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염원하는 대통령 상
-그 10가지 덕목
김 재 황
우리나라는 국민도 그리 많지 않고 국토도 그리 넓지 않다. 게다가 국토는 섬 아닌 섬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나머지 한 면인 북쪽은 민통선으로 철책이 가로막고 있다. 그야말로 고립무원(孤立無援)이다. 주위에 있는 나라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하여 호시탐탐(虎視眈眈) 우리의 영토를 넘보고 있다. 일본은 독도를 탐내고 있으며 중국은 이어도를 노리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그들은 금방 더 큰 욕심을 드러낼 게다. 미국이라고 영원한 우리의 우방이 될 수는 없다. 우리가 제대로 살지 못하면 그들은 언제든지 우리에게 등을 돌릴 수 있다. 국토가 좁으니 자원도 부족하다. 다만, 우리 모두가 정신을 바싹 차리고 한 마음 한 뜻으로 땀 흘려 노력하는 것만이 바로 우리의 살 길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훌륭한 지도자들을 뽑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어떤 대통령을 뽑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 모두의 생사와 직결된다고 말할 수 있다. 대통령이라면 모름지기 우리 모두를 ‘사는 길’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은 적어도 다음의 10가지 덕목은 갖추고 있어야 된다고, 나는 믿는다.
첫째는 ‘예의 바르게 사양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능이예양 위국’(能以禮讓 爲國)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예의 바르게 사양하는 마음으로 나라를 다스린다.’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사양하는 마음’은 곧 ‘스스로 낮추는 마음’이다. 자기를 낮추는 마음을 지니지 못한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독재’(獨裁)를 저지르게 된다. 그러므로 대통령이라면 반드시 말로써 자신을 낮추어야(必以言下) 하고 반드시 몸으로써 뒤로 서야(必以身後) 한다.
둘째는 ‘말은 어눌하게 하지만 행동은 민첩하게 하려고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는, ‘욕눌어언이민어행’(欲訥於言而敏於行)이라는 말이다. 여기에서 ‘눌’은, ‘말을 더듬다’라는 뜻이 있는가 하면 ‘말이 적다’라는 뜻도 있다. 다시 말해서 ‘일에는 민첩하게(敏於事), 말은 신중하게(愼於言)’이다. 또, ‘치기언이과기행’(恥其言而過其行)이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은, ‘말을 부끄럽게 하고 행동은 여유롭게 한다.’라는 뜻이다. 그렇다. 그 말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실천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대통령이 함부로 말을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교언영색’(巧言令色)을 일삼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달리 ‘교언 난덕’(巧言亂德)이라는 말도 있다. 교묘한 말은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을 옳다 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믿고 지킬 바를 잃게 하기 때문에 덕을 어지럽히는 결과를 가져온다. 믿음직한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하지 않다. 말만 번드르르한 사람에게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셋째는 ‘온화하면서도 엄숙하고 위엄이 있으면서도 무섭지 않으며 공손하면서도 편안한 사람’이어야 한다. ‘온화하며 엄숙한 것’을 ‘온이려’(溫而厲)라고 하며, ‘위엄이 있으면서도 무섭지 않은 것’을 ‘위이불맹’(威而不猛)이라고 한다. 그리고 ‘공손하면서도 편안한 것’을 ‘공이안’(恭而安)이라고 한다. ‘온이려’에서 ‘온’은 ‘따뜻하다’ ‘온화하다’ ‘부드럽다’ 등의 뜻을 지니고, ‘려’는 ‘갈다’ ‘숫돌’ ‘엄하다’ ‘사납다’ 등의 뜻을 지니지만 여기에서는 ‘엄하다’를 나타낸다. 대통령은,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의 원수’이다. 쉽게 말해서 ‘나라의 얼굴’이다. 그렇기에 최소한 이 정도의 품격은 지니고 있어야 한다.
넷째로는 ‘자의대로 하는 일이 없고 기필코 하는 일이 없으며 고집하는 일이 없고 자기를 내세우는 일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는, 바로 그 유명한 ‘무의무필무고무아’(毋意毋必毋固毋我)를 가리킨다. ‘무’는 ‘말’ ‘없다’ ‘아니다’ 등의 뜻을 지닌다. 여기에서 ‘의’는 ‘사의’(私意), 즉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억측’을 나타낸다. 그리고 ‘필’은 ‘기필’(期必), 즉 ‘억지를 무릅쓰고 관철하려는 것’을 이른다. 또, ‘고’는 ‘고집’이나 ‘집착’ 등을 가리키고 ‘아’는 ‘유아독존’(唯我獨尊)으로 ‘자기만을 내세우는 것’을 말한다. ‘무의무필무고무아’의 사람은,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니 그 까닭에 밝고 스스로 옳다고 하지 않으니 그 까닭에 빛나며 스스로 자랑하지 않으니 그 까닭에 보람이 있고 스스로 뽐내지 않으니 그 까닭에 지도자의 자리에 설 수 있다.
