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에세이) 꽃 같은 남자

시조시인 2011. 10. 25. 19:48

(에세이)

 

                                             꽃 같은 남자

 

                                                                                                                            김 재 황

 

  나는 아침을 먹고 나면 산책을 나간다. 처음에는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얼마쯤 계속하니 그 일이 차츰 좋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사진기까지 가지고 다니며 들꽃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린다.

  들꽃을 보면 마냥 즐겁다. 절로 마음이 가벼워진다. 꽃에게로 다가가서 안녕!’하고 말을 걸어 본다. 그러면 들꽃은 더욱 환하게 미소로 답한다. 이 세상에 꽃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겠는가. 그런데 사람 중에도 꽃과 같은 사람이 있다.

  내 친구는 사진을 잘 찍는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사진기를 매우 사랑하고 중하게 여긴다. 어디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카메라 가게로 달려간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카메라 가게로 갔더니 가게 주인이 저번에 왔을 때에 돈을 더 받았다.’라고 하면서 8만 원을 내주었다. 그는 참으로 양심적인 사람이다.’라고 감격하며 그 돈을 받았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와서 아무리 따져 보아도 돈을 더 준 게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 가게 주인에게 전화로 다른 사람을 저로 착각하여 돈을 주신 것 같다.”라고 말한 다음에 즉시 돈을 돌려주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더없이 마음이 즐거워졌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 세상이라면 정말로 살 만하다고 여겼다. 바로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꽃과 같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흐뭇해지고, 만나면 더욱 가슴이 환해진다. 꽃들인 양, 멀리까지 향기가 전해져 온다. 참으로 착하고 미덥고 아름답다.

문득, 맹자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말했다.

 “하고자 함이 마땅하면 착하다.’라고 하며(可欲之謂善), 착함을 자기 몸에 지니고 있으면 미덥다.’라고 하며(有諸己之謂信), 착함이 몸속에 가득 차면 아름답다라고 한다(充實之謂美).”

  그러므로 두 사람은, ‘이미 한 일이 옳으니착함이 되고 그런 마음을 늘 지니고 있으니미더우며 그런 일을 아주 좋아하며 즐기니아름답다. 나는 그 두 사람의 일을 한 다발의 꽃처럼 가슴에 안고 다닌다. 발걸음 또한 아주 가볍다.

  그 후, 나는 어느 문인들 모임에서 그들 이야기를 꺼냈다. 한참 열변을 토한 후에, 나는 그들을 꽃과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앉았던 한 문인이 남자를 꽃과 같다니 어울리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나는 그대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에게 또박또박 이렇게 말했다.

  “꽃에도 암꽃과 수꽃이 있습니다. 그런 꽃을 단성화라고 하지요. 예컨대 호박꽃이나 오이꽃 등이 그렇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꽃들은 암술과 수술을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양성화입니다. 그러므로 꽃은 여성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겠지요.”

  내 말에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주위에 있던 문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힘을 얻었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며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그들이야말로 꽃과 같은 남자들!’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나니, 가슴이 시원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그렇다면 너는?’이라고, 누군가가 물을 것만 같아서 뒤가 켕겼다.

  그래, 나라고 못할 게 뭐냐?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라는 말도 있다. 나도 그들처럼 아름답게 살아야지. ‘꽃 같은 남자가 되어야지.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월간 에세이 201111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