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나폴레옹을 대신하여 루이16세의 동생인 루이18세가 왕의 자리에 앉아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왕은, 행선축원의 마음은커녕 백성들을 함포고복하게 만들고자 하는 생각과 능력이 전혀 없었습니다. ‘행선축원’(行禪祝願)은 ‘나라와 백성을 위하여 아침저녁으로 부처님께 비는 일’을 말하고, ‘함포고복’(含哺鼓腹)은 ‘실컷 먹고 배를 두드린다.’는 뜻에서 ‘배불리 먹고 삶을 즐기는 평화로운 모습’을 이르는 말입니다.
나라를 잘 다스린다는 게 무엇입니까? 국민들이 배불리 먹고 아무 걱정이 없도록 만들면 되는 겁니다. 그렇건만, 그저 어떻게 해서든지 세금을 많이 거두려고만 하는 위정자야말로, 다스림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이지요. ‘위정자’(爲政者)는 ‘정치를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런 사람을 지도자로 뽑은 국민은, 불행을 스스로 불러들인 바와 같습니다.
아마 루이18세도, 다스림에는 뜻이 없고, 잘 먹고 잘 노는 데에만 정신이 팔렸을 듯합니다. 그래서 국민뿐만 아니라, 군인들까지도 불평만만하였겠지요. ‘불평만만’(不平滿滿)은 ‘마음이 불평으로 가득 차 있음’을 말하고, ‘불평’은 ‘마음에 들지 않아 못마땅하게 여김, 또는 그것을 말이나 행동으로 나타냄’을 말합니다.
1815년 봄이었습니다. 프랑스의 한 항구에 한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이 와서 닿았습니다. 그리고는 여러 군인들이, 삼각형의 모자를 쓰고 쥐색 외투를 입은 군인 한 사람을 전차후옹하여 배에서 내렸습니다. 여기에서 ‘삼각형의 모자와 쥐색 외투’는, 그 당시 프랑스의 군복을 가리키는 겁니다. ‘군복’(軍服)은 ‘군인의 제복’이며, ‘제복’(制服)은 ‘군인이나 학교나 회사 등에서 규정에 따라 정한 옷’을 말합니다. ‘제복’을 외래어로는 ‘유니폼’(uniform)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게 있습니다. 그건 바로 ‘쥐색’이라는 단어입니다. ‘쥐색’(-色)은 ‘쥣빛’이고, ‘쥣빛’은 곧 ‘푸르스름한 담흑색’이며, ‘담흑색’(淡黑色)은 ‘엷은 검정’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쥐색’을 알기 쉽게 말하면, ‘푸르스름한 빛이 도는, 엷은 검정’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 사람들에 비하여 감수성이 풍부합니다. ‘감수성’(感受性)은 ‘외부의 자극을 받아서 느낌을 일으키는 성질이나 능력’을 가리킵니다. 그 때문에, 여러 색깔에 대한 표현이 아주 발달해 있습니다.
예컨대 ‘검정’ 하나만 보더라도, 놀라울 정도로 그 표현이 다채롭습니다. 즉, ‘거무끄름하다.’는 ‘조금 짙게 거무스름하다’이고, ‘거무데데하다.’는 ‘지저분하게 거무스름하다.’이며, ‘거무뎅뎅하다.’는 ‘보기에 칙칙하도록 거무스름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거무레하다.’는 ‘엷게 거무스름하다.’이고, ‘거무숙숙하다.’는 ‘수수하게 거무스름하다.’이며, ‘거무스레하다.’는 ‘거무스름하다.’와 같은 말로 ‘짙지 않고 조금 검다.’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거무슥하다.’는 ‘조금 검은 듯하다.’이고, ‘거무접접하다.’는 ‘칙칙하게 거무스름하다.’이며, ‘거무죽죽하다.’는 ‘우중충하게 거무스름하다.’를 말하지요. 또 있습니다. ‘거무충충하다.’는 ‘빛깔이 맑지 않고 검으면서 우중충하다.’이고, ‘거무칙칙하다.’는 ‘우중충하게 거무스름하다.’이며, ‘거무튀튀하다.’는 ‘탁하고 거칠게 거무스름하다.’입니다.(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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