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저 단풍
김 재 황
내보인 네 숨결이 어찌 그리 고운 건가
뜨거운 그 빛깔에 절로 마냥 눈 적시며
온 가슴 모두 내주는 이 가을을 맞는다.
나무도 겨울 앞에 외짝 날개 펴는 건지
서늘히 바람 불면 날린 옷깃 여며 가듯
잎들이 두 눈 못 뜨게 울긋불긋 물든다.
떠나는 이들 모두 긴 발자국 두고 가니
숲과 숲 놓인 곳에 아픔 자락 쓸리는데
하얗게 눈 내릴 때는 잡아 봐야 모른다.
[시작 메모]
단풍이 드는 원리는 어떤 것인가. 잎 속에 잎파랑이가 없어지고 그 대신으로 꽃파랑이가 나타나게 되면 단풍이 들게 된다. 즉, 화청소(花靑素)인 ‘안토시안’(anthocyan)이라는 붉은 색소가 쌀쌀한 가을이 되면 새로 합성된다. 아무튼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잎들을 보면서 나는 내 자신을 생각하게 된다. 누구나 이 땅에 태어날 때는 하늘이 명하신 바가 있을 터이다. 항상 그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떠날 때는 보람의 빛깔을 내보일 수 있어야 한다.
시조에서 ‘포시법’(捕詩法)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우리나라는 ‘활의 나라’이다. 그러므로 멧돼지를 잡으려고 할 때, 그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나타나면 일발필중(一發必中)으로 맞혀서 잡는다. 이 멧돼지가 바로 시재(詩材)이다. 이런 단발의 ‘적중어’(的中語)야 말로 감동을 준다. 그렇다고 ‘포시법’이 ‘일발필중’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지 끝에 앉은 잠자리를 살금살금 다가가서 잡듯이 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언단의장’(言短意長)이며 ‘언외언’(言外言)을 나타낸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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