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산을 오르며
김 재 황
몸보다 마음으로 더딘 걸음 옮겨 가면
멀찍이 도는 둘레 가벼운 길 나타나고
빛 붉게 팥배나무가 더운 열매 그린다.
잎들도 물이 드니 사람마다 입 벌리고
다람쥐 한 마리가 바쁜 손을 놀리는데
피 묻은 담쟁이덩굴 험한 바위 오른다.
어디쯤 봉수대가 퀭한 눈을 뜨고 있나
언덕에 오른 솔은 근심으로 등이 굽고
더 높이 서울타워만 긴 발돋움 지닌다.
[시작 메모]
알다시피, ‘목멱산’(木覓山)은 예전에 서울의 ‘남산’을 이르던 말이다. 높이는 265.2 미터인데 대부분이 화강암으로 되어 있다. 북쪽에는 북악산이 있고, 동쪽에는 낙산(駱山)이 있으며, 서쪽에는 인왕산(仁旺山)이 있다. 조선 태조가 한양(漢陽)을 도읍으로 정하였을 때 ‘목멱산’은 풍수지리설에 따라 ‘안산’(案山) 겸 ‘주작’(朱雀)에 해당되는 산이었다고 한다. 현재 산정에는 ‘서울타워’라고 불리는 방송탑과 팔각정이 있으며, 케이블카가 있는 쪽으로 가면 봉수대도 있다.
누가 나에게 “왜 날마다 시조를 짓느냐?”라고 물었다. 나는 그에게 “수신의 방편(方便)으로 시조를 짓는다.”라고 대답했다. 그렇다. 나는 어엿한 선비이니 날마다 수신(修身)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서삼경 중 ‘대학’에는 ‘자천자이지어서인 일시개이수신위본’(自天子以至於庶人 壹是皆以修身爲本)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하늘의 아들로부터 뭇 사람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다 함께 ‘몸 닦음’을 뿌리로 삼는다.>라는 뜻이다. 그러니 이 수신을 게을리 할 수 없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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