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135) 워털루 대회전

시조시인 2009. 1. 24. 22:17

이윽고, 사생결단의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생결단’(死生決斷)은 죽고 사는 것을 돌보지 않고 ‘끝장을 내려고 대듦’을 말합니다. 이른바 이를 ‘워털루 대회전’(Waterloo 大會戰)이라고 부릅니다. 때는 1815년 6월 18일이었지요.

프랑스 군대의 대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습니다. 그리고 포탄들은 사정없이 적의 진지에 명중했습니다. 웰링턴 장군이 이끄는 동맹군의 병사들은 크게 부상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고서 여기저기 힘없이 쓰러졌습니다. 얼마 안 되어, 전쟁터는 혈류표저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혈류표저’(血流漂杵)는 ‘전장에서 흐르는 피가 강을 이룸으로써 무거운 공이라도 띄울 수 있다.’는 뜻으로 ‘싸움의 치열함이 극도에 달하여 전사자가 무수히 나옴’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과장이 심하지요?

나폴레옹은 그 기세를 이용하여 기병들을 출전시켰습니다. ‘기병’(騎兵)은 ‘말을 타고 싸우는 군사’라는 건 알고 있지요? 그들은 적의 진지에 몇 번이고 깊숙이 쳐들어가서 삼척추수로 좌충우돌하며 많은 적들을 쳐부수었습니다. ‘삼척추수’(三尺秋水)는 ‘날이 시퍼렇게 서 있는 긴 칼’을 이르는 말입니다. 비슷한 말로는 ‘삼척장검’(三尺長劍)이 있습니다. 이는, ‘길이가 석 자나 되는 긴 칼’이란 뜻으로 ‘길고 큰 칼’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피해가 엄청 큰 데도 불구하고, 적들은 호발부동으로 계속 진지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호발부동’(毫髮不動)은 ‘조금도 움직이지 아니함’을 말합니다. 왜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을까요? 믿는 구석이 있었을 텐데, 그게 무엇이었을까요? 웰링턴 장군은 자기편인 프로시아 군대가 도우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 때의 상황으로 보아서 프로시아 군대가 도우러 올 수 있었을 확률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연합군 쪽의 손을 높이 들어 주었습니다. 프로시아의 새로운 군대가 연합군을 도우려고 달려왔기 때문이었지요.

아, 좀더 빨리 서둘러서 공격했어야 했는데, 나폴레옹은 그만 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가슴을 쳐 봐야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만시지탄이 있습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은 ‘시기에 뒤늦었음을 원통해하는 탄식’을 말합니다. 이를 다른 말로는, ‘후시지탄’(後時之嘆)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또한, 이를 가리켜서 ‘복배지수’라고 합니다. ‘복배지수’(覆盃之水)는 바로 ‘엎지른 물’이라는 뜻으로 ‘다시 수습하기 어려운 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 인생에 있어서도 한 순간의 실수가 일생을 망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