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탐방

천연기념물 탐방 15

시조시인 2012. 12. 18. 11:21

[15차 탐방]

탐방일 : 2012. 12. 15 ()- 12. 16 ()

탐방지역 : 전북 부안

 

 

 

(사진 촬영: 지목 이정민)

 

 

 

부안 중계리 미선나무 군락

 

김 재 황

 

 

 

비악비악 지저귀던 꽃들이야 이미 지고

둥근 날개 타고 놀던 바람 또한 떠났으니

도대체 나는 어디에 눈 맞추란 말이냐.

 

새근새근 꿈길 가는 숨소리들 멀고먼데

낮게 흐른 강물 위에 떠서 오는 이야기들

무작정 어찌 하려고 이 겨울에 왔는지.

 

 

 

                  주: 20121215일 촬영

                  천연기념물 재370

 

<탐방 제 39> 부안 미선나무 군락지

0 천연기념물 제 370

0 소재지 : 전북 부안군 변산면 중계리 산 19-4

상서면 청림리 산 228

0 지정일 : 1992.10.21

 

미선나무는 지구상 단 11종뿐인 희귀식물로서 속()이 우리나라에만 있을 뿐이란 점에서 식물 분포학적 가치가 대단히 크다. 이 나무는 일제 강점기인 1917, 식물학자 정태현과 나가이(中井)가 측백나무 원산지를 조사하던 중 충북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에서 최초로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하였다. 그 후 충북 진천군 외에도 괴산군, 영동군, 전북 부안군 등지에서도 미선나무 분포지가 발견되었다.

 

미선나무는 물푸레과의 낙엽 관목인데 나무 높이가 1- 1.5m이며 가지 끝이 개나리와 마찬가지로 땅 쪽으로 쳐진다. 이른 봄 잎이 나기 전에 꽃이 피고 은은한 향기를 풍긴다. 열매에 부채 모양의 둥근 날개가 달려 있기에 꼬리 미()자에 부채 선()자를 붙여서 미선나무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곳 부안의 미선나무 군락은 변산반도 직소천과 백천 냇가 일대 산 기슭에 많은 개체수가 자생하였으나 ‘96년에 완공된 부안 댐 공사로 인하여 그 규모가 축소되었다. 이 지역은 미선나무가 자랄 수 있는 남쪽 한계지여서 식물 분포학상 의미가 인정되기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자은 백승돈)

 

 

 

(사진 촬영: 지목 이정민)

 

 

부안 격포리 후박나무 군락

 

김 재 황

 

 

오늘도 저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으니

넓게 펼친 가슴마다 밝은 해가 높이 뜨리.

밀려온 파도소리에 더욱 눈을 크게 뜨리.

 

이 밤도 찬바람을 가로막고 설 터이니

이웃 사랑 마음마저 푸른 물이 짙게 들까.

저 바다 펼쳐진 만큼 넓고 큰 뜻 지닐까.

 

 

              주: 20121215일 촬영

               천연기념물 제123

 

 

<탐방 제 40> 부안 격포리 후박나무 군락지

0 천연기념물 제 123

0 소재지 : 전북 부안군 벽산면 격포리 산 35-1

0 지정일 : 1962.12. 3

 

후박나무는 녹나무과에 속하는 상록 활엽 교목으로서, 제주도 등 온난한 남쪽 도서지방에 자생하고 일본을 비롯하여 대만과 중국남부 지방에도 분포한다. 주로 해안지방을 따라 자라고 나무가 울창한 멋을 풍겨 정원수나 공원수로 적당하며 잎이 무성하여 방풍림으로도 이용된다. 격포리 후박나무도 해안 둔덕에 자리 잡고 있어서 해풍을 막음으로써 그 안쪽의 경작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군락에는 수고 5-6m에 줄기 직경 20cm 정도의 나무 130여 그루가 들어서 있는데 주변에는 대나무나 사철나무 등이 혼재되어 있다. 나무의 껍질(후박피)과 열매는 천식과 위장염을 다스리는 약재로 쓰인다.

 

이곳의 후박나무는 너무 많이 북상한 것인데 아마 이 지역의 온난한 해류에 기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어쨌든 이곳이 후박나무가 자랄 수 있는 가장 북쪽 한계지여서 식물 분포학적 가치가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자은 백승돈)

 

 

(사진촬영: 지목 이정민)

 

부안 도청리 호랑가시나무 군락

 

김 재 황

 

 

하늘로 열린 잎에 억센 가시 세우고서

덤빌 테면 덤벼 봐라 두려울 것 하나 없다

하늘이 들썩이도록 초록 빛깔 보이느니.

 

비탈진 바닷가에 한 무리로 모여 서서

추울 테면 추워 봐라 몸을 떨진 않을 테다

바다가 철썩이도록 소리 없이 외치느니.

