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에 있는, 선비 이건창 생가
촌철살인과 일발필중
‘촌철살인’(寸鐵殺人)이란, ‘짤막한 경구(警句)로 사람의 마음을 크게 뒤흔듦’을 뜻한다. 나는 이 말을 아주 싫어한다. 어쩐지 일본의 잔재처럼 여겨진다. 일본은 소위 ‘사무라이’의 나라이다. 그들은 칼 하나면 모든 것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우리의 국모까지 그 칼로 해치지 않았는가. 칼로서 내는 승부는 유치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낮은 칼잡이라고 하여도, 그보다 못한 칼잡이는 이길 수 있다. ‘촌철’, 즉 칼은 사람을 살리는 ‘활인검’(活人劍)이 되어야지 ‘살인검’(殺人劍)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우리에게 이에 맞는 말은 없는가. 왜 없겠는가. 대한민국은 예로부터 선비의 나라이다. 선비에게는 겨루는 방법이 하나 있으니 그게 바로 ‘활쏘기’이다. 활쏘기는 남과 겨루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신의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다. 남이 아무리 실수를 했어도, 내가 실수를 하고서는 이길 수 없다. 다만, 목표는 일발필중(一發必中)이다. 겨루기가 끝나면 실수한 사람에게 술 한 잔을 권한다. 이른바 ‘위로주’(慰勞酒)이다. 다음번에는 실수하지 말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과녁에 명중한 화살이 그 깃을 부르르 떤다. 그 감동을 어찌 ‘촌철살인’이 따라올 수 있겠는가. 우리는 반드시 ‘일발필중’의 글을 써야 한다.(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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