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시인의 녹색 시조3)
조선소나무
김 재 황
높은 곳 올라서서 하늘에다 뜻을 얹고
구름이 가는 대로 느긋함을 타는 몸짓
따갑게 속 빈 햇살만 날아와서 꽂힌다.
덥거나 춥더라도 지닌 빛깔 잃지 않고
더 멀리 발돋움을 잇고 있는 마음자리
모질게 든 잠 깨우니 바늘잎이 빛난다.
산바람 솔솔 불면 그리움은 펄펄 날고
멀찍이 나앉아서 아무 소식 없는 그대
노랗게 저 먼 가슴에 송홧가루 퍼진다.
[시작 메모]
원래 ‘소나무’는 ‘솔나무’라고 불렀단다. ‘솔’이란 ‘솔솔 부는 봄바람’에서 왔다고 해도 되겠다. 아니, 어쩌면 먼지를 털거나 닦을 때에 사용하는 ‘솔’을 연상하여 그 이름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 그런가 하면, ‘수리’라는 말이 ‘나무 중에서 우두머리’라는 뜻이었는데, 그 ‘수리’가 ‘술’로 되었고 그 ‘술’이 다시 ‘솔’로 되었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소나무’가 아주 흔하다. 중국 본토에는 없고, 시베리아 지방에도 없다. 그러니 ‘조선소나무’라고 해야 옳겠다.
소나무를 노래한 시조가 많다. 알다시피, 예전에 시조는 ‘노래’로 불렀다. 이른바 ‘시조창’(時調唱)이다. 그 당시에는 말과 글이 달라서 기록할 수 없었기에 입에서 입으로 구전(口傳)되어 왔다. 그렇게 이어져 오다가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시자, 그때 비로소 구전되어 온 시조를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청구영언’(靑丘永言)이나 ‘해동가요’(海東歌謠) 또는 ‘가곡원류’(歌曲源流) 등이 그것이다. 이는 곧 ‘고시조’(古時調)이고, ‘듣는 시조’라고 말할 수 있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녹색신문 제260호 2020년 5월11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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