아 이제 너는 어깨 넓은 강물이다,골이 깊은 땅을 딛고 달려갈 때 되었으니언제나 무거운 짐은 네가 먼저 지어라. 아들아 지금 너는 가슴 넓은 언덕이다,길게 뻗은 길을 따라 걸어갈 때 되었으니힘들면 그늘을 밟고 숨을 크게 쉬어라. 아들아 항상 너는 높고 푸른 하늘이다,풀과 나무 어린 만큼 껴안을 때 되었으니끝까지 크게 아끼며 이 세상을 살아라.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0.23
딸 생일에/ 김 재 황 [워낭 소리] 편 딸 생일에 김 재 황 귀한 딸 생일인데 마련할 것 뭐가 있나?나이 많이 먹었으나 나에게는 아이일 뿐무언가 기념될 물건 사 주는 게 좋겠네. 어떤 걸 좋아할까, 이리 생각 저리 생각비싸지는 않더라도 뜻 지닌 게 과연 무엇?모두가 마땅치 않아 케이크를 사 드네. (2014년) 오늘의 시조 202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