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일지춘심

시조시인 2013. 3. 25. 21:30

 

*가시나무 연리지

 

 

一枝春心

 

남을 사랑하기가 두렵다. 함부로 사랑해서도 안 된다. 섣불리 내 마음을 드러냈다가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몹쓸 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무슨 병이긴, 상사병(相思病)이다. 이 병에는 약도 없다. 이 세상 어느 의사도 고칠 수 없다.

옛날에 어느 젊은이가 황진이를 사랑해서 상사병으로 죽었다고 하지 않는가. 그는 죽어서도 황진이를 못 잊고 그녀 집 앞에서 상여를 멈춘 다음에 꼼짝하지도 안 하였다지 않는가. 참으로 마음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랑이 대체 무엇이기에 저승길도 제대로 못 떠났다니---. 그 젊은이가 시인이라면 다음과 같은 시조 한 수를 남겼으리라.

 

이 몸이 죽고 나서 어디로 갈까 하니

저 남쪽 거금도의 가시목에 머물다가

내 임이 봄 소풍갈 때 가마채나 되리라.

 

그런데 가시목은 어떤 나무인가? 한자로 加時木이라고 쓰고 우리말로는 그걸 풀어서 가시나무라고 한다. ‘때를 더하는 나무라니, 멋진 이름이 아닌가? 그렇다. 가시나무에는 가시가 없다. 쉽게 말한다면, 참나무 종류에는 낙엽성(落葉性)인 상수리나무류와 상록성(常綠性)인 가시나무류가 있다. 낙엽성은 우리나라 대륙 쪽에 자리를 잡고, 상록성은 남쪽 섬이나 해안에 자리를 잡는다. 아마도 낙엽성은 때를 못 참으니 減時木이요, 상록성은 때를 참으니 加時木이라는 뜻이 아닐까? 그런데 가시나무는 크게 자랄 뿐만 아니라 재질이 단단하고 무거우며 탄성이 있어서 고급 가구나 선박재 등으로 많이 쓰였고 특히 옛날에는 가마를 만드는 재료로 즐겨 사용하였다고 한다. 사랑하는 여인을 태우고 가는 가마채가 될 수 있다면 죽어서라도 소원은 풀 수 있지 않겠는가. 밖에 봄빛이 완연하니, 싱숭생숭한 마음을 몇 줄 글로서 달래 본다. 주책없는 늙은이라고 과히 탓하지 말기 바란다.(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