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시인의 녹색 시조4)
돌단풍 웃다
김 재 황
높직이 포개 놓은 이게 무슨 집이냐고
휑하니 지난 후에 그 뒷길로 들어서니
도랑 돌 쌓은 틈새에 닮은꼴이 보인다.
따라도 엉뚱하게 가을 나무 물드는 것
이왕에 가질 바엔 넓은 잎을 고른다네,
뽐낼 건 다만 하나야 손바닥을 펼친다.
집이나 또 잎이나 사는 일이 크디큰데
어떻게 서 있든지 마음 가면 그만이지
저 하늘 살짝 살피고 겸연쩍게 웃는다.
[시작 메모]
냇가의 바위 곁이나 바위틈에서 자라며 단풍처럼 생긴 잎이 달린다고 하여 ‘돌단풍’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여러해살이풀인데, 뿌리줄기가 굵고, 잎은 뿌리줄기 끝이나 그 가까운 곳에 한둘씩 비늘 모양의 작은 돌기에 싸여 나온다. 긴 잎자루 끝에 갈라진 단풍잎 같은 잎이 달린다. 꽃은 흰 바탕에 약간 붉은 빛이 도는데 원뿔꽃차례를 보인다. 가까이 가서 살피면 그 조그만 꽃이 나리꽃(백합)처럼 생긴 것도 같다. 그래서인지 ‘돌나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 ‘돌단풍 웃다’의 작품은 ‘현대시조’(現代時調)이다. 현대시조는 일반적으로 고시조의 전통이 거의 끊어진 갑오개혁 이후의 시조를 통칭하는 언어인데, 근대시조와 신시조의 개념을 포괄하는 명칭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러나 실질적인 현대시조는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 게 무리가 없을 듯싶다. ‘현대시조’는, 그 내용에 있어서도 현대적이지만, 그 형식에 있어서도 현대적이다. ‘고시조’를 ‘듣는 시조’라고 하면, 현대시조는 ‘보는 시조’이기 때문이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녹색신문 제261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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