 

 

                주: 20121216일 촬영

                 천연기념물 제122

 

 

<탐방 제 41> 부안 도청리 호랑가시나무 군락지

0 천연기념물 제 122

0 소재지 : 전북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 산 1

0 지정일 : 1962.12. 3

호랑가시나무는 감탕나무과 감탕나무속에 속하는 상록 관목으로, 주로 북반구에 자생하는데 우리나라에는 42변종이 있다.

수피는 회백색이고 잎은 두껍고 광택이 나며 잎의 가장자리에 예리한 가시가 돋아 있어서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 등을 문질러 긁을 만하다고 여겼음인지 호랑가시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수고가 2-3m까지 자라며, 4-5월에 산형화서로 흰 꽃을 피우는데 향기가 짙다. 둥글고 빨간 열매는 8-9월에 맺히며 겨울에도 낙과가 되지 않아 관상적 가치가 있다. e-mail시대가 되기 전, X-mas카드를 주고받던 시절에는 으레 그 카드에 인사(印寫)되어 있어서 외국종 분재화초쯤으로 여겼으나 이 나무가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집단을 서식한다는 사실이 신

기하게 느껴진다.

 

이 나무는 이곳뿐 아니라 전북 고창, 전남 완도, 해남, 제주도등지에도 분포되어 있는데 내한성이 약하기에 이곳 변산반도가 북쪽 한계지로 되어 있다. 현재 이 군락지에서 묘목을 이식해 새로운 군락지를 조성하고 있다는데, 번식은 씨앗뿌림과 꺾꽂이가 모두 가능하다. 이 나뭇가지를 정어리와 함께 묶어서 출입문 위에 매달아 두면 악귀의 범접을 막는다는 속설이 있다.(: 자은 백승돈)

 

[탐방별기]

전북 부안으로 향하는 제 15차 탐방은 1215-16일 동지 절기로서 며칠 전까지만 해도 폭설에 기습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었으나 날씨가 많이 풀려서 한낮의 기온은 영상으로 푸근하였다. 하긴, 우리 삼인은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전천후 탐방 열의를 표명한 바 있지만 어쨌든 그간 매번 탐방에 나서는 때마다 날씨가 용케도 순후하였다. 우리의 탐방 날자는 늘 녹시가 잡는데 녹시에게는 천문과 기상을 헤아리는 안목이 있는가 보다 하며 즐거워하였다.

 

얼마 전에 김제와 고창을 다녀오면서 익숙해진 길이지만 고속도로 소통도 원활하여 서너 시간 만에 부안 지역에 당도하였고, 다만 의도했던 진출로인 부안 IC를 지나치고 줄포 IC로 나왔다. 우선 변산면 중계리의 미선나무 군락을 찾아서 400m 급고지인 옥녀봉과 덕성봉을 넘는 산간 험로를 운행하는데 급경사로에 급 커브의 연속이지만 노면은 얼어붙지 않아서 무난히 주행하였다.

 

고갯길을 넘어 자 도로에 맞닥뜨려서는 방향을 못 잡고 망설이는데 마침 현지 주민을 만나게 됨으로써 친절한 안내를 받았다. 미선나무 군락은 부안호변 둔덕에 널리 분포하였으나 부안 댐 건설로 댐 상류(상서면 청림리)와 하류(변산면 중계리)로 나뉘었는데 청림리의 군락이 바로 지척 거리에 있음을 알려줌으로써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가 찾기로 되어 있는 꽝꽝나무(천연기념물 제 124) 역시 댐 하류에 자생하는데, 이는 접근로가 수몰되어 배를 타고 가야 한다는 것도 그에게서 듣게 되었다. 그것은 내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찾아보기로 하고, 다음 탐방목표인 후박나무를 찾아 나섰다.

 

그곳으로 가자면 부안의 관광명소로 이름이 난 적벽강을 경유하는데 적벽강은 파도와 해풍이 해안 산지를 침식해서 생긴 절벽으로 그 모습이 마치 갈기를 흩날리는 수사자 같다고 하여 사자바위라고도 하며, 중국 소동파의 <임술지추 칠월기망에 소자여객하여 유어 적벽지하 할제, 청풍은 서래하고 수파는 불흥이라>운운하는 적벽부의 적벽강에다 빗대어 그 이름을 차용한 듯싶다. 그러나 소동파가 노닐던 황주의 적벽강을 가보지 못해 과장 여부를 단언키는 곤란하다.

 

적벽강 부근의 후박나무를 찾는 데는 안내판이나 유도 표지가 전혀 없어 애를 좀 먹었다. 한참을 헤맨 끝에 해변 둔덕에서 드디어 찾아냈다. 군락을 이룬 후박나무들은 수세가 왕성하고 수형도 마치 일류 조경사가 공을 들여서 다듬은 것처럼 고르고 단정하며 군락 주위에 견고한 목책도 둘러져 있어서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남은 해도 짧았으므로 서둘러서 다음 탐방 목표인 변산면 도청리의 호랑가시나무 군락을 찾았고 그 부근 모항 리조트 단지 내에서 그 고장 맛집을 찾아 들어간 후에 반주를 곁들이어 저녁을 먹고 민박집에서 유숙하였다.

