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아침
김 재 황
산새들 잰 울음에 단풍잎이 젖어 있다,
멀찍이 기지개를 몰고 가는 산 메아리
간밤엔 산마루 너머 풍악 소리 잦더니.
이슬로 눈물 빚는 별자리를 짚어 보면
들리듯 고운 음성 긴 빛으로 내려앉고
잎사귀 사이사이에 하늘 보는 뭇 얼굴.
문 열린 골짝마다 물소리를 묻는 샘터
고뇌도 산과의 맛 깊은 열륜 새겼어도
먼동이 일군 고요에 불이 붙는 갈채여.
[시작 메모]
시조 작품 ‘숲 아침’은 나와는 특별한 인연을 지니고 있다. 1983년 정초, 조선일보 신춘문예 최종심에 들었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심사평은 이태극(李泰極) 박사님이 쓰셨는데, 최종심에 들은 작품들을 언급하신 후에 “전반적으로 작품들이 향상되어 있었음은 기쁜 현상이라고 보겠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등단 직후에 나는 이 작품을 ‘월간문학’을 통하여 선보였고 이은방(李殷邦) 선배님께 좋은 평을 받았다. 물론, 여러 번을 개작한 작품이다.
시조를 감상하는 요령이 있다. 첫째로, 시조는 정형시이므로 그 형식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살핀다. 둘째로, 그 작품을 쓴 장소나 풍경 및 시정 등을 헤아려 본다. 셋째로, 어느 철이고 어느 때인지를 살펴본다. 넷째로 시조를 지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작품을 쓰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등을 알아본다. 다섯째로, 시조의 중심 생각을 살펴보고 그게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본다. 여섯째로, 시조의 내재율을 생각하며 감정을 살려서 각 음보를 또박또박 읊어 본다.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 [나무 천연기념물 탐방] [워낭 소리] [서다] [서다2] [지혜의 숲에서] 외.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 세상] 당시와 시조 [마주하고 다가앉기] 산문집 [비 속에서 꽃 피는 꽃치자나무]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 [그 삶이 신비롭다] 등. 시집과 평론집 다수.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 수상 및 제36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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