다섯째로는 ‘곧은 사람을 쓰고 굽은 사람을 버릴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거직조저왕’(擧直錯諸枉)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정직한 사람을 채용하고 부정직한 사람을 제거한다.’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조’는 ‘사치’(捨置), 즉 ‘벼려 둠’을 가리킨다. 그리고 ‘저왕’은 ‘모든 사곡(邪曲)한 인물’을 나타낸다. 대통령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듯 할 수가 없다. 장관이나 그 밖에 많은 사람들을 부려야 한다. 그런데 그들이 곧지 못하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밑에 있는 곧은 사람들까지 굽게 되지 않겠는가. 이 때문에 과거의 청문회 때마다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모두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정직한 사람을 쓰고 모든 비뚤어진 사람을 버리면, 비뚤어진 사람도 정직해지는 게 세상의 이치이다.
여섯째로는 ‘식량을 귀하게 여길 줄 알고 국방을 튼튼히 할 수 있으며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는, ‘족식족병 민신지의’(足食足兵 民信之矣)라는 말이다. 여기에서 ‘족식’은 ‘국민의 식량문제를 넉넉하도록 해결하는 것’을 이른다. 만약에 대통령이 ‘돈만 있으면 식량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정말 큰일이다. 환경파괴로 인해, 세계적으로 농작물의 대흉작이 발생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리고 ‘족병’은 ‘자주국방’(自主國防)을 일컫는다. 우리나라를 우리 군사력으로 지키지 못한다면 누가 지켜 주겠는가. 게다가 우리나라는 휴전 상태이다. 언제 다시 전쟁이 발생할지 모른다. 그런데 병역의무도 이행하지 않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다면 그게 말이 되겠는가. 의무를 지킨 연후에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민순지의’는 ‘국민들이 위정자를 믿음’을 나타낸다. 믿을 수 있는 대통령이어야 국민들에게 꿈을 심어 줄 수도 있다.
일곱째는 ‘대통령답게 생각하고 대통령답게 말하며 대통령답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한다. 옛 글에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는 게 있다. 이는,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비는 아비답게 아들은 아들답게’라는 뜻이다. 앞의 ‘군’ ‘신’ ‘부’ ‘자’는 그 사람을 가리키고 뒤의 ‘군’ ‘신’ ‘부’ ‘자’는 그 마땅한 도리를 가리킨다. 대통령이 자기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면 그 나라는 위태롭게 된다.
여덟째는 ‘나라와 국민들을 이롭게 하기보다 의롭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대통령은 ‘오직 어짊(仁)과 옳음(義)를 말할 따름’(亦曰仁義而已矣)이다. 대통령이 나라의 이(利)를 생각하면 장관은 그 부처의 이(利)를 생각하게 되고, 장관이 그 부처의 이(利)를 생각하면 따라서 일반 서민은 그 가정의 이(利)를 생각하게 된다. 윗사람도 아랫사람도 각기 이익만을 취할 것을 생각하면 이야말로 나라는 위태롭게 된다. 그래서 회사를 경영하듯 나라를 다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회사는 이로움이 있어야만 살 수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도 할 수 있지만, 나라는 의로워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어렵더라도 모든 국민을 껴안아야 한다.
아홉째는 ‘천명을 두려워하고 높은 어른을 두려워하며 성인의 말씀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를 ‘삼외’(三畏)라고 한다. ‘외천명’(畏天命)과 ‘외대인’(畏大人) 및 ‘외성인지언’(畏聖人之言)이 그 셋이다. 옛 글에 이르기를 ‘모든 일이 천명 아닌 게 없으나 올바른 것을 순리로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천명을 아는 사람은 위태로운 장벽 밑에 서지 않는다.’라고 했다. 어른과 성인의 말씀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야말로 겸손할 수 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열째로는 ‘친척을 친애하는 마음으로 국민들을 인애하고, 국민들을 인애하는 마음으로 동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즉, ‘친친이인민 인민이애물’(親親而仁民 仁民而愛物)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대통령이 자기의 피붙이를 사랑하듯 모든 국민들을 어질게 대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 대통령이 자기의 피붙이 사랑하듯 ‘그 나라 안에 살고 있는 동식물’을 어질게 대하기가 어찌 쉽겠는가. 하지만 앞으로 갈수록 각 나라의 자연은 더욱 큰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렇기에 대통령은,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에게도 마음을 크게 쏟아서 아름다운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어야 한다.
아쉬운 대로, 앞에 제시한 덕목들을 지닌 사람이라면 우리 모두를 바른 길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된다. 몇 년 전에 중국엘 다녀왔는데, 그 곳 왕릉 옆에 아주 커다란 비석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비석에는 아무런 글씨도 씌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물으니, 그 왕이 왕의 자리에 앉아 있었으면서도 아무런 업적도 남기지 못했기에 그대로 빈 비석만을 세웠노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대통령 자리에만 앉아 있을 사람이 대통령으로 뽑혀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런 대통령은, 누군들 하지 못하겠는가. 우리가 지금까지 여러 대통령을 뽑아 왔지만, 제대로 대통령의 일을 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잘못을 알았으면 고칠 일이지, 잘못을 자꾸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나라를 생각하고 냉철하게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으로 등단.
시조집 [내 숨결 네 가슴 스밀 때] [그대가 사는 숲]
[콩제비꽃 그 숨결이] [국립공원기행]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외 시집 다수.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전국여행시조집 [양구에서 서귀포까지]
산문집 [숫시인 싯다르타] [씬쿠러, 콩쯔] [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거슬러 벗 사귀다](맹자) 외 평론집 다수. 한국녹색시인회 회장 역임.
현재 상황문학 문인회 회장.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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