 

우리 3인은 전국 각지로 천연기념수 탐방여행을 다니면서 특히 밤을 함께 보내게 되면 밤이 깊도록 이야기의 꽃을 피운다. 화제의 범위도 종횡무진하여 때로는 녹시의 동서양 고전에서부터 근현대의 시문학에 이르는 강화가 펼쳐지고, 때로는 지목의 현대판 금오신화나 고금소총 격의 이야기보따리가 풀려 나온다. 지금은 제18대 대선을 3-4일 앞둔 시기여서 이야기가 정치판으로 모아졌다.

 

이번 대선도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고 한다. 각 진영은 죽기 살기로 막바지 안간힘을 쓰고 있다. ‘네거티브가 난무하고, ‘마타도어도 불사한다. 며칠 후 투표함 뚜껑이 열리면 승패가 갈리겠지만, 이긴 진영은 모든 걸 얻고 진 진영은 모든 걸 잃는다. 더욱이 박빙의 승부로 판가름이 나면 진 쪽에서는 통한을 품고 절치부심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패배를 인정하고 수용하기보다는 사사건건 승자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각 당 대변인의 성명전을 들어 보면 그게 또 가관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상대 당을 헐뜯고 비방하고 조롱하는 언사를 잘 구사 하느냐에 따라 대변인의 유능과 무능이 가려지는 것 같다.

 

집권당의 원만한 국정 운영에 적당히 제동을 걸어 둬야 차기 정권교체의 명분이 축적된다고 여기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당사자들이야 펄쩍 뛰겠지만 적어도 국민의 눈에는 그렇게 비쳐지는 경우가 비일 비재하다. 그것은 그간 몇 차례 정권 교체를 하는 과정에서 양 진영이 정도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오십보백보라 하겠다.

 

또 하나 난감한 것은 다수결을 부정하는 짓이다. 선거를 통해 다득표로 당선된 선량들이 어떻게 다수결을 부정하는 것인지? 각 정당은 기를 쓰고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려는 노력을 왜 하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집권 다수당이 공약으로 내걸은 정책을 정권 책임하에 수행하려고 해도 소수당이 죽기 살기로 가로막으면 어쩔 수 없고, 토론과정을 통해 그것을 풀어 낼 수 없을 때는 부득이 표결에 붙일 수밖에 없겠는데 그것을 날치기운운 하며 생떼를 쓰는 것은 그게 무슨 경우인지? 초등학교 학급에서도 배우고 지켜지는 민주주의 다수결 원칙을 정치인들이 유린하는 게 아닌가!

 

정치판이 대개 그러니 다수 국민이 정치를 불신하고 혐오하게 된다. 이번 대선에서 주연급보다 더 유명해진 조연급으로 등장한 안철수의 신드롬은 그렇게 정치를 불신하고 혐오하는 계층이 많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 준 것이다. 정치권의 대오 각성을 촉구 해 마지않는다. 우리 3인은 몇 잔의 술에 거나해진 김에 기탄없이 거친 말을 쏟아 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날이 밝아, 어제 저녁 해질 녘에 대강 보아 두었던 호랑가시나무 군락을 다시 찾아가서 자세히 보았고 이어서 미뤄 두었던 꽝꽝나무를 찾아 나선다. 부안호 부근에 마침 호수 관리사무소가 있기에 들러서 당직자인 듯싶은 청년에게 물으니 꽝꽝나무는 탐방이 불가하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고속도로 IC를 찾아서 되돌아가는 길도 먼-먼 길로 돌아갈 것을 권하면서 산간 직통 도로의 운행을 위험하다고 만류한다. 그 길은 이미 어제 우리가 넘어온 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3인의 면면이 너무 늙은이로 보였기에 그러는 게 아닌가 여겨진다.

 

아마 꽝꽝나무의 탐방교섭도 그런 차원에서 지레 말막음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어서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노장 황충을 떠올렸다. 그는 젊은 장수들에게 늙은이 취급을 당하는 게 억울해서 강궁을 당기고 대도를 휘두르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러나 우리는 억지로 고집을 부리지 않고 순순히 물러섰고 일찍 귀경 길에 올라서 오후 서너 시경에는 서울로 돌아왔다. 금년 1월 엄동지절에 제1차 탐방인 서울 조계사 백송으로 시작하여 통산 제15차에 이르는 전북 부안의 호랑가시나무를 끝으로 2012년도 천연기념수 탐방을 마무리하였다. 우리 3인은 그 의미를 되새기고 자축하는 세레머니를 예의 답십리 병천집에서 조촐히 치르고 헤어졌다.(: 자은 백